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본 영화
불과 한달전에 본 영화들이지만 내용조차 기억이 잘 나지않는 뇌세포 초전박살 아저씨의 10월에 본 영화.

타짜 (THEATER)
설 연휴와 더불어 최고의 대목이라고 불리는 추석연휴에 이렇게 볼 영화가 없어서야. 한국형 코메디영화의 표본인 ‘가문의 부활’과 얄팍한 감상주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라디오스타’에 거북함을 느끼고 나니 사실상 선택권 박탈.
이 영화, 감독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전작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서 반전을 거듭하는 꽤 탄탄한 이야기와 긴장감으로 관객들에 큰 만족감을 주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의 그 치밀함과 빠르기에 감탄했었다. 이번 ‘타짜’는 그러한 관객들의 기대심리에 어떻게 부응하는가가 관건일터. 나이트 M. 샤말란의 영화가 식스센스의 대반전 이후 관객들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처럼 최동훈의 영화도 반전의 구덩이에서 기어나오지 못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됐는데 다행이 기대수준을 맞춰주면서 꽤 적당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회사로 치면 경력관리 참 잘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좋은 의미.


칠검 (TV HD)
홍콩 무협 대서사물은 적어도 본전은 건질만한 고정팬들이 많은가보다. 가요무대 송대관 마냥 이렇게 꾸준히 나오는걸 보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고 그래서 잘 보지는 않지만 가끔 볼 때마다 느끼는 건 대부분의 이런 영화들이 규모에 비해 밀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 국내 개봉 때 30여분이 삭제되어서 욕 많이 먹었던 작품인데 TV로 방영된 건 완전판이었다.
허나, 지루한 시간만 더 길어졌을 뿐.


투모로우 (TV HD)
지구의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류의 흐름을 바꾸고 찬 해류로 인해 빙하기가 온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라도 가능한 걸까?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라서 재밌었다. 어설프게 다른 기교를 넣지 않고 정공법에 따르면 본전은 건진다는 걸 입증하는군.


가문의 위기 (TV HD)
‘신라의 달밤’ 이후에 이런 종류의 영화는 오랜만에 봤다. 그냥 취향에 안 맞는 영화라 생각해서 볼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연휴 때 가족과 함께 있으니 보게 됐다. 돈 내고 봤으면 눈물 좀 흘렸을 것 같은데 그냥 산만한 상태에서 보기엔 좋았다. 난 이런 영화에 네티즌들이 ‘쓰레기’라고 쉽게 말하는 걸 이해 못하겠다. 이런 수준의 유머에도 쉽게 웃는 계층이 있는 거고, 영화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나름대로 가치가 없진 않을 건데 영화 보는 눈이 다들 해발 6000미터는 되는 듯. 자기 취향이 아니다 싶은 영화는 아예 안보면 되는 것을.
같은 밥상의 반찬 먹고 사는 기자들부터 적어도 ‘쓰레기’류의 표현은 자제해주시길.


80일간의 세계일주 (TV HD)
그 시절, ‘오복성’과 ‘프로젝트A’가 나오던 시절의 성룡 영화는 정말 좋았다. 날다람쥐의 묘기 대행진을 보는 것 같은 현란한 액션은 정말 끝내줬다.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그의 영화를 안보기 시작했고 헐리우드 진출 이후 작들은 한편도 본 일이 없다. 추석특집으로 성룡 영화 정말 오랜만에 봤다. 여전히 멋지더라.


섹스의 반대말 (DVD)
세상을 가지고 노는 듯한 크리스티나 리치의 징그러움, 무서움, 사악함. 하지만 귀여움 사랑스러움을 함께 지닌 그녀의 반대편(Opposite of Her). 섹스가 어쩌구, 사랑이 어쩌구하면서 난장판으로 떠들어대며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런 영화, 멋지다.
볼수록 매력덩어리 아가씨얌
프렌즈에 나오는 이 개미핥기스런 여인네도 등장

음란서생 (TV HD)
TV로 보는데 중요한 장면마다 가위질이 되고 우유방울이 떠다녀서 빡이 돌았다.
‘아니, 이 멍청한 것들이 어떻게 영화에 가위질을 할 수가 있어!!’ 가 아니라 ‘세상의 멋지고 좋은 영화들 놔두고 굳이 이런 너덜너덜한 영화를 틀어야 되는거야’ 라고 묻고 싶은 심정. 가위를 든 손을 욕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 가위를 든 손에 쓸데없는 저항정신을 발휘하는 방송국 편성팀들의 무개념과 무책임함.
피국물 안나오고 빨가벗은 여자들 안나오는 재미난 영화들도 엄청 많은데.


