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잡지 看電影 봐요
중국의 거리를 지나다 가판대에서 영화잡지를 샀습니다. 대낮에 직원들은 호텔에 뻗어있고 시간은 아깝고 해서 주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구입했습니다. 얼마인지 가격을 몰라서 일단 10위안을 줬는데 거스름돈 줄 생각을 안하더군요. 거스름돈 달라고 손짓을 하니 주인이 막 짜증을 내면서 군시렁 댑니다. 알고 보니 책가격이 정확히 10위안이더군요.

한달에 3번 나오는 잡지인데, 이거 꽤 재밌습니다. 글을 읽을 순 없어도 사진도 많고 기획기사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영화 주간지가 3종류인걸로 알고 있는데 전 볼 때마다 ‘각각 왜 이리 개성이 없을까’라는 생각 많이 합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파는 잡지치곤 독자 수준을 너무 높게 잡는 게 아닌가 생각 많이 합니다. 정성일의 폼나는 글도 좋지만 ‘샤를리즈 테론 vs 안젤리나 졸리의 구두 대결’같은 기획 기사는 잘 없어요. 광고, 광고, 리뷰, 리뷰, 리뷰, 인터뷰, 대담, 끝. 늘 이런식이죠.
표지입니다. 看電影, 영어로는 당연히, movie view입니다. 부연설명 필요 없죠?
권두 특집기사는 '캐리비안의 해적2'입니다. 무려 8페이지를 할애했구요, 겉표지 앞뒤로는 광고가 있는게 아니라 올란도 블룸과 키라 나이틀리의 화보가 있습니다. 게다가 캐리비안 해적의 포스터가 부록이네요. 저런 식으로 데비 존스의 그래픽이 설명되어 있고, 뒷장엔 큰 수레바퀴 위에서 싸우는 장면을 만화로 분석해 놓은 페이지도 있어요.
Cars가 소개되었네요. 카스 맥주가 먹고싶어지는 밤입니다.
기획기사로 픽사의 작품들을 연대별로 분석했습니다. 회사 내부 사진도 많네요. '怪物公司'는 몬스터 주식회사, '皮克斯'는 픽사를 뜻하는것, 감 잡으시겠죠? '마이애미 바이스'의 기사도 있는데, 공리가 나오는군요. 호오.
이 영화는 '영웅'이나 '무극' 같은 대작인가 봅니다. '묵공'(墨攻). 뭔 말이죠?
아래에 있는 여배우 귀엽게 생겼네요. 유덕화, 오기륭, 우마, 안성기가 나옵니다. 최시원이란 애도 나오길래 검색해보니 수퍼주니어 멤버네요. 하하.
한국영화 7년사 대특집입니다. 연도별 흥행 10위권 영화들을 분석했어요. 한국영화에 대한 페이지 할애가 대단합니다. 한국영화의 위상이 해발 8000미터 라는 걸 느낍니다.
대표감독 분석까지 하네요. 차범근, 김재박, 김인식...
'트랜스포머'라는 변신로봇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했군요. 트럭이, 택시가 로봇으로 막 변합니다. 이런 장난감, 문방구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미리보는 영화로는 페넬로페 크루즈와 기네스 펠트로가 나오는' 더 굿 나잇'의 아찔한 촬영장면이 소개되었습니다. 벤 애플랙의 '곤, 베이비, 곤'의 촬영장면도 있구요, 20여편의 소개중에 우리나라 영화는 '플라이대디'를 포함해서 5,6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별점 매기기 중엔 제니퍼 애니스톤이 나오는 'The Break Up'이 '分手'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실컷 열 내서 리뷰했으나 별 두개반을 줬군요. 참고로 별점소개에서 최악의 점수는 우리나라의 '로망스'군요. 별 한개반.
월드컵 기간이라 재밌는 기사도 있군요. 배우들과 축구선수들의 닮은꼴 비교입니다. 호나우딩요..안습입니다.
DVD소개는 따로 별책부록입니다. 왕의남자가 표지네요.
내용중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 10주년 기념판'소식입니다. 홍콩에서 나왔구요, 왕가위의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저 패키지의 뽀대는 샤라포바 신음소리 마냥 매혹적입니다.
'사고 싶어, 사고싶어'라고 발을 동동 굴러봤자 가격이 플라이 하이입니다. 예스아시아기준으로 20만원? 포스터 빼면 17만원이 넘는, 이건희 아들놈이나 살 법한 비겁한 가격이군요. 빤쓰 주는 DVD는 난생 처음입니다.
70년대 영화 50선을 DVD로 소개했습니다.

