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대소동

우리집을 방문하는 낯선 사람들, 그러니깐 부동산을 통해 집을 보러온 사람들이라던가 불륜의 현장을 포착하기위해 습격한 이웃집 남편 같은 사람들이 들어와 보고선 깜짝 놀라는 작은방 베란다. 거기에는 금방이라도 구더기가 기어 나올듯한 옛날 비디오테잎들이 쌓여있어요.

‘나 이거 문근영이 빨던 츄파츕스하고도 안 바꿀거다.’
라고 생각하는 테잎들도 많지만, DVD로 출시되어버렸거나 알고 보니 별 볼일 없는 영화라 갖다버리고 싶은 것도 상당합니다. 그래도 먼지 쌓인 테잎더미가 나름대로 인테리어되는 효과도 있어 흐뭇합니다. 오늘 또 비디오더미에서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꺼냈습니다. 똥색의 자켓에다 대여점에서 별 고민 없이 방출했을 걸로 느껴지는 쌍팔년도 전형의 비디오 제목을 가지고 있네요.

영화 제목이 ‘절벽 대소동’입니다.
두둥

자켓에는 ‘파리 대탈출의 폭소황제 루이 드 휘네 폭소태풍경보 발령’이라 적혀있네요. 옛날 비디오치곤 최선을 다한 느낌의 카피입니다. 원 제목은 ‘sur un arbre perohe’라고 되어 있지만 이건 저질 비디오자켓들에서 자주 범해지는 타이틀 오기입니다. ‘perohe’가 아니라 ‘perche’ 예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네, 저 제 2외국어로 프랑스어 했지만 고등학교 졸업한지 5년이나 지나버린 관계로 해석이 될 리가 없습니다.(훗...)그래서 단어하나하나 검색해서 찾아본 결과 'on a tree pole' 이 정도의 뜻인가 봅니다. 물론 영어는 더 번역이 될리가 없는 토익 저득점자입니다. 알아서 번역들..!

사실 비디오 더미에서 이 영화를 꺼내들게 된 것은 marlowe님의 요 포스팅을 보고나서 '추억의 화산폭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포스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주연 , 루이. 드. 휘네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분입니다. 예전 TV에서 방영한 영화 '파리대탈출'이나 ‘판토마’에 대한 기억이 있는 영감, 할마시들은 아주 반가워해야 할 분이 이분이죠. 사실 저는 그 영화들의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납니다만 그 제목만큼은 자연산 도다리마냥 생생하네요. 여하튼 이분은 프랑스 당대 최고의 코메디 배우였다는군요. 자켓의 문구 그대로 ‘폭소황제’가 맞아요.

영화는 정말 대단합니다. 기대이상이었어요. 줄거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그러니깐 주인공 드휘네씨와 우연히 함께 타게 된 2명의 동승자의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다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절벽에서 자라던 소나무 위에 차가 걸리게 되죠. 그 삭막한 곳에서 3명이서 생존을 하기 위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1시간 30분 동안을 같은 배경과 거의 3명의 인물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만 그 어떤 스케일의 영화보다 재미있어요. 폭소의 도가니탕까진 아니라도 프랑스 특유의 훈훈한 유머랄까 그런 게 있어요.
이건 나무 위에 추락한 자동차의 모습. 지나가는 배를 발견합니다만 어이없게도 위치를 표시하던 거울에 의해 배가 폭파되어 버립니다.
인도 요가승들은 40일을 굶어도 산다는데 전 오늘 아침에 공복이 되니 죽을것 같더군요. 그래서 선지해장국을 잽싸게 먹었습니다. 여하튼 이 사람들은 배가 고프니 솔방울도 씹어먹고 목이 마르니 워셔액도 먹습니다.

저로서는 프랑스 영화에는 소피마르소만 있는게 아니고 드휘네씨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였네요. 만족스럽습니다. 절벽도 좋군요.
by 지루박 | 2006/09/30 02:22 | 힘내라 비디오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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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토 at 2006/09/30 02:35
비디오테입 껍데기가 인상적이군요.
Commented by 토끼 at 2006/09/30 02:51
어우....새벽에 선지해장국 땡기게 만드시네요....-_-
Commented by 미즈킴 at 2006/09/30 09:11
흐흣 빨간날이 하루 더 될거란 기적같은건 없을꺼야 심드렁하니 출근해 벨리의 새포스팅이 반가워 들렀다 지루박대인때문에 한번웃고 하루 시작합니다
아, 허삼관매혈기를 보셨군녀..대단하기도 하여라 구더기 일렁이는 테이프 뒤적이는 사이 독서꺼정 하시구^^저도 고딩때 제2외국어로 불어했습니다만..불행하기도 하여라 전 7년이나 지나버려 더 더 기억안난다눈orz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30 09:53
로토님/ 껍데기로만 보면 기상천외한 것들이 정말 많아요. 다음에 언제 껍데기로만 포스팅을 해도 괜찮을 듯.

