킹콩
(요즘 퇴근하면 밤 두세시라 시간이 없습니다)

1.
지난 12월 24일은 12월의 네 번째 토요일로 한달에 한번 있는 공식 토요 휴무일이었다. 대기업이나 세련된 회사를 다니는 직원들에겐 처량해 보일 일이지만 여하튼 한 달 만에 돌아오는 토요일 휴무일은 절묘하게 크리스마스이브와 겹쳐졌고, 나름대로 새콤달콤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지라고 생각 했었다.

<킹콩>을 보고 싶었는데 크리스마스가 임박한 날에 예매를 하려고 사이트들을 뒤지니 표가 남아 있을 턱이 없었다. 당일 현장 예매를 노리자니 왠지 기운 빠질 일이 생길 것도 같았다. 그러다가 모 예매 사이트에서 당일 ‘씨너스 G'의 예매분이 누락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요 사이트에 전화를 걸어 빨리 고쳐놓으라고 얘기를 하니 담당자가 짜증을 내면서도 수정을 해주었다. 그래서 깔끔하게 황금시간대의 예매 성공.

하지만 최근 회사의 지루한 일거리들이 25일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는 위협을 주면서 토요일에도 출근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매를 취소해야 하나로 고민하다가 토요일 오후에 업무가 극적으로 마무리(일시 중단이지만) 되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
분명히 어릴 적에 극장에서 킹콩을 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동네 광고판에 붙어 있는 ‘킹콩이 빌딩위에서 전투기를 빠개버리는’ 76년판의 포스터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문방구에서 샀던 뒷면에 시간표가 그려져 있는 영화카드도 꽤 오랫동안 소장했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 때는 베이비 콩이 등장하는 <킹콩2>를 부영극장에서 봤고 33년도작의 킹콩은 DVD로 올 초엔가 봤다. 또한 지금까지 DVD를 모으면서 딱 2장의 그것을 분실했는데 하나는 데칼로그 십계의 5,6번 에피소드 디스크이고 다른 하나가 76년판 킹콩이다. 그게 <2005년 킹콩> 이전의 킹콩에 관한 인연 전부다.

3.
<킹콩>은 분명 신나는 영화이며,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였다. 피터잭슨 형님은 이제 ‘끕’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꼬투리를 잡자면 영화 자체보단 이 영화로 인해 각종 게시판을 달구었던 네티즌과 평론가들의 그 절대적인 평들인데, 글쎄다. 그렇게 대단한 것이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최고의 비주얼은 뻘구댕이에서 기어나왔던 ‘개불을 닮은 괴물’이라 생각한다. 참으로 재미있는 디자인이로세.

4.
<킹콩>에 그렇게 경도되지 못했던 이유는 킹콩과 앤과의 연민, 애정의 감정에 몰입되지 못한 부분이 가장 크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핑그르르 돌아줬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됐단 말이지. 역시 내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이 분야는 아니란 걸 다시 확인했다.

5.
킹콩이 빌딩위에서 쌩난리 치던 후반부의 크라이막스 도중에 같이 보던 우리 와잎후님께서 살짝 일어나 자리를 뜨셨다. ‘너무 시끄러워서’가 이유라고.
2세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사뿐히 돈 칠 천원을 희생하신 우리 와잎후가 피터잭슨보다 더 위대했다.
by 지루박 | 2005/12/30 08:43 | 울지마 영화 | 트랙백 | 덧글(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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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조나쓰 at 2005/12/30 08:49
와입후님 만만세!!
멋진 아기가 태어날 겁니다..~^^*
Commented by AMAGIN at 2005/12/30 08:54
개불 닮았다..는 게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군요. 헤헷, 화잎후님 멋지세요! 역시 태교가 중요합니다...
Commented by 구름아저씨 at 2005/12/30 09:42
그러게 킹콩을 보셨나요. ^^;
어쨌거나 2005년은 갑니다.
지루박님의 2세는 아내되시는 분의 정성으로 멋지고 예쁜 아이로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오~~ ^^
Commented by 오리대마왕 at 2005/12/30 10:41
개불이 대세로군요! :-D
Commented by marlowe at 2005/12/30 10:55
저는 1976년도 리메이크작을 허리우드극장에서 봤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간판의 전투기 대신 헬리콥터가 나와서 사기당했다는 느낌이였어요.
오리지널 킹콩은 변태색마, 1976년도 킹콩은 큰언니, 2005년도에서는 퇴역군인이라는 느낌이였어요.
Commented by Eternity at 2005/12/30 11:03
영화 관람기에서 사모님 자랑기로 바뀌셨군요 쿨럭 ㅠㅠ

저도 오리지널 킹콩은 봤으나 요즘은 극장 갈 일이 없어서....

