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월드컵 개막

월드컵이 개막했다. 이전에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난 축구라는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90분간 공 하나를 놓고 우루루 몰려다니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걸 보고 있노라면 지겹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물론 축구를 보는 눈이 없어서란 건 잘 알고 있지만 경기 특성상 역전의 가능성이 제일 희박하다고나 할까, 왠만해선 흐름을 바꾸기 어려운 면이 타 스포츠에 비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인 듯. 엊그제 밤에는 잉글랜드와 파라과이의 경기를 3개 공중파에서 중계 해대길래 어쩔수 없이 쳐다보고 있다가 전반 20분쯤 잠들어버렸다. 최고 꽃미남이라는 산타클로스의 미모가 언론의 구라에 영 못 미쳐 많이 실망. 하지만 베컴은 역시 베컴!

애들 소리 꽥꽥 지르고 다니는 것 싫고, 광적으로 집착하는 게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여하튼 그냥 그거 싫어하는 사람들, 다른 스포츠 좋아하는 사람들 누릴 권리도 줬으면 하는 바램. 벌써부터 오락프로들 불방 되기 시작했고, 뉴스도 볼 게 없어졌다. ‘숙소 주방장의 24시’ 같은 걸 궁금해 하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귀한 전파 낭비하는지. 마음 같아선 빨리 예선 탈락 확정지어서 이 세상이 안정을 찾았으면 싶지만 그러면 또 방송국에서 ‘이대론 안된다. 유소년 축구기금 마련 ARS 700-..’같은 세금 거둘거고 ‘K리그 보기 운동’, ‘K리그 공중파 고정 편성’ 같은거 하겠지. 어이쿠.

나 때문에 월드컵의 흥분을 느낄 수 없다고 아내가 심심하다해서 멀티플렉스에서 중계를 보기로 예약을 했다. 어제는 마트에서 우유를 사면서 조잡한 응원나팔이 붙어 있는 걸 굳이 골랐다. 빽빽 불어대면서 고삐리, 대삐리 애들과 소리도 질러보고 해야지. 4년 만에 처음으로 축구경기를 보는 날이 될 듯. (‘비더 레즈’ 티셔츠조차 없어서 노란티 입고 갈 예정)

위 사진은 1년 전에 디씨 축갤의 짤방에서 보고 너무 재밌어서 저장해둔 건데 예전에는 저런 얼토당토않은 훈련이 많았던 것 같다. 얼음장 깨고 들어가 앉아 있기라던가, 해병대 입소 같은 정신력 훈련도 참 부질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저 사진을 보니 허영만의 ‘무당거미’에서 파도를 상대로 물속에서 스트레이트 연습을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아, 얼마전에 봤던 '구타유발자들’에서 ‘아, 이 녀석 납덩이를 차고 있었잖아.’라는 대사도(쇠덩이던가?) 이런 잡생각들을 떠올리게 해서 조금 피식.

그나저나 그 놈의 MMS인가 하는 것 땜에 테레비 화질이 영... 찜찜하여라.
by 지루박 | 2006/06/12 11:24 | 달려라 일기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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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6/06/12 11:59
전 우리편 등을 뜀틀넘기처럼 팔로 강하게 차고올라 오버헤드킥 하는 생각을 했습..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6/06/12 12:33
노랑티는 스웨덴입니다 :)
Commented by marlowe at 2006/06/12 13:10
이상무의 [울지않는 소년]의 마지막 장면에서 차범근이 서독에서 분데스리가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에서 친선경기를 펼칩니다.
독고 탁이 형인 준의 등을 발판으로 졈프하면서 골을 넣죠.
(정말 저런 만화같은 훈련이 있었군요.)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6/06/12 16:35
제 생각에 축구는요. 그냥 보다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재밌어집니다.
특히, 골 들어가기만을 학수고대하다보면 화장실도 못갑니다.
Commented at 2006/06/12 17: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윤군 at 2006/06/12 18:00
한명이 볼을 잡고 아홉명이 그 주위를 둥그렇게 둘러싼 후 슬금슬금 전진하는 전술은 어떨까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6/12 18:47
알바트로스K님/ 묘기 대행진이 될듯. 꼭 캡틴츠바사같은 구라 축구만화같아요.