토끼님/ 큰거리에 있는 해장국집들보다 병원앞 시장통 해장국집이 더 맛있을거란 기대를 품고 갔는데 괜찮았어요.

미즈킴님/ 저흰 4일날은 빨간날로 바꿨다죠. 직원들을 위한 배려라기보다 사장 개인의 귀향문제로.... 김녀사님도 오늘 토요일 변함없이 출근하셨군요. 토요일 아침의 댓글 추이를 보면 은근히 재밌습니다. 히히. 허삼관 매혈기는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Commented by punctual at 2006/09/30 12:45
선지해장국 먼저 드시고 나중에 검사하셨으면 장출혈반응 양성반응으로 강제로 똥꼬에 뭔가를 넣게도 될수도 있었을텐데...다행입니다. ^^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6/09/30 14:15
나중에 개인 박물관을 차리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제꺼도 몇개 꼽사리로다가~ 풉)
Commented by punctual at 2006/09/30 15:50
Sur un arbre perch?.군요..

IMBD 평엔 절대로 미국넘들아! 리메이크 하지마 라고 되어있군요 ..그 맛을 못살릴거라고..

-영화 '파리대탈출'에 대한 기억이 있는 영감으로부터...^^
Commented by 비에로 at 2006/09/30 16:28
그렇게 오래된 테이프가 제대로 재생이 되었나요? 울 집은 소리만 나오는 테잎이 너무 많은데, 비디오가 오래되서인지 테잎이 오래되서인지 모르겠다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09/30 19:12
punctual님/ 똥꼬에 무언가를 꼽는건 생각만해도 후덜덜입니다. 방금 IMDb에서 확인했습니다. 노르웨이인이 미국배우를 써서 리메이크해야된다고 하니깐 불가리아인이 요구르트 먹다가 절대 반대하는 형국이군요. 헐리우드가 만들어서 재밌을만한 소재는 아니라는데 저도 한표입니다.

석양무사님/ 비디오 수집 고수들에 비하면 전 발가락 각질만큼도 안되는지라...

비에로님/ 전 아무리 오래되어도 잘 나오는데...단, 대여가 수없이 많이 된 테잎들은 화질이 더러운 건 있어요.아무래도 비디오데크에 문제가 있는듯 합니다요.
Commented by 똥사내 at 2006/10/01 10:03

따뜻한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0/02 09:38
감사합니다. 이제 오늘 저녁까지만 버티면 추석연휴 돌입이예요.흐흐.
Commented at 2006/10/02 09: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6/10/03 09:23
맙소사, 케이스 위의 그림은 전혀 루이 영감님과 안 닮았군요. (미치광이 과학자의 클론 같아요.)
지난 주말에 몸이 안 좋아서 사혈을 했더니 검붉은 피가 빠져나왔습니다. 당분간 선지는 못 먹겠어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0/03 10:45
비공개님/ 고마워요~

marlowe님/ 아이구 어디가 아프시길래 사혈을... 건강이 최고입니다!
Commented by 피피 at 2006/10/03 23:19
지루박님 힘주셔서 감사하구요! 많이 좋아지셨어요.
지루박님도 건강검진 하셨네요. 건강하세요. 힘!!!
그리고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Commented by 민지 at 2006/10/04 05:19
도대체 어디서 저런 영화를;
B급 오락영화 좋아합니다.
취직하면 수집할 생각이에요.
그나저나 테잎표지가;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0/04 11:08
피피님/ 전 다래끼가 또 나려고 그러네요. 아침에 안과갔더니 문을 닫았고 에휴...

민지님/ 테이프 수집의 관건은 남아도는 시간과 발품입니다. 비디오 가게 불쑥 들어가서 '저와 거래를 하시겠습니
까?'라고 하는 용기도... 히히.
Commented by 조나쓰 at 2006/10/08 00:52
황주두냥...^^*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0/09 10:19
황주두냥을 아시는군요...^^
Commented by louis at 2006/10/17 14:39
뭔지 보고 싶어요, 재밌겠는데-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0/17 18:35
큰 대여점에 가면 만날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듯... 잘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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