이래저래 우울해요 우어어
Commented by 아우라 at 2005/12/30 11:16
'킹콩'이야 어쨌든 '와잎후'님 만세-!!
Commented by 하늘처럼™ at 2005/12/30 12:51
애기들이 뱃속에서 싫어한다고 하더라고요..
Commented by alice at 2005/12/30 13:26
이제부턴 와잎후님과 뱃속의 아기를 배려하셔서
영화를 선정하시길.. ㅋㅋ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12/30 14:39
조나쓰님/ 아이는 뱃속에서부터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AMAGIN님/ 개불이 머리를 삼켜버릴 때 아후~ 멋졌습니다.

구름아저씨님/ 멋지고 예쁘게 태어나면 바로 사회생활 시킬겁니다. 분유 CF부터 등장시켜서 긁어모아야죠.

오리대마왕님/ 제가 생각했던 내용과 비슷해서 반가웠습니다. 이제 피터잭슨에게 내장탕 영화를 기대하기엔 물 건너간 것 같아요.

marlowe님/ 역시 추억의 본좌 marlowe님. 그러고보니 정말 ‘퇴역군인’의 이미지가 상상되네요. 코만도의 아놀드슈왈츠네거!

Eternity님/ 아니..‘사모님’이란 단어가 이렇게 어색할 수가... 아직 사모님급은 안되니 기냥 지루박 와이프, 또는 친근감 있게 형수님! 그게 좋겠네... 영원님은 빨랑 아무 여인네의 품으로 안착하시죠. 인물이 너무 아깝습니다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12/30 14:41
아우라님/ 고마워요, 흑. 출산 할때까진 노골적으로 와이프 좀 띄워줘야죠.^^

하늘처럼님/ 아직 7주 정도 밖에 안되서 별 영향이 있을까 싶은데 상당히 조심하게 행동을 하더군요. 왠만한 영화는 이제 같이 보러가기 힘들 것 같아요.

alice님/ 원래 조금만 거칠면 ‘잔인하다’라고 말하는 친구라서 뭘 같이 봐야 할지..
Commented by EYES at 2005/12/30 16:27
지루박님 오래간만이에요 ^^ 사실 그동안 살짝 살짝 와서 다 보고 갔는데
음... 덧글만 안남겼을 뿐... ^^;;
행복해 보여서 좋네요 ^^
2005년 마무리 잘 하시고 항상 행복 하세요 ^^
Commented by Eternity at 2005/12/30 20:28
넵 알겠습니다 형님 ㅋㅋ^^)/
Commented by A-Typical at 2005/12/31 01:05
디즈니 영화 추천합니다. ^^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5/12/31 01:17
감동적이군요. "너무 시끄러워서"라니...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5/12/31 02:44
클라이막스에서 끝까지 같이 보셨는지, 같이 따라 나가셨는지 궁금~ ^^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접촉불량 at 2005/12/31 16:28
킹콩이라길래, '무슨 괴수 처리팀이 영웅적으로 킹콩을 죽이는'을 상상했었는데-_-;
아름다운 로맨스까지....... 잭슨횽아는..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구나아아아;;
사모님...[?호칭에 고민이 많답니다;;] 멋지셔요! 우와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우유차 at 2005/12/31 18:33
새해에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시게 되겠네요. 그 어느때보다 행복한 한 해가 되실 거에요. ^^
Commented by fish at 2005/12/31 20:06
같이 사시는 분께선 배신을 때리시고 출장가셨던 미국에서 킹콩을 보셨더랬죠. -_-*
나니아 연대기도 봤다는데(이건 시차땜에 시작만보고 잤다는.. - -) 근데 그 극장에선 영화 시작할때 극장안에 눈이 내리면서 오프닝을 하더래요.-> 원래 눈 안오는 동네예요. 어흑ㅠㅠ 말로만 들으니 왜 살때 한번도 안갔나 하며 후회가 물밀듯.... 지루박님께선 와잎후님과 함께 가시는 자상스러우신 남편분이시군요. ^^
Commented by A-Typical at 2006/01/01 00:09
새해에 얘쁜 아기와 함께 복도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kyle at 2006/01/01 01:13
지루박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쁜 일, 정말 축하드리고 지루박님과 가족분들께 내내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랍니다.
에잉 써놓고 보니까 너무 진부한데 다 진심이에요!
Commented by Eternity at 2006/01/01 17:41
새해 인사 하러 왔습니다^^

변함없이 멋진 이웃분이 되어주시구요..

