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를 향해 달려라

올해, 달력을 보았을 때 중소기업 직원으로선 감내하기 힘들었던 5월 첫째 주.
대기업(통칭해서 대기업) 직원이라면 토요일 휴무가 끼인 4월 29(토), 30(일), 5월 1일(메이데이)의 3일 연휴가 일단 보장되는데다, 며칠 뒤 또다시 5월 5일(어린색희날), 5월6일(토), 5월 7일(일)의 3일 연휴가 보장되는 랑데뷰 3점 홈런 위크!
4월부터 들떠있었을 ‘그들만의 골든 위크’, 배가 아파서 달력도 넘겨보기 싫었던 ‘그들만의 골든 위크’

하지만, 그 황금의 주간도 작은 기업의 직원에겐 어린이날을 제외하곤 전혀 쉴만한 구석이 없는 아주 평범한 주간. 자, 이래서 사람은 공무원이 되든지, 대기업을 가야 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세요.

이글루스 직원들이 대기업 SK의 붉은 나방 옷을 입기 시작한 5월 첫째 주.
쌍문동 육교 아래 메리야스 판매점의 ‘사장이 미쳤어요!’ 찌라시처럼 원주 농공단지의 중소기업 사장이 크레이지 모드를 발동합니다. 그리하여 ‘근로자의 날’과 ‘낑긴 토요일’이 붉은 색으로 변하며 우리도 나름대로 골든 위크 대열에 합류!
국민학생 소풍날처럼 전날에 이런 사실을 발표하면 기분은 째지지만, 도저히 계획을 잡을 수 없는 휴일이 되어버리는, 어쨌거나 뭘해도 중소기업의 마인드.

여하튼 5월 6일과 7일은 와잎후님과 속초로 밀월여행!

원래 토요일 오후에 출발하려던 계획이 휴무로 인해 앞당겨지는 바람에 태양다방 미스김과 점심후 커피 한잔하려던 계획이 취소! (‘우리 와이프, 태양다방 미스김 탐색 들어간다’에 한표 던진다. 의심의 여왕이시다.)

예고되었던 비는 주룩주룩,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게 좋은 거지, 비가 와도 뭐 어때’의 멘트를 날려주면 애정도 백배 상승. 하지만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는 무뚝뚝한 습자지 센스보이.
숙소 도착.
을씨년스러운 건물의 숙소. 5인 기준의 콘도를 둘이서 쓰게 된다니,
‘드디어 오늘밤 나의 현란한 공간 활용 테크닉을 발휘할 수 있는 건가....’ 라고 생각.

역시 속초여행의 꽃은 회.
짐만 던져놓고 가까운 ‘물치항’에 가서 일용할 양식을 찾기 시작.

‘광어, 우럭은 서울에서도 9,900원에 먹을 수 있잖아~’ 왠지 서울만 벗어나면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는 절묘한 생각. 고가의 털게와 감성돔으로 혼자 쏘주 두병을 뚝딱!
야성미를 자랑하는 털게

어쨌거나 서비스

역시 음식은 먹기전에 찍어야 예쁘게 나온다구

아아, 이제 바로 집에 가도 여한이 없겠어...

비가 그치기 시작하면서 등대앞에 가서 다정하게 사진 찍기에 몰두.
굵고 빨간 등대의 모양이 내 몸의 일부를 닮았네.

회센터를 나오다가 건어물점에 누워있는 오징어군단에 휘일이 꽂히고만 오징어쟁이 지루박.

아줌마 : 20마리 2만 8천원에 가져가.
지루박 : 에이, 비싼데... (미적미적)
아줌마 : 오징어 얼마나 좋은데.. 이것 먹어봐.
지루박 : (으적으적) 아, 맛있다. 그럼 열 마리만 주세요.
아줌마 : 8천원에 가져가.
지루박 : 아...네.... 여기요.
와이프 : 빨리 도망가자.
지루박 : 응.

바가지 상술과 이해할 수 없는 수학법이 엉퀸 물치항 마른 오징어 구매담.

다음날은 설악산 관광.
비가 부슬부슬 계속내리는 아침이었지만 그래도 설악산.
새로운 여행지는 찾아보기 귀찮으니 비가와도 설악산.
등산은 나의 ‘싫어싫어 리스트’ 10위권에 포진해 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니깐 문제없는 설악산.
삭도차를 타고 가자~

‘안개가 끼어 올라가도 아무것도 안보일겁니다.'라는 안내멘트에도 불구하고 ‘산이 있으니까 올라간다’는 열혈등산족의 마음으로 등반. 역시 한치 앞도 안보이는 뿌연 안개가 산 전체를 장악.


