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마땅 영감쟁이

예전에 열심히 활동하던 daum의 카페가 하나 있었다. 카페이름이 대중문화와 대중 사상인가, 뭐 그따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카페를 처음 가입하게 된 건 카페 메인 페이지에 있던 홍보문구 때문으로 대략 이러했다. ‘라디오헤드, 하루키, 파이트클럽, 카프카, 랭보를 좋아하는 사람들’ 와, 이거 설운도 양복 우와기 만큼이나 휘황찬란한 카페네, 하면서 낼름 가입했다.

역시 예상대로 카페는 재미있었다. 대략 20대 초중반의 자칭 쿨걸, 쿨보이들이 대부분이었던 이들에게 라디오헤드의 크립은 시대 최고의 명곡이요, 영화 트레인스포팅은 청춘의 자화상을 담은 희대의 마스터피스이며, 신촌 맥주바에서 도어스나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노래를 신청하고 산미구엘을 홀짝이는 것은 기깔나는 간지 그 자체였다. 아, 하룻밤만 벌떡(원 나잇 스탠드라 하던가..)도 필수요소였구나.

주류의 질서에 편입되길 지극히 싫어하고 비주류에 대한 무한의 사랑과 관대함이 넘쳐나던 그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데이빗 린치와 노무현의 똥꾸멍까지도 핥을 것 같았던 그들, 지금 뭐하고 있을까. 난 대마왕이란 자가 말하는 ‘무라카미 류처럼 살고,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경상북도 청송군 토종닭살 돋을 정도로 거북해 하는 사람이다. 대체 나의 쿨군, 쿨양들에 대한 포비아는 언제부터 온 것일까. 날로 심해져가는 이 꼰대 근성은 또 어떻구.

맛나다는 도나쓰나 햄버거 얘기 들을 때마다 영철버거에 공짜 콜라가 생각나고, 스타벅스에서 비싼 커피 시켜놓고 쪼그리고 앉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펼쳐 읽는 것을 보노라면 가오리찜에 막걸리 먹고 싶은 생각이 들고, 애국심이라곤 코딱까리만큼도 없는 주제에 미쿡은 어떤데, 니뽕은 어떤데 우리나라는 왜이래, 란 말을 들으면 똥구멍에 태극기를 꽂아버리고 싶기도 하고.

20대때 꿈꾸었던 예쁘게 늙은 아저씨가 되는 건 물 건너 간 것 같다. 몰골도 추해진데다 가슴엔 성게 껍데기가 잔뜩이니. 이제 신지호나 서경석 같은 사람만 좋아지면 인생 편해지겠다. 그날까지 궈! 궈!


* 여기 오고 나서 병이 심해졌다. 정말 이렇게 살기 싫었는데...(토닥토닥)

** 까칠하게 설사글을 남겨서 죄송. 덧글 쓰고 싶은데 어이없어 쓸 말이 없는 분들은 내일이 울 와잎후님 생신이니 같이 축하나 해주셈. 가난뱅이는 주둥아리와 육탄선물만을 준비했을 뿐.
by 지루박 | 2006/05/26 18:31 | 달려라 일기 | 트랙백 | 덧글(26)
트랙백 주소 : http://xirupark.egloos.com/tb/133484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Layner at 2006/05/26 20:38
축하드립니다! 내일은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런데 육탄선물만으로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
Commented by PETER at 2006/05/26 20:38
영철버거에 공짜콜라! 이거도 좀 변했는데 한번 들러보세요. 훨씬 넓어지고 2000원짜리 신메뉴도 나왔는데.. 좀 변하긴 했지만 공짜콜라는 그대~~~~~로

