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했삼 크림소스 골뱅이
영화 ‘괴물’이 준 가장 큰 선물은 골뱅이입니다. 괴물의 최고 미덕이라면 가족애도 한국사회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아닌 골뱅이 통조림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래서, 최근 한 달 동안 골뱅이무침을 세 번이나 만들어 먹었습니다. 3번이나 만들었더니 이제 골뱅이 무침은 발로도 만듭니다. 호프집에서 골뱅이빨 세운다고 구박받던 그 시절을 생각하니 감개무량합니다.

하지만 이제 파와 고춧가루가 범벅이 된 골뱅이 무침은 조금 질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요리법을 생각해봤습니다. 크림소스를 기본으로 한 크림소스 골뱅이! 그런 요리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지만 어쩐지 맛있을 거라는 자기암시에 깊이 빠져버렸습니다. 자, 이름은 ‘발로 했삼 크림소스 골뱅이’라고 ‘이홍렬의 참참참’스럽게 지어봅니다. 레드썬!

자, 크림소스를 만들기 위한 늠름한 병사들이 2열 횡대로 서 있습니다. 신토불이 밀가루 병장과 달동네 출신 이플러스 우유 상병, 그리고 미 8군부대에서 온 용병 버터 일병과 생크림 이병 입니다.

먼저 크림소스를 만들어야 됩니다. 버터와 밀가루를 녹이고 생크림을 털어 넣습니다. 생크림의 부피에 비해 의외로 소량이 나오니 부잣집 아들처럼 재료를 숭덩숭덩 넣습니다.

우유를 넣고 붕붕 저어주면 크림소스가 완성됩니다. 켁, 벌써 완성이야? 라고 생각했을 만큼 별 것 없네요. 서양소스란 놈은 결코 두려워 할 존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골뱅이와 함께 먹을 야채들입니다. 기존 빨간 골뱅이 무침의 파 베이스를 탈피 해봅시다.

냉동실의 마늘을 꺼냈습니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얇게 잘라 볶아 봅니다.
냉장고에 오래 있다보니 마늘이 황달에 걸렸는지 누렇게 떴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아요. 이렇게 열을 받으면 제 색깔을 찾습니다.

이젠 마트에서 사온 느타리버섯을 잘 씻어 넣습니다. 송이버섯의 각 잡힌 자태에 비하면 상당히 B급스럽게 생겼지만 흐물흐물 해지면 골뱅이와 궁합이 잘 맞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한통을 사서 4분의 3정도만 넣었습니다. 나머지는 다음에 라면 끓일 때 넣어야죠.

양파를 넣습니다. 빨간 골뱅이 무침에서 주인공 파의 조연 역할을 하는 녀석입니다. 여기서도 역시 조연입니다. 갑자기 가수 양파는 요즘 뭐하며 먹고 사는지 살짝 궁금해집니다.

골뱅이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봅니다. 20초를 넘지 않게 살짝 남궜다 꺼내면 통조림 국물에 베었던 조미료향과 비린내가 달아납니다. 일반 빨간 무침 할 땐 뜨거운 물을 부어주기만 해도 되지만 오늘은 특별한 요리를 하는 날이니깐 유난을 떨어봅니다.


볶은 것을 골뱅이와 함께 얹고 만들어 놓은 크림소스를 붓습니다. 한손엔 사진기를 들고, 한손엔 냄비를 들고 이게 뭔 짓인가 싶습니다만 이런 거라도 안 찍으면 카메라에 곰팡이 생깁니다.

피자 치즈를 위에 뿌립니다. 그리고 전자렌지에 2분 30초를 트위스트 시키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골뱅이와 함께 나미의 ‘빙글빙글’을 불러봅니다. 콧소리를 내며 ‘그저~~’하는 건 전국민 성대모사의 기본이니 항상 연습해 둡시다.

땡! 와우 멋집니다. 기대 이상의 비쥬얼입니다.

버섯, 양파, 골뱅이를 포크로 찍어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약간 무섭게 나왔어요.

맛은 기대이상입니다. 마치 프랑스 요리를 먹는 기분입니다. 일류 프랑스 레스토랑 주방장 무슈 알렉산드르가 만든 ‘바로헤싸무 고흐베이흐’라고 구라를 쳐도 믿을 요리입니다. 봉 아뻬띠!

요즘 서해 꽃게가 제철이라는데 여기 강원도에서 서해로 가려면 정말 독한 맘먹어야 됩니다. 안그러면 주유소에서 눈물 펑펑 흘립니다. 그래서 이마트 톱밥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게 두 마리를 잡아와서 사우나를 시켜보았습니다.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간장과 식초, 설탕에 새싹을 조금 넣었습니다.

세팅하고 식탁 한번 찍었습니다. 내가 뻘짓하고 있는 동안 와입후님께서는 맛있는 오뎅 전골을 만들었군요. 오뎅전골-꽃게찜-크림소스 골뱅이가 오늘의 메뉴입니다. 완전소중 프라임쟁이가 새로 나온 ‘프라임 맥스’를 잽싸게 샀습니다만 기존 프라임의 맛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왕후의 찬, 걸인의 식욕.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두오.’
아무리 걸인의 식욕이지만 다 못먹었습니다. 남은 건 냉장고로 직행. 다시 냉장고가 꽉 찼어요.