꿈의대화님/ 스웨덴이면 그나마... 성남 일화 천마축구단 서포터죠! 삼정톤!

marlowe님/ 그 만화 저도 봤어요. 독고탁 스포츠만화는 은근히 다 감동입니다.

석양무사님/ 일단 좋아하는 팀이 생기면 재밌어질 것도 같아요. 예전에 이유없이 피아퐁이 있던 럭키금성을 좋아해본적이 있는데 그땐 제법 볼만 해지더군요. 억지로 좋아하는 팀을 하나 정해야 될 듯.

윤군님/ 덧글 보는 순간 이거다 싶습니다. 정말 좋은 전술 같아요.
Commented at 2006/06/12 20: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호빵 at 2006/06/13 00:19
"이왕기름넣을거최대성능으로가득염~" 오늘 친구한테 이거 메세지 보냈다가 전화받았습니다. 메세지 잘 못 보냈다고..-_-; 월드컵 중에도 롯데 화이링~!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6/13 09:18
비공개님/ 네.

호빵님/ 일요일 경기는 너무 아쉬웠어요. 교주님의 호투를 승현이가 드디어 한게임 날려 먹었네요. 후반기 미친 모드가 한번 발동되면 4위가 불가능은 아닌데 꼬라지봐서는, 영... 언제나 화이링!
Commented by underbar at 2006/06/13 10:09
빨리 예선탈락 확정지어서 ...이거이 안티 지루박 클럽 결성될 조짐이 꼬물꼬물 ^^
제눈엔 축구나 야구나 공하나갖고 땀 빨빨 흘리긴 마찬가지로 뷔는데욤 ..그래두 이왕지사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이겨두 져두 시끄러울건 매한가지..한국 화이팅!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6/13 10:24
어차피 인적 드문 블로그인데다 지루박 성질 드러운 것 다 알고있을거니깐 괜찮음.
진짜로 축구경기 보는 것보다 '주몽'보는게 훨 나음. 어제 결방에 마음 아팠음.
여하튼 야구나 배구 같은게 개인적인 취향에 맞음. 아주 흥분 잘되고 오줌도 찔끔거림.
엊그제 언더바님의 포스팅은 오늘 대한민국 승리를 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저작권을 문제 삼지 않겠음. 킥킥킥(이거 월드컵용 웃음이랍니다.)
Commented by fish at 2006/06/13 14:52
저랑 같이 사시는 분께선 sbs에서 해주는 검도시합 중계 외에는 다 안좋아 하는지라 ...
요즘 티비만 틀면 다 축구라 차라리 채널3번의 택견을 보시겠답니다. ;;
검도시합은 왜 일년에 한번인지 모르겠다면서...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6/14 10:10
fish님/ 작년 개막행사때에 최민수가 진검으로 볏단 자르는 것 본 것 같은데.... 역시 사람들의 취향은 이렇게 다양하군요. 전 어제 와이프랑 축구보러 나갔다가 열심히 응원 안했다고 계속 야단 맞았습니다. 패스도 잘 못하고 시원스럽지 못해서 투덜댔더니..흐흐.
Commented by GamerDash at 2006/06/17 10:24
안녕하세요. 가끔 들려서 보다가 오늘에야 링크해갑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6/17 15:30
감사합니다. 링크 라인업에 제것도 있는 걸 보니 감개무량입니다.
Commented by PETER at 2006/06/17 22:51
오늘 저거 신동엽 있따없다에서 봤어요!
저 전술하면 경고랍니다 크크크
진짜 놀란게 64년도인가 이탈리아-북한팀이 "사다리전술"이라고 저런 전술을 구사해서 이긴거였다더군요!~
사다리전술이 선수들이 쫘라락 서로서로 도움을 줘서 높이~뛰어서 헤딩을 하는거라던데-_-
그 이후로 금지됐데요 크크크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6/18 14:52
와잎후님께서도 제보를 해주시더군요. 저의 승리 전술 하나가 그냥 무너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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