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빵이나 카스테라를 꼭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날은 심하게 창작욕이 불타 올랐지. 그날은 3월1일. 온 채널이 앙골라에 심취해 있을 때였어. 난감한 티비방송은 휴일을 즐기려는 신혼부부의 관계를 데면데면하게 만드는것이야. 그 때 갑자기 '아내를 위해 사랑이 듬뿍담긴 카스테라를 만들어 주겠어'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뒤졌지. 의외로 카스테라를 만드는 법은 쉬웠어. 메모지와 펜을 꺼내서 메모를 하고 나름대로 레시피를 만들었지. 아자, 시작이야, 아내를 위한 사랑의 주전부리! 요리는 정성스럽게. 휘뚜루마뚜루할 순 없어.
계란 4개를 깼어. 하나가 터진걸 보니 계란이 그다지 신선하지 못했던 모양이야.
우리집엔 거품내는 기구가 없더군. 그래서 힘들지만 젓가락으로 윙윙 저었어. 팔이 좀 아파.
거품기도 없는데 제빵틀이 있을리가 없어. 그래서 은박 도시락을 활용했지. 유산지도 없어서 창고에 있던 종이를 대강 꺼냈어. 아마도 새 운동화안에 들어있던 흰 종이가 아닐까 생각돼. 아니면 그릇을 쌌던 종이라던가. 뭐래도 상관없어.
젓가락으로 젓다가 안되겠다 싶었어. 그래, 도깨비 방망이! 도깨비 방망이로 쉬핑! 보울 바닥이 갈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여하튼 못보던 거품이 일어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 하하.
저 버터를 렌지에 돌려서 녹였어. 30초를 돌리니 흐물흐물 버터국이 되었지.
이제 밀가루를 체로 걸러 대강 뻑뻑한 정도로 넣었어. 저울이 없어서 정확한 양을 넣을 수도 없었던 상황. 그리고 또다시 쉬핑!
버터와 설탕, 꿀을 넣고 다시 쉬핑! 후에 드디어 은박 도시락에 붓는 거야. 호박엿 색깔이라니 이때부터 조금 의심.
제법 근사해 보이네. 이제 넌 180도에 30분 오븐 불가마 찜질하러 가는거다.
불가마에서 나온 자태는.... '어익후'.... 이건 관동대지진. 갈라진 틈사이로 불가사리가 튀어나올 것 같은 모양이네.
사실은 카스테라가 아니라 과자를 만들려고 했어...라고 와잎후님께 비겁한 변명.
종이를 벗겨내고 도시락에서 건져내보니 더 앙상한 자태. 딩동딩동~ 거기 카스테라네 집 맞습니까? 아닌데요, 여긴 계란 밀가루 과자네 집입니다. 지루박의 3.1절 특집 카스테라는 이것으로 마감. 완패 인정!
지난주 술집에서 훔쳐온 성유리의 참이슬 포스터를 식탁옆에 붙이고 위안을...(정말 갖고싶었다..)
-제빵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의 패배원인분석을 부탁드리며, 이만.
덧글
(밀가루가 너무 많았고, 오븐에 너무 오래 넣은 게 아닌가 싶군요.)
그나저나 부인께서 참 관대하시군요.
우선 계량컵이나 저울이 필요하겠군요~ 그리고! 히히. 카스테라가 젤 만만해보이지만 젤 만들기 어려운 빵이랍니다.
첨부터 넘 무리한걸 시도하셨사와요~ 젤 만만한건 우선 마트에 파는 머핀가루같은걸 사셔서 시도해보심이...
그나저나 윗분말씀처럼 와잎후님께서 참 관대하시네요. 헤헷. ^^
...저 주셈;;
반죽이 아니라;
보통 빵은 발효의 과학인데..
우선 빵 종류는 "계량이 절반" "휘젓기가 절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계량이 정확할 수록 맛이 그럴듯합니다. 그리고 전자렌지에 버터를 녹이시는 건 좋은데 "물"이 되면 곤란하여요. (물과 기름이 분리가된 상태가 되면 안됩니다.) 전자렌지에 돌리시되 걍 몰캉하니 부드러워지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니시면 계량할때 제일 먼저 계량해서 텔레비젼 위에 얹어 두시거나 밥솥뚜껑위에 얹어 두시면 휘젓기에 적당할 정도로 몰캉해질 겁니다.