훗, 요리를 만드는 비밀요? 있죠.
힘도 아니고 기술도 아닙니다. 따라오세요.
제 요리의 비결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요리의 비밀. 아셨죠? 자신감!
by 지루박 | 2006/09/17 16:23 | 달려라 일기 | 트랙백 | 덧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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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리체 at 2006/09/17 16:26
크림소스가 그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거였습니까?ㅎㅎ 저도 당장!
Commented by 아모이 at 2006/09/17 17:45
하하하~^^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걸인의 찬, 왕후의 식욕인 저로서는 부러움 100만배!! ㅋㅋ
Commented by Alcoholic at 2006/09/17 19:03
그냥 크림소스를 붓는것보다는;
팬에다가 한번 해주는게 나을듯 합니다만; 귀찮을 것 같으므로 패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17 19:12
리체님/ 전 간단했습니다. 맛은 장담 못하지만..히히.

아모이님/ 제가 만들었다고 우기는게 아니라 정말 맛있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레시피예요.

Alcoholic님/ 팬은 제가 생각해도 귀찮을 것 같습니다. ^^* 저렇게 그냥 부어도 충분히 괜찮았어요. 호호.
Commented by breeze at 2006/09/17 20:39
그러게요(?) 도전! 입니다. 다음 주말에 : P
Commented by AMAGIN at 2006/09/17 20:53
...저보다 훨씬 요리 잘 하십니다.!! 자신감과 함께 하는 지루박님의 미소가 강렬하여요.=ㅂ=)b
Commented by 쑨님 at 2006/09/17 21:28
요리도 요리지만..
글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
일요일 저녁 시간 즐거운 이야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피피 at 2006/09/17 22:26
우와...정말 대단 하십니다. 맛있어 뵈요~ ><
Commented by 아임낫네티즌 at 2006/09/18 00:11
아아~골뱅이..전 제 블로그에 포스트 해놓고 아직 구경도 못해 봤다는...ㅜㅜ 그냥 골뱅이 캉통만 까서 그대로 집어 먹기라도 했으면..쩝
Commented by 토끼 at 2006/09/18 00:15
꽃게는 뒤집어서 쪄주세횹~
올해엔 꽃게가 싸다는데..정말일까요? 그렇다면 완전 좋을테데. +_+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6/09/18 00:52
와잎후님 행복하시겠어요 ♡
Commented by 조나쓰 at 2006/09/18 01:04
우후후..... 저희 싱크대 선반에도 유동 골뱅이 통조림이 하나 남아 있었군요....
이 시간에라도 한번... 대충 오이채라도 썰어서 함께...~^^
Commented by 로토 at 2006/09/18 01:23
우와아아아앙!
Commented by 비리 at 2006/09/18 08:51
골뱅이는 안좋아하니 패스...
게도 얼마전 먹어서 패스.. 대하도 먹었어요+_+ㅋㅋ
전..호가든 잔이 갖고싶어지는데요+_+ㅋㅋ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18 09:33
breeze님/ 자신감과 도전정신! 주말의 성찬을 기원합니다!

AMAGIN님/ 저 요리 못합니다. 워낙 못해서 한번씩 해보려고 인터넷 뒤져서 레시피 보면서 하는 수준입니다. 쑥쓰...

쑨님님(?)/ 제가 더 감사합니다. 몰디브 가신다니 부럽군요...

피피님/ 히히, 제가 만들고도 뿌듯했습니다.

아임낫네티즌님/ 원래 골뱅이는 깡통 따서 그냥 집어먹는게 제일 맛있는 것 같습니다. 단, 그 느끼한 단맛만 좀 없으면 좋을텐데라고 자주 생각합니다.

토끼님/ 아, 그런거였군요. 게가 집게발로 살을 뜯으려고 해서 대강 눌러 담은 거거든요.

꿈의대화님/ 요리보단.... 남자는 힘!

조나쓰님/ 헉, 밤1시.... 라면에 골뱅이 빠뜨려서 먹어도 맛있어요.

로토님/ 으하하핫...

비리님/ 저 잔을 탐내는 분이 많네요. 마트가면 수입맥주 3병에 한 개씩 들어있는 팩이 있어요. 아님 술집에서 코트 안에 넣어오셔도 되고...으핫.
Commented by 찬별 at 2006/09/18 09:50
어째 제가 쓴 료리강좌를 읽는 느낌이라서 잘 봤네요 ^^
Commented by cynie at 2006/09/18 09:51
이날 밤 또 사랑받으셨겠어요. 생크림이 좀 남았다면 냉장고 앞에서 나인하프위크 찍으셔도 됐을텐데. 아흐.
(어제 소개팅한 남자한테 요리 잘하나 물어볼걸-ㅅ-;)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18 13:43
찬별님/ 이제까지 찬별님 블로그 가면서도 료리강좌를 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오호 대단하십니다. 중간정도까지 봤는데 저보다 실력도 훨씬 뛰어나시고 능숙하시고 설명도 실하군요.(!) 많이 배워야겠어요.