오는 길에 꼬불꼬불 길을 잘못들어 둘이 티격태격 하긴 했지만(이건 우리집안 내력인 듯하다.) 그래도 즐거웠던 속초 여행. 다같이 설악둥이의 탄생을 빌어보자, 감성돔 베이비를...
by 지루박 | 2006/05/12 01:13 | 달려라 일기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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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애타 at 2006/05/12 02:21
대물이십니다.
Commented by 조나쓰 at 2006/05/12 06:50
감성돔도 감성돔이지만,, 서비스로 나온 개불이란 녀석은 현란한 시간활용 테크닉까지 가능하게 해준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어쨌거나 운동과 공부... 신체적으로건 사회적으로건 장수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우리 모두 열심히..!!
Commented by 비리 at 2006/05/12 08:35
설악둥이를 기대합니다+_+)/흐힛!
근데 저 털게는 무서워요..ㅠ_ㅜ덜덜
Commented by 푸무클 at 2006/05/12 08:41
으헉.. 맛난 회 사진만 눈에 들어와요..
저도 얼마전에 물치항 갔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거기 큰 회센터 있죠?
쉬는 날이더라구요..- _ -...

조만간 다시 가서 꼭.. 저도 털게랑 감성돔 먹어볼테예요..ㅠ0ㅠ
Commented by 너구리 at 2006/05/12 09:01
아침부터 털게 사진에 삘 꽂혀버렸잖아요.. ㅠㅠ 설악산 사진도 너무 근사해요. 요즘엔 부부끼리 여행다니는 사람들 보면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다 난다는.. 훌쩍훌쩍..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6/05/12 09:22
빨간버섯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6/05/12 09:52
작업(?)의 정석.
성공을 기원합니다.
Commented by 토끼 at 2006/05/12 10:16
저도 성공기원.
화창하고 맑은 사진보다 더 정감있고 신선해 보입니다. 부러워요. 밀월여행..;;;^^
Commented by AMAGIN at 2006/05/12 10:31
으왓~저는 아직 속초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 풍경도 멋지고 해산물도 좋아뵈고. 와입후님과 다녀오셨다니 더 부럽습니다. 설악둥이 성공기원!!!!!
Commented by fish at 2006/05/12 12:35
흠... 속초에 다시한번 가줘야 할거 같은데요. 흠...
설악둥이라... 흠..
그나저나 원주라서 속초가 그나마 가까워 좋으시겠어요~ 맘내키면 오밤중에도 슁~ 하고 달려갈수 있는 거리!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12 13:55
애타님/ 네, 대물.... 저 생선이 좀 큰 거 였어요...^^

조나쓰님/ 요즘 너무 하는 일 없이 산다는 느낌이 들어요. 과연 여기와서 내가 배운 게 뭐가있나 싶기도 하고. 2년새 10키로가 넘게 살은 찌고, 머리는 점점 텅텅 비어가는 느낌이 드네요. 우리 모두 열심히!!

비리님/ 너무 가까이서 찍어서 그렇지, 귀엽고 맛있는 털게! ..입니다.

푸무클님/ 제가 그 회센터에서 먹었어요. 광어, 우럭은 참 싸더군요. 가깝다면 또 가고 싶을 정도로.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12 13:55
너구리님/ 부부여행 사진은 행복해 보여도 실상은 아름답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여행가서 싸우고, 도장 찍네마네... 물론 저희 부부는 잉꼬부부라....쿨럭!

꿈의대화님/ 육봉!

석양무사님/ 잘되야 될텐데요... 석양무사님의 스텔스모드 아기도 잘크고 있죠?

토끼님/ 태양다방 미스김에게 비밀로 하고 간 밀월여행. 사진에 나온 쪼글한 내 얼굴에 충격 먹어버린 밀월여행.

AMAGIN님/ 우후! 감사합니다. 결혼하고 나면 친구들이 잘 안놀아줍니다. 할 수 없이 와이프와 함께 여행갈 수밖에 없어요. ^^

fish님/ 그래도 원주에서 속초까지 1시간 반에서 2시간은 잡아야 됩니다. 슝하고 가기엔 속도카메라 위치도 파악이 안됐고, 국도에 신호도 많아서 ... ;;;
Commented by Eternity at 2006/05/12 15:03
푸핫 지루박 형님의 포스팅은 뭔지 모를 통쾌함이 느껴집니다^^ 아아 부럽습니다 !!

형수님과의 즐거운 여행~ 많이 많이 부럽네요 ㅠㅠ 저도 어서 결혼을 하고픈데 동남 아시아쪽으로 접촉해봐야할까요..