무슨 말쌈을 하시는지는 알거 같아요.
여기저기 블로그를 다니다보면 쿨보이 쿨걸들의 코리아포비아틱한 포스팅이 참 많더랩니다. 똥구멍에 태극기까진 아니더라도, 민쯩 뺏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들어요...
Commented by PETER at 2006/05/26 20:39
아차... 와잎후님 생신 다함께 축하~~~~ㅎㅎ
Commented by 땅콩 at 2006/05/26 21:34
제 속이 다 시원해집니당.^^ 저도 꼰대인가보군요.ㅎㅎㅎ
Commented by kyle at 2006/05/26 22:29
어이구, 가족분 생일 축하드려요! 육탄선물이라니! 흐흐.
'20대 때 꿈꾸었던 예쁘게 늙은 아저씨'는 둘째치고 벌써 하나도 안 이쁜 20대 여기 있어요 에휴.
Commented by purple at 2006/05/26 23:33
일단 감축드립니다...
그네들이 쿨하던 쿨한척 하던...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을 한번이라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ㅋㅋ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26 23:50
Layner님/ 고맙습니다. Layner님은 언제나 1등이 아니면 덧글을 남기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1등덧글쟁이!

PETER님/ 후문에 본점은 아직도 합니까? 체인점 그렇게 많이 만들었으면 나같으면 돈 싸짊어지고 파푸아뉴기니에서 집짓고 살았을건데.. 성공하는 사람은 역시 다르군요.

땅콩님/ 언제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건 기분이 좋습니다. 땅콩님도 꼰대~ ^^

kyle님/ 글 잘쓰시고 감성 풍부하시고 부모님 공경하시고... 너무 이쁜 20대이신것 이미 확인했습니다.

purple님/ 그러게요. 요즘 제가 왜이리 차가워지고 인간 꽈배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드니 왜이리 간섭하고 싶어지는지...
Commented by 아임낫네티즌 at 2006/05/26 23:56
라디오 헤드..지겨워~, 하루키...몬소린지 모르겟어~,파이트 클럽..징그러~, 카프카..난해해~, 랭보..왠 모하는 애야? 시인이 맞긴 맞아?~...깊이없이 겉으로만 빠져드는 쿨함이란..한숨만 절로.신촌 맥주바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에 산미구엘이라...지금은 안타깝게도 사라졌지만, 종로 피맛골에서 고갈비에 동동주 들이부으며 이 나라와 민족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던 청춘이 그리워집니다.

그나저나, 와입후님의 탄신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육탄선물, 화이팅 하시길~^^
Commented by marlowe at 2006/05/27 00:06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속물근성은 있다고 봐요.
부인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6/05/27 01:00
축하드립니다. 육탄서비스만큼 좋은 선물이 또 어디있겠습니...

어잌후;; 나 원참 오늘 합주실에서도 야한이야기로 유빙횽아에게 열라 까불었는데
지사마께 까지...용서하소서...흙흙흙 ㅜ.ㅜ
Commented by underbar at 2006/05/27 06:53
푸훗!! 육탄선물 그거 받는 새댁은 "아! 되꺼덩" 이거덩요 ^^
좋은날 좋은 추억 만드시길...나름 리틀 못마땅 지루박 지름이 가장 큰 선물일수도 있긋네요 모ㅡ.ㅡ

흑흑흑...대한의 남아들 어찌그리 똑같이 한결같으신지
어제가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집적 집적 ........................... 아! 되꺼덩~~
Commented by 피피 at 2006/05/27 09:46
카페 이름이 좀 웃겨요. 호호호호~~
남들이 내는 의견이라고 별 신경쓰지도 않고. 아~ 쟤는 저런생각이구나.
하고 흘러듣는 성격이라서 그다지 거슬리는 것은 없지만,
모르는거 아는 척! 없는데 있는 척! 하는 사람들은 무지 시러해요. 헤헤