혹시 어디서 베껴왔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홍콩잡지를 베낀것 같은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만) 그래도 한달에 3번 나오는 잡지치곤 기획력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광고도 거의 없어요. 사진도 많구요. 네..그런게 좋다구요. 영화리뷰들의 틀에 박힌 문장들, 게다가 평가도 똑같은 눈치 리뷰들을 보느니 이런게 훨 좋단 말이죠.

중국이야기는 여기서 장렬하게 종결합니다. 한번도 얘기 안했던 중국에서의 야간생활은 저만의 추억으로 간직할랍니다. 씨익~
by 지루박 | 2006/07/12 02:48 | 울지마 영화 | 트랙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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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외눈박이섬의 삼지안 at 2006/07/14 22:40

제목 : 트랜스포머 실사판, 어디까지 왔는가?
지루박 님의 중국 영화잡지 看電影 포스팅 내용 중 트랜스포머에 관한 기사가 언급되어 있어 현재까지의 제작과정에 대한 공개된 부분만을 집중공략해 보기로 결정하고 마이클 베이(이하 베이) 감독의 난공불락 베리어를......more

Commented by NUAGE at 2006/07/12 03:07
아니, 잡지소개를 흥미롭게 다 읽어내렸는데, 야간생활이 더 흥미로워지는군요. 공유하세요 ㅋㅋ. 아 그나저나 잡지 꽤 괜찮군요. 다음번에 중국들어가면 두권 정도 사서 중국어 공부에 보탬을 해볼까요 ㅎㅎ
Commented by 얼음칼 at 2006/07/12 09:34
예전에 제자백가 중에서 묵자의 제자들이 농성을 잘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농성전을 묵수(墨守)라고 했었습니다. 묵공은 그 반대로 묵자의 제자들이 공격을 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Commented by punctual at 2006/07/12 10:11
우..아...저 많은 필진...

저 많은 인구의 블로그 같은것이 자유공개되면..그것도 해일의 일종이 될지도..
Commented by 토시 at 2006/07/12 10:18
참............. 조잡스럽게 도 잡았단 생각이 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7/12 11:00
NUAGE님/ 전 중학생때 일본 로드쇼, 스크린 열심히 보다가 일본어를 깨우쳐 버렸습니다. 영화에 관심많으시면 저런 잡지로 공부하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더 좋은 방법은 집에 애인을 두는 방법이지만, 쿨럭!

얼음칼님/ 그렇군요. 덕분에 새로운 것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puctual님/ 전 이번에 중국에 진출한 '싸이월드'가 중국에서 친구관리 이상의 기능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엄청난 인구들의 네트워크는 생각만 해도 후덜덜이예요.