덧) 털게는 언제봐도 털스럽네요 +_+
Commented by underbar at 2006/05/12 18:44

골든위크 꼽사리에도 못 낀 구멍가게 종업원 열씨미 열씨미 종일 농땡이 안치고 일만하고..
그냥 퇴근하긴 억울하자나...휘리릭 한바퀴돌고 집에 가자고..어지간히 두터운 백과사전두께의 책도 한시간에 주파하는
그래도 좀 내노라하는 빨리읽어내기의 대가임미다만...물론 돌아서면 가격밖엔 기억에 안남곤 하지만..
지루박 청년의 글은 심오하게 조심조심 두들겨가며 읽어야 함미다..어디 미처 빼먹지 못한 털게의 하얀살이 숨어있지 않을까 - 아깝자나요...
조심 조심 휘번득 휘번득 세심하게 읽어야 함미다 ^^
현란하고 하이퀼러티한 지루박 청년의 종횡무진 언어 질주의 테크닉을 보며 하루의 노곤이 싸악 가시는데욤

설악의 정기여 그대들 품에 함께 하소서^^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12 19:15
Eternity님/ 제눈엔 필리핀쪽이 괜찮아보이더군요. 직접 다녀와봐서 그런지 순박한 것도 확실하고, 미국쪽의 피가 섞인 처자들은 환상 그자체! 농담에 제가 너무 진지하게 대응해드렸군요.(맘상하시면 앙돼요, 앙돼) 여하튼 필리핀 처자들 제가 너무 좋아합죠.

underbar님/ 중소기업의 간판은 걸었지만 직원은 저희가 훨씬 적을걸요. 커다란 건물에 사람 몇명이서 꼼지락꼼지락. 체계도 아직 덜 잡혀서 뭔가 엉성하기까지 하죠.
'종횡무진 언어 질주'는 두서없고 알맹이 없는 제 미천한 글에 대한 가벼운 질책으로 알겠습니다.^^ 글쓰기는 언제나 어려운 일이예요. 설악의 정기 잘받았습니다. 땡큐!
Commented by 언더바님 at 2006/05/12 21:34
고전적인 아케이드 내리 세판지고 홍조로 물들어 있는데 대적자가 똥누러 간사이 다시 한번 복습하며
..종횡무진 언어질주는 참 재미난 글솜씨에 대한 찬탄이었슴미다^^버럭~~
Commented by underbar at 2006/05/12 23:20
하하..막판에 내리 다섯판 이겼습니다..역쉬 초장끗발 X끗발이란 말이 맞나 봐요..마지막 사진 보니 또 지병인 싸돌아댕김 병이 도질라고...리틀 지루박 탄생하면 짧은 여행 꿈꾸기도 힘들어져요..그전에 돈닿는대로 많이 다니셈 - 이건 선배님 말씀
Commented by fromto at 2006/05/13 02:08
아이고 털썩-

지루박님이 묵으셨던 저 갓댐의 금호 리조트가 제가 꼭대기 스윗룸부터 맨아래 소규모 엠티방까지 리모델링 노가다 했던 건물이라구요~

오랜만에 왔다가 옛 추억에 잠기며 휘리릭~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13 09:42
underbar님/ 무슨 게임이시길래 모녀간에 그리 열심이신지. 전 요즘 생전 안하던 온라인 야구게임 하나에 푹 빠져서 열혈모드로 지내고 있습니다. 안하던 짓 하니 집에서 눈치가 만만찮네요.

fromto님/ 3년전인가 강원도에서 노가다하셨다는게, 포스팅 한건도 본 것 같은데, 바로 저곳이예요? 어이쿠...
덕분에 편안히 놀다왔어요. 고마워요!
Commented by PETER at 2006/05/13 23:48
털게 무섭;ㅁ;
설악둥이 나와라 뚝딱 ㅎㅎ

근데 음식사진 넘 터푸하신거 아니에요?ㅎㅎ
지루박님스러워요 ㅎㅎㅎ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15 01:28
PETER님/ 음식사진은 먹다가 중간에 찍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든거라 조금 허술 합죠. 흐흐.
Commented by purple at 2006/05/15 03:14
빨간등대에 여러 말들이 나오네요..ㅎㅎ
저는 작년에 일주일에 한번씩 속초를 다녀왔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나가다 그배호텔이란 숙박업소가 기억나고..
동명항이 횟값이 싸단 소릴 들어서 전 거길 자주 갔었습니다..
밤에 홀로 하루는 광어..하루는 우럭...이런식으로 떠서 혼자 소주를 들이켰었죠..ㅋㅋ
비가 와서 더욱 운치가 있었겠는데요..ㅎ
Commented by punctual at 2006/05/17 18:42
아.,,콘도팅의 추억이 생각나는...곳이군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18 10:36
purple님/ 하하, 그배호텔 지나가다 봤어요. 물치항 근처 대로변에 있던 곳 맞죠? 속초에서 살았던 후배녀석에게 물어보니 그 동네 사람들은 대포항, 물치항 보단 동명항같은 곳에서 먹는다고 그러더군요. 잘드셨네요. 혼자 드셨다니 멋있습니다.

punctual님/ 콘도팅의 뜨거웠던 추억이시겠죠.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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