지루박님 와입후님 생신 무자게 축하드려요.
글고 머랄까. 나는 남친이 평소에 안그래서 그런지
왜 쫌 닭살스런 말 있잖아요. 그런거 좋던데. 푸후훗~ 즐건 밤 보내세요.
비도 오니 어디 나가기도 그렇고. 집에서 오붓하게 계시기 딱 좋겠네요. ^^ 하핫~~
Commented by 우유차 at 2006/05/27 13:32
정말로 멋진 사람들은 굳이 쿨한 척 하지 않아도 멋있다- 가 요즘의 생각입니다. 내공으로 승부하시는 멋진 지루박 님! 육탄 선물의 실체는 꼭 공개해 주세요! ^^
Commented by 조나쓰 at 2006/05/27 20:22
으음... 육탄선물에 앞선 주둥아리도 내심 기대되는군요...
와입후님께 저도 축하하다고 전해주십시오..^^*
Commented by eighty-six at 2006/05/28 22:00
뒷북 축하도 받아주실거죠? :) 오랜만! 늘 포스팅은 반갑게 읽고 있었지만 뭐랄까, 유부남과는 거릴 둬야 한다는 순결한 노처녀의 강박관념 때문이었달까(먼산) 덧글이 소원했었다는; 에잇, 이건 핑계고!
이런 방식도 있고 저런 방식도 있단 생각을 해요. 그저 각자 다름을 인정하면 그만이라고. 비빌 언덕 없는 나지만 꼬임없이 곱게 늙자 노력중입니다요. 하지만 자신의 5센티 취향으로 쿨함을 떠벌이는 인간들을 볼때면 여전히 피가 역류해-_-
Commented by PETER at 2006/05/28 23:51
후문에 있던게 자리를 옮겼어요. 더 크게 확장이전해서 럭셔리하게 원두커피같은것도 판다니까요. 하지만 맛이 변하진 않았어요. 다른 식당들은 잘되면 주인은 놀러다니고 그러는데 영철아저씨는 절대 가게를 비우는걸 못봤거든요.
그뿐인가요. 장학금도 꾸준히 쾌척하시고-

참고로 전 돈벌면 돈으로 만든 방석에 앉아서[진짜 돈방석] 주식놀이할겁니다. 으하하하
망해도 좋아~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29 10:02
아임낫네티즌님/ 갑자기 피맛골의 추억이 떠오르는 군요. 고갈비 파는 그 집은 막걸리가 너무 뜨뜻해서 토할까 말까 고민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젤 좋아했던 집은 교보문고 옆의 열차집. 쵝오!

marlowe님/ 그걸 예쁘게 보지 못하는 제 스스로에 대해 반성중입니다. 흙.

꿈의대화님/ 이정도 얘기로 용서받으면 전 천하의 쪼잔맨이 되고 맙니다. 강도를 바짝 올리셔도 괜찮아요.

underbar님/ 지난주 이글 올려놓고 아무래도 찜찜한지라 들어가는 길에 케잌, 플라워 2종세트를 들고 가는 마음약한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바디 프레젠트와 함께 3종 셋트를 완성시켰죠. 흐흐, 전 아직 신혼!

피피님/ 저도 왠만하면 흘러듣는 스타일이긴 한데 일단 상태가 심한 곳에 가면 이상하게도 싸움꾼 기질이 발휘되서, 시비 걸고 싸우고 놀았던 안 좋은 추억이 있어요. 옛날 얘깁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29 10:02
우유차님/ 얼마 전에 다시 글 올리기 시작하는 걸 확인했었죠. 덧글 타이밍을 놓쳐서 흔적은 남기지 못했지만 여하튼 반갑습니다. 전 내공 없어요. 못마땅쟁이일 뿐.

조나쓰님/ 현란한 주둥아리 테크닉도 자랑거리죠. 흐흐.

eighty-six님/ 요즘 바쁘게 사시는 것 같더군요. 에너지 넘치는 모습 또한 여전하시고. 전 요즘 확실히 뾰족해졌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전제는 자기 자신의 현재에 대해 큰 불만이 없어야 될텐데 지금 상태는 예전에 제가 생각했던 거완 너무 차이가 나요.
위에 포스팅 괜히 했나봐요. 지금 보니 저 글 엄청 찌질스럽군요.^^