배트썸 (DVD)
손가락 인형극이라는 장르가 독특하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작품이긴 한데 결정적으로 코메디물이 웃기질 않으니, 원.


카포티 (DVD)
소설 ‘인 콜드 블러드’가 클러터 일가 살인사건에 대한 추리극의 형식을 취하며 사건과 관련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영화는 인 콜드 블러드의 작가 트루먼 카포티가 이 살인사건을 어떻게 다루게 되고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인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거의 카포티역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독무대라고 할 만하다. 지루할 정도로 정적이고 관조적인 배경이 주인공의 심적 움직임을 더 돋보이게 하는 듯.
주말에 15시간을 내리 자고 나서 봐서 생생했지 안 그랬으면 분명히 골아 떨어졌을 거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DVD)
아, 말도 안되는 이 허황되고 환타스틱한 장면들과 대사들이여. 코모도 동토통~ 이건 올 최고의 SF 무비다.
역시 우에노 쥬리, 휏휏휏휏.


진짜진짜 좋아해 (EBS TV)
걸작 청춘물 진짜진짜 시리즈 중 한편을 봤다.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밋밋한 드라마였지만 임예진의 매력이 영화 전체를 끌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임예진을 만나기 위해 방송국에 입사했다’는 그녀 남편의 말을 인정해도 될 듯.(‘달콤한 스파이’의 PD가 남편이군요.)
근데 예전 70년대에는 고교 마라톤 대회가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얄개 시리즈에서도 마라톤 대회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 당시 소녀들의 마음을 자극했던 건 말근육 오빠들의 힘자랑도, 부잣집 오빠의 돈자랑도 아닌 죽을 때까지 버텨주는 지구력이었구나. 이 세상 모든 조루 오빠들을 주눅 들게 하는 몹쓸 단어, 지구력.


할로윈 (DVD)
10월의 마지막 밤, 할로윈데이에 꺼내봤다. 만우절에 ‘죽음의 만우절’을 본다거나 성탄절에 ‘크리스마스의 악몽’를 보는 건 성스러운 의식을 치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노래방에서 술 처먹고 할로윈의 'A Tale that wasn't right'(인 마이 핱~~ 인 마이 쏠~하는 노래)같은 거 부르는 놈들이 주위에 꽤 되는데 제발 좀 참아줬으면. 노래 부르는 자신은 심취되지만 듣는 사람은 심히 괴롭고 지겨운 대표적인 곡이다.
by 지루박 | 2006/11/10 22:54 | 울지마 영화 | 트랙백(4)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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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민지 at 2006/11/11 00:16
1.최동훈 감독은 바야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락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한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이사람 영화는 내용없어도 돈주고 볼 용의가 있슴미다.
타짜 너무 재밌슴미다. 비쥬얼이 너무 강해서 끝나고 나면 혜수누님 떡대(...)밖에 기억 안남;
덧,만화 지대 잼씀 영화보고나서 만화 4부까지 순식간에 달렸지 말입니다.
2.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요고 기대작. 빨리 봐야 되는데ㅠㅠ
보고나면 휏휏휏휏중독된다는 소문이;
Commented by PETER at 2006/11/11 00:40
최동훈 감독 경력관리 잘하는거 동감해요 :-)
그나저나 피비가 개미핥기란요!! ㅠㅠ [너무 매력적이에요 흑흑]
Commented by 오리대마왕 at 2006/11/11 00:45
앗, 리치 언니는 아담스패밀리부터 좋아했는데 저런 영화가 있었군요. *_* 개미핥기 언니 최고!
요번엔 제가 본 영화가 많아서 그런지 감동 두배. 휏휏휏휏휏
Commented by 리체 at 2006/11/11 00:45
하하. 저도 가문의 위기에 대한 평에 공감합니다. 두사부일체도 재밌게 봤었는데, 결정적으로 화장실 욕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다가 머리 때리는 게 참 끝도 없어서..그런 거만 빼면 좋았어요. 가문의 위기 때도 엄청 웃으면서 봤습니다. 명절 때 이런 웃기는 영화를 다 같이 봐야 좀 실없이 웃을 수도 있고,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ㅎㅎ
음란서생은... 대체 어디 가위질 하고 물방울 떨어뜨릴 곳이 있답니까 다시 보고 싶었는데, 공중파에서 해준다길래 닥치고 안보길 잘했군요-_-
거북이..저거는 일드 시효경찰 각본가가 쓴 거라는 말에 언젠가 꼭 봐야지 하고 있습니다. 시효경찰을 드라마넷에서 다음주부터인가 해주는 거 같던데. 아니, 시작했나...
그나저나 개미핧기..ㅠ 지루박님의 표현력에는 언제나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정말 그렇네요.ㅠㅠㅠ
Commented by EYES at 2006/11/11 13:38
타짜... 보고 싶다다다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1/12 11:39
민지님/저도 영화보고나서 김혜수 누님의 무중력 슴가가 기억에 오래 남더군요. 거북이..의 우에노주리는 너무 귀엽습니다. 부가영상을 보니 이 사람, 평소때 약간 멍한 캐릭터로 사람들을 웃기게 하는 군요.