토시님/ 네??? (토시님 말씀을 이해 못하고 있습니다..) 잡지는 절대로 조잡하지 않아요. 인쇄수준도 뛰어납니다.
Commented by 토끼 at 2006/07/12 11:39
추억을 나눠주세요. -_-
Commented by marlowe at 2006/07/12 11:47
[묵공]의 원작은 일본만화인 데,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할 무렵 묵가의 제자 혁리가 성을 지키면서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유덕화가 혁리를 맡았고, 안성기가 성을 공격하는 장군을 연기합니다. 홍금보 아들도 출연한다더군요. 확실히 우리나라 잡지는 너무 비슷비슷해요. 너무 점잔만 뺀다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6/07/12 12:52
번외나 외전 같은 거 서둘러 올려주세요. 너무 재밌습니다.
Commented by 똥사내 at 2006/07/12 14:39
저것들은 다 간체인가요
간체는 싫어 그렇다고 번체를 아는 것도 아니지만 쿨럭
Commented by 똥사내 at 2006/07/12 15:45
십구만정도할거예요
산요 중에는 보급형이라 저렴한
나중에는 무비디자카메도 한번 구입하고 싶은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7/12 16:06
토끼님/ 안됩니다. 위험해집니다...

marlowe님/ 만화 원작까지 있었군요. 키노나 씨네21이 우리나라 영화비평에 지대한 공을 세우며 수준을 높인 것은 인정하지만 모든 기자들의 정성일화라는 이상한 현상을 만든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영화평을 쓰는 아마추어들도 그걸 자꾸 모방하려 드니 참 재미없어요.

석양무사님/ 소재가 바닥났습니다. 기껏해야 '외전! 면세점에서 산 선물 시리즈 살펴보기'나 '중국 명소 입장권 분석!'따위의 글만 생산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방문자수 격감 우려가 있어요.^^

똥사내님/ 헉, 빠르십니다. 요즘 디카 싸군요. 싼가격이긴 하지만 그 정도 돈도 나올 곳이 없는게 지금의 문제...좌절.
Commented by 아임낫네티즌 at 2006/07/12 21:05
중국에서 10위안짜리면..상당히 비싼 책이네요..ㅋ
Commented by 비에로 at 2006/07/13 13:28
우아. 디게 재미있겠네요. 보고 싶어지네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7/13 18:02
아임낫네티즌님/ 저도 10위안은 안넘을줄 알고 거스름돈을 기다렸는데 안주더군요. 책이 꽤 두께가 있습니다.

비에로님/ 명동 중국대사관 골목 서점에 있을지도 모르나 굳이 발품 팔아서 볼 정도는 아닙니다. 이런저런 정보 주워담고 므흣한 사진도 보고나서 휙 던지는 잡지!
Commented by underbar at 2006/07/18 09:15
<위 본문 내용과 아무 관련없는 생뚱한 덧글임>

연휴 잘 보내셨나요..윗쪽 지방에 비 많이 왔다던데 떠내려가진 않으셨는지 ...아! 비 질기게 질기게 내립니다
그래두 이번주는 우덜도 주오일 입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7/18 09:51
토요일 오후에 서울 올라가는데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은 그때부터 통제되더군요. 집 비워두고 3일동안 띵가띵가 놀다왔는데 집은 아무 이상없어요. 고지대의 장점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여기 비는 아직도 무섭게 내리고 있어요. 걱정해주는 사람 아무도 없구나하면서 투정이나 부려볼랬는데 역시 underbar님 이십니다.

백만년만에 한번씩 오는 주 5일 근무는 역시 생활의 활명수입니다.^^
Commented by ArborDay at 2006/07/23 13:26
한 달에 세 번 나오는 잡지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충실하네요. 재미있구요.
우리나라 잡지들은 독자 수준을 너무 높게(아니면 엘리트 의식에 근거하여) 잡는게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확실히 그런 생각 종종 하고는 해요.

덧. 호나우딩요 캐안습!!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7/24 14:12
영화 평론 같은 건 각자의 경험이나 개성이 중요한데 기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버리고 보이지도 않는 '정답'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나중에 욕을 안 먹기위한 안정적이고 방어적인 글들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무지하게 재미없어요.
지난 토요일에 윤종신이 DJ보는 라디오방송에서 모 기자가 '다크 워터'에 대해 프로그램 내내 혹평을 하고선 마무리 멘트에선 '그래도 월터 셀러스감독이니깐 별3개!'라고 하던데 눈치보기와 소신없음의 대표적인 케이스죠. 대부분이 그런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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