cynie님/ 원래 남편이 한 요리에 대해 내리는 아내의 평가는 박합니다. 자신의 능력치와 자존심에 직결되기 땜에 어느집이나 쌩한 분위기라고 들었습니다. 애인 접대용이 될지도...^^
오, 소개팅 하셨습니까? 이번엔 꼭 잘되시길 바라면서 제대로 유쾌한 포스팅 기대합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6/09/18 15:53
저렇게 해서 스파게티로 먹어도 맛있을 것 같군요. 매운 건 질색이라서 골뱅이 무침은 못 먹겠어요.
(특히 술집에서 소면사리만 추가로 시켜서 비벼먹는 건 끔찍해요.)
Commented by 하늘처럼™ at 2006/09/18 16:20
ㅋㅋ 강원도에서 서해안 가기에.. 완전 공감되어버렸어요..
전에 부모님이랑 소래포구 가다가 질려버린 일이 생각났거든요

그나저나.. 골뱅이는 여전히 제겐 비호감 음식입니다.. -_-;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18 18:27
marlowe님/ 아니, 그런 식성을 가지고 계셨을거라곤...

하늘처럼님/ 춘천보다 원주가 서해안을 가기엔 조금 더 편할 것 같긴한데, 질리긴 마찬가지겠죠?
골뱅이 싫어하시는 분이 꽤 되네요. 질겅질겅 맛있능뎅...
Commented by 윤군 at 2006/09/19 00:07
늘 지루박님의 글에 감탄을 하고 눈팅만 하고가던 차에 도저히 답글을 달지 않을 수 없는 포슷힝을 하셨군요!! 하아. 꽃게의 자태를 보고 있자니 절로 기분이 므흣해 지는것이 오늘 밤은 무척 외로운 밤이 될 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김녀사 at 2006/09/19 07:04
으아~~ 느끼해보이므로 감별은 패스,퓨전을 향한 잡학다식엔 높은 점수를 줄께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19 09:01
윤군님/ 에로데이님이 이렇게 자주 왕림하여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꽃게 두어마리사서 쪄드세요. 소주 하고 같이 드셔도 괜찮습니다. 딱 반병만!

김녀사님/ 느끼하긴 합니다요.이히히.
어제밤에 봤던 덧글 내용의 개정판이군요.(들켰죠?) 오토바이의 자태가 새색시 살결마냥 아주 곱더군요.
담에 쇼바 올린 뒷자리에서 런던보이스의 할렘디자이어를 크게 틀고 '언니 달려~'를 외칠 기회를 주시길.
Commented by Astarot at 2006/09/20 10:32
밤에 봤음 제대로 염장이 됐을 뻔했군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20 13:51
사진이 그다지 먹음직스럽지 못해서...
Commented by 델스 at 2006/09/20 15:58
잼있게 읽고.. 사진보고.. 마무리는 엄청 웃었어요..ㅋㅋㅋ 이승엽 자신감!! ㅋㅋㅋㅋ
언뜻보니 이승엽이 자신감! 광고를 하길래 또 새로 자동차가 나왔다 했었는데..
제대로 보니.. 요따만한 홈런볼이였다는거...ㄴ ㅑ ㅎ ㅏ ㅎ ㅏ...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20 18:16
전 저 광고 첨보고 나서 너무 재밌어서 무한 반복모드에 돌입했었죠. 그 옛날 덩달이 시리즈의 '잣인감?'을 해보고 싶기도...
Commented by 델스 at 2006/09/20 23:15
전에 현대인의 생활백서 어쩌구 광고에서 기상나팔 벨소리에..화면에는 보이지도 않았던..맨뒷자석 졸던 군인이 덩달아 일어나 경례하던.. 그 첫날 보다 이승엽이 좀 더 우꼈어요..ㅋㅋ 그랬는데..여기와서 보니..얼마나 웃었던지..아아..너무 재미있어요..ㅋㅋㅋㅋ
Commented by 델스 at 2006/09/20 23:20
참.. 덩달이..ㅋㅋㅋ 윤종신.."(애절하게)오늘 난 감 사드렸어..." ㅋㅋ 덩달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만득이도 있었는데.. 요즘은 잼있는게 너무 많아서 그런 얘기들이 새로 만들어 지지 않나봐요..예전에 아침 라디오 방송에 황인용 아저씨가 충청도에 사는 최만득 아저씨를 찾아내어.. 전화 인터뷰도 했었는데.. 하하하하... 아.. 우껴여... ㅋㅋㅋㅋㅋㅋ
Commented at 2006/09/21 0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6/09/21 0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21 09:55
델스님/추억의 덩달이 시리즈, 유치하긴 하지만 뭘해도 다 재밌었던 시리즈. 제가 유치한 말장난 같은거 엄청 좋아합니다. 하하...
그나저나 증철정이 별명이었다니 정말 외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는군요. 저 그 영화 극장에서 처음 보고 너무 좋아했었어요. 영화도, 배우도. 제 마음속엔 왕조현,종초홍이 없었습니다. 온리 증철정! 글로리아 입이 나오기전까지 온리 증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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