PETER님/ 프렌즈는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채널 돌리면서 자주 봐서 누가 나오는지 정돈 알아요. 그데 저 분은 볼때마다 개미핥기의 느낌이 나요.

오리대마왕님/ 크리스티나 리치라면 '버팔로66'도 추천입니다. 거북이...보셨군요. 휏휏휏..

리체님/ 책에 나오는 음화들의 내용을 전혀 볼수 없었고, 중요한 음담패설은 뭉퉁 잘려나간듯했고, 부분적으로 색스런 장면들이 삭제.... 알없는 알탕을 먹는 느낌.

EYES님/ 언제 다시 들어오시는 거예요?
Commented by 리체 at 2006/11/13 00:09
아니..영화 보여주고 제목으로만 생색내는 꼴이네요..ㅎㅎ 차라리 방영을 하지 말던가..OTL
Commented by 피피 at 2006/11/13 00:37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꺄르르~~
저영화 너무 재밌어요. 남자친구가 줘서 봤는데.
간만에 완전 집중해서 봤답니다.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1/13 11:55
리치님/ 암튼 화질이 아까운 영화였슴다.

피피님/ 제작비 크게 안들이고 소소한 이야기만 가지고 웃음을 뽑아냅니다. 일본 코메디 영화들의 특징입니다. 마지막 나름대로의 반전(!)에선 정말 아햏햏한 기분이...
Commented by 나특한 at 2006/11/14 01:28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제목이 영 마음에 안들어요. 일본어로는 센스 작명이었으려나..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1/14 12:56
저도 왜 그렇게 심오한 제목을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제목이 길기까지 해서 뭔가가 있을 듯한 냄새를 풍기니 제목의 의도가 원래 그런 모호함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왠지 멍~해지는 느낌.
Commented by Astarot at 2006/11/16 14:38
헉..전 칠검을 극장에서 봤는데..개봉버전은 삭제된 것이었군요-_-; 근데 생각해보니 그쪽이 차라리 다행이었던 듯;
전 칠검을 보고 나서 무협이라면 완전 정나미가 떨어져서 그 뒤에 개봉된 무협영화들은 포스터만 봐도 치가 떨리더군요. 영화 보는 내내 '감독 님하 왜 이러셈...OTL...예전엔 이러지 않았잖아염..'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요ㅠ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1/16 17:23
김소연의 명연기(!)를 보는데도 딱한 생각이 들더군요. 저런 역이었으면 차라리 나오지 말지..라는 생각이 연속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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