은박지 도시락 남으셨을 텐데, 거기에 머핀 해드세요. 카스테라 보다는 훨씬 쉽고 맛도 나름 사랑스럽습니다. ^^
틀이 있다면 쉬폰 케익도 만들기 만만하고 버터가 안들어가서 좋은데. 아, 갑자기 흥분했습니다. ^^;
사실 손으로 그렇게 만들기는 정말 힘들답니다. 정확한 계량 & 핸드믹서만 있다면 ^^ 카스테라도
성공하실 수 있을거에요!!!
성공했다면 더욱멋졌을것을....아쉽네요 ^^
지나가나가 혹시나 해서 남겨봅니다.
적으려고 보니..다른 분들이 잘 적어주셨네요..ㅎㅎ
노른자 흰자 거품을 잘 내는게 포인트이구..거기에 밀가루류 섞을때 거품이 죽으면 안되요..
그러니깐.휘핑을 하시면 안되고;;.. 주걱으로 살살 섞으셨어야 함; 버터는 안넣으셔도 되고..
담번엔 성공하세요..^-^
그나저나 새신발 포장지...-_-;
원주 근처 살때..알았으면 쿠키 빵 만드는 법 다 전수 해드렸을텐데..
지금은 너무 멀어서...ㅎㅎㅎ
(우리집엔 금송아지 있다~~ 는 아들넘이 친구에게 얘기하는 투랑 비슷한거 같아요...^^ㆀ)
친구들이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따로 짬밥 내세워 아는척 할 틈이 없네요.다음번엔 성공하세요
이왕이면 하트형으로 이뿌게요.
그나저나..카스테라 두번째 사진은....으흐흐~ 감자탕에서 꺼낸 뼈 같군요.
사랑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우기는 겁니다= ㄴ= ... 에, 비겁한 변명?
재미있는 그림이랑 따뜻한 글들이 좋아보입니다. 링크 신고할께요~^^
그래도 참 맛있게 보여요!
여.하.튼. 일일이 리플을 달아야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도저히 엄두가 안나네요.
2. 처음 오신 분들 반갑습니다!!(이마저 열거가 힘드네요. -_-;;)
3. 모두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여러분들의 귀중한 조언을 참고하여 제대로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성유리 참이슬 포스터는 일주일안에 떼기로 이미 경고를 받은 상태였으나 테이프가 약해서 어제 아침에 바닥에 떨어진 걸 보고 나왔습니다. 와잎후님은 그걸 다시 붙여놓으실분은 아닙니다.(관대한 게 아니라니깐요.)
4. 맥주안주로도 부적합이었어요. 너무밀가루 맛이 많이 나서. 그나저나 카스테라를 만드실수 있는 분이 이렇게 많단 말입니까? 특히 puctual님은 다시 보게됐습니다.
그리고 버터도 흐물흐물...은..삐익!;
게다가 밀가루야말로 정확히 넣어주지 않는다면 밀가루범벅이 되버리고 말거에요 ㅠㅠ
그리고 팬에 담은 후에 한두번 바닥에 내리쳐서(거꾸로 내던지는건 안되요;ㅁ; ) 기포를 좀 빼주면 폭신폭신 해진답니다..
먹진분이십니다..ㅎㅎㅎㅎ
참..빵은 레시피가 중요...계량컵과저울등과 기타등등기타등등 잔재주도 필요하실듯;;풉;
숟가락님/ 1년에 한두번 있을까말까한 일입니다.
비리님/ 자주 오시면 실망하실듯... 포스팅은 거의 안하는 관계로. 감사합니다~
PETER님/ 와이프도 먹을만하네.,,라며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감동~
미국 위태위태해도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완전 초감동ㅠ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가서 재방송 봐야겠습니다ㅠ
접촉불량님/ 방금 회사 숙소에서 4시간에 가까운 경기를 다 보고 내려왔습니다. (옆 직원들에게 미안..)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우리 팀 매 게임 너무 재미있게 잘합니다. 만쉐!만쉐!
그래도 저런 귀한 카스테라를 볼수있게된점이 우울했던 제맘이 확 풀리네요
많이웃고 갑니다
가난한 동네였던 지라, 빵사기도 부담스럽고, 온 동네에 저희 집만 제빵기가 있었거든요(그것도 혼수;;)
그 날엔 카스테라를 얼마나 많이 구워내는지. 한 참을 구워서 온 동네 사람들이랑 다 갈라먹곤 했어요.
지금은 같은 동네인데도 그런 정이 없지만요.
정이 없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