PETER님/ 친하게 지냅시다~

축하해주신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축하 안하신 분들은 메모해 두겠습니다. 희희.
Commented by decca at 2006/05/31 09:06
음 한 편의 시같네요; 감동; 축하드려요; (__) 메모에서 빼주세요.;
Commented by 마쉬멜로우 at 2006/05/31 11:18
와아~ 축하드립니다~~~~
(저도 빼주세요...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5/31 21:00
decca님/ 감사합니다. 중요체크 명단에 기재했습니다.^^

마쉬멜로우님/ 감사합니다. 요즘 인콜드블러드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위에 decca님께도 함께 감사!(전 책읽는 속도가 왜 이리 느린지 몰겄어요..-_-)
Commented by ironies at 2006/06/16 15:57
안녕하세요. 가끔와서 보는데요. 재밌어요. 영화평들도 쌔끈하시구요. 첨 남기는 코멘트입니다..그런데.. 제가 그런 비주류에 심취했던 그 세대입니다. 바로 여기있습니다..-..-;; 그런데... 음.. 여전히 비주류 즐깁니다. 여전히 하루키도 좋아하구요. 그런데 그게 겉멋만은 아닌거 같아요. (님 포스트 읽구서 불쾌해서 쓰는 글은 절때루 아니예요 ^^;;) 그냥.. 그랬던 세대들은 어딨을까하시길래.. 저요. 하고 손을 들어야만 할것같은...-ㅂ-;; 본능에...불쑥...흡...그럼 안녕히계세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6/16 18:50
감사합니다. 그냥 저 날은 왜 저런 글을 썼는고 하니 저한텐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날카로워 지는 날 같은게 있는데(늘그막의 질풍노도라고나 할까)세상이 왜 이따위냐..난 왜 이꼬라지냐..하면서 남탓도하고 신세 한탄도 하는 바로 '그날'이었더랩니다. 저날은 뭐가 싫었냐믄, 촌에서 오래 살다보니까 스타벅스에 앉아계시는 비주얼 강렬한 아가씨들이 그립기도 하고(완전 아저씨의 입장에서..)근데 그 풍경을 상상하자니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 비쥬얼들이 같이 떠오르고 하다가 예전 카페에서 있었던 어이없는 글들, 사건들이 생각나서 폭발! 해 버럈네요. 그 카페.. 불명확한 내용을 불명확하게 받아들이고 불명확하게 결론내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러니 원나잇스탠드에서 비롯된 성추행 사건들이 그 카페 익명게시판에 빈번하게 올라오고... 울고불고... 정치적인 사고도 입으론 진보지만 자기 생각을 쉽게 바꾸려들지않는 수구쟁이들에... 그냥 당시 카페 분위기가 지금의 세상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썼던 글이예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6/16 18:50
하루키, 류의 글은 저도 한때 열렬하게 좋아할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그들보다 더 위대한 사람은 많다라고 느끼는 입장이구요. 머, 여하튼 이래저래 사는게 불편해서 키보드질 해버렸습니다. 삐뚤어진 영감쟁이에 회개의 기회를....ironies님이 이렇게 얘기 해주시니 감사해서 몸둘바를 모르겠군요.(사실 이 포스팅 하고 나서 조회수 폭락했어요. 히히히)
Commented by ironies at 2006/06/21 15:29
^^ 친절하시네욤. 전 이 포스트에도 또 나름 공감하는지라..에헴... 머 줏대가 없달수도 있고..암튼..^^;; 무라카미들은요 위대하다기보다는 친절했던것 아닐까 싶어요. 혼란스러운 우리 세대가 공감을 얻을 수 있게해준 친구같다고나 할까..머 그런 느낌이요. 그 글들을 읽어서 배울건 거의 없었지만, 혼란자체를 혼란으로 여기게 해준 도우미라고나 할까..머..그런거요.. 아..난데없이 또 이런 글을 왜 여기다 또 남기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친절하고 재밌으신 지루박님 화이팅이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6/21 18:51
전 하나도 안친절한 사람입니다. 냉랭한데다 아침에 와이프랑 다투고, 울리고 온지라 지금 마음이 불편합니다.
저도 이런글을 왜 여기다 남기는지 잘 모르겠네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