하시는 일마다 죄다 대박나시고 복 많이 많이 받으셔야 합니다^^
Commented by AMAGIN at 2006/01/01 17:54
새해 인사에 감사하며...지루박님께도 2006년의 대박기운이 가 있기를. 마님과 아가(...), 지루박님. 모두 행복하실겁니다~^^
Commented by zangsalang at 2006/01/01 23:33
나두 저거 보고싶은데...요즘은 통 영화 볼 시간도 없으니...쩝..
오랜만이지요..누군지 기억을 하실랑가요.^^
새해 복 받으셔요..
Commented by 가루 at 2006/01/02 10:14
2006년에는 왕과 왕비 왕자 또는 공주로 지루박왕국이 탄생하겠네요 으하하하!
건국원년을 축하합니다:D
Commented by 1mokiss at 2006/01/02 12:25
건강하고 힘찬 한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까먀순더 at 2006/01/02 15:48
새로운 가족을 맞으실 새해,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1/02 17:34
EYES님/ 오랜만에 덧글 남기셨네요. 덧글이 늦었어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Eternity님/ 형님.. 쑥스럽네요...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A-Typical님/ 디즈니 영화, 좋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꿈의대화님/ ‘시끄러워서’ 나갔다는데. 괜히 영향을 미치진 않았는지, 미안하네요.

미친병아리님/ 미친병아리님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돈 많이 버는 한해 되세요!

접촉불량님/ 사모님이라 불리기엔 아직 연륜과 사회적 지위가 많이 딸리는지라.. ‘누님’은 어떠실지..하하.

우유차님/ 행복한 한해 보내야죠. 우유차 님두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1/02 17:34
fish님/ 자상하다기 보다 원주에서 아는 사람도 없는데 둘이 붙어다닐 수밖에 없죠. 올해에도 행복하세요!

kyle님/ 그 진심 다 느껴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MAGIN님/ 고맙습니다. 올해 좋은 일 생기길 바랄께요.

zangsarang님/ 아이구, 오랜만입니다. 블로그 살리셨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더 바쁜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가루님/ 지루박 왕국 구축에 조금 문제가 생기긴 했는데.. 고맙습니다. 가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mokiss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건강한 한해 보낼 수 있을 것 같네요.

까먀순더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키우는 강아지씨도 새해 복많이 받으라고 전해주세요.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6/01/03 03:02
방금 올리신 글을 보았습니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그래도 형수님이 무사하시다는 것에서 위로를 찾으실 수 있을까...요?
늦은 밤까지 뭐하느냐구요? 대신 이렇게 깨어있다가 한 마디라도 남길 수 있었다는게 저는 좋은데요? ^^

힘내세요! "반드시" 더 기쁜 웃음 지을 날이 올 겁니다...
Commented at 2006/01/03 08: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6/01/03 10: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6/01/03 11: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1/03 18:18
아이구, 여기다 쓰실 줄이야.
여하튼 여러분들에게 부끄럽게 됐어요.
좋은 일도 아닌데 말씀 안 드릴려다 2세에 관한 인사를 계속 받을 것 같아서 어쩔수 없이 글을 썼어요.
꿈의대화님, 우유차님, 조나쓰님, Eternity님, 감사합니다. 잉잉~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1/03 18:19
---------------(절취선; 아래부턴 킹콩에 관한 얘기만 하기!)------------------------------------

히히..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6/01/04 10:49
킹콩에 관한 절대적인 이야기들은 좀 오버같긴 합니다.. 스펙터클 영화의 절대 제왕 앞에서 알아서 머리를 조아리는 듯한...;;
Commented by Eternity at 2006/01/04 11:14
저도 킹콩 보고 싶어요 ㅠㅠ 왕의 남자도 보고 싶구 ㅠ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1/04 12:12
도로시님/ 어이쿠, 이번주 이글루스 피플 잘 읽었습니다. 시원소주 좋아하신다는 데서 살짝 웃음이.
저도 피터잭슨 감독을 죽도록 좋아하긴 했지만 <킹콩> 자체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봤었거든요. 히힛, 동감입니다.

Eternity님/ 아.. 왕의남자...이준익... 안좋은 평을 쓰기위해서 영화를 확인하고싶긴 합니다만, 도대체 기대가 안됩니다. 또한편의 과잉평가작이 나오는 듯한...
Commented by 지연 at 2006/01/04 23:00
오랫만에 들려봅니다. 그냥....새해가 됬습니다..힘내자구요 아자아자아자!!
다른말 안할께요...화이팅!!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1/05 16:38
지연님/ 정말 오랫만이시네요. 해피 뉴이어입니다. 다른 말 해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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