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알트만 집구석 영화제
지난 주 월요일 로버트 알트만의 사망 소식을 접했습니다. 거장 한분이 또 저세상을 가는군요. 안녕히 가세요. 장례식장에도 가보지 못했는데 49제때도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미국에 있는 친구 제임스에게 부조는 대신 보냈습니다. 여하튼 당신의 영화로 인해 제가 잠시나마 즐거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로버트 알트만 하면 역시 숏컷과 플레이어, 패션쇼, 그리고 야전병원 매쉬, 내쉬빌이죠. 아이구, 꽤 많네요. 숏컷은 본지 워낙 오래 되서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여하튼 즐겁게 본 영화라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그의 작품이 집에 몇 개나 있나 생각해보니 세 작품 있네요. 전부 비디오로요. 그래서 꺼내 보았습니다. 나름대로 ‘로버트 알트만 추모특집 영화제’입니다. ‘원적외선 히터와 함께 하는 알트만 집구석 영화제’

전투
1, 2, 3, 4, 5, 7, 8편만 가지고 있어요

이건 제가 국딩때 우리나라 티비에서 주말 저녁에 방영했던 시리즈물입니다. 로버트 알트만 제작이었다니 놀라워요. 지금으로 치면 ‘밴드 오브 브라더스’만큼의 화제작이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당시 저 드라마의 주제곡의 중독성은 대단했습니다. 드라마가 먼저 진행되다가 ‘빠바바 밥빠 밥빠바.....’ 라는 소리와 함께 ‘빅 모로~’하고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성우 아저씨의 목소리는 입대의 공포를 지닌 대한민국 소년들을 흥분시킬 만큼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4, 5년 전쯤에 저걸 구입하고 나서 돌아오자마자 1편부터 봤는데 어릴 때의 봤던 그 기분은 안 나더군요. 내용이 조금 심심한 감이 있어요. 이 작품은 국내에도 DVD 출시가 되어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어요. 저것 주워올 때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있는데 똥값 됐군요.

뽀빠이
알트만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로 가벼운 영화입니다. 예전 KBS에서 하던 ‘디즈니랜드’의 한 꼭지처럼 연기자들의 연기는 어색하고 극 전개도 과장되었습니다. 지금은 거물이 된 로빈 윌리암스의 뽀빠이 연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영덕대게의 집게발만큼 볼록한 뽀빠이 팔뚝도 맘에 들고 가끔은 지겹지 않게 노래도 불러대는 뮤지컬 영화라는 점도 맘에 드네요. 재밌게 봤습니다.
뽀빠이와 그의 부친의 역사적 만남의 순간!
뽀빠이에 관한 몇 가지 얘기.

치킨가게 ‘파파이스’가 뽀빠이에서 온 것이란 걸 안 지는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뽀빠이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일찌감치 국내에서 장사 접었을지도 모르겠군요.

popeye의 작명법을 보면 pop-eye에서 온 듯한데 영화와 만화에서의 뽀빠이는 한쪽 눈이 감긴 ‘애꾸눈’의 얼굴입니다. 영화에서도 보면 뽀빠이의 아빠가 ‘이 애꾸눈! 어쩌구..’하며 호통을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pop-eye를 해석하면 뽈록 튀어나온 눈인데 왜 이 짝눈의 캐릭터에 popeye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뽀빠이’하면 또 떠오르는 건 옛날 게임들입니다. 닌텐도의 게임 앤 와치 시리즈 중 초창기에 나온 뽀빠이. 친구한테 빌려서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화려한 칼라가 일품이었던 오락실 뽀빠이도 있었고,
닌텐토의 뽀대나는 게임기 뽀빠이도 기억이 나네요. 흑백 액정 오락이 아닌 칼라액정 화면이었던 게 기억납니다.

캔사스 시티
알트만 감독이 캔사스시티 출신이더군요. 많은 영화감독들이 언젠가 한번은 자기 살던 동네 이야기 하는 것처럼 이 할아버지도 고향을 배경으로 갱스터 무비 한편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영화는 금주법 시대, 선거 전야에 자신의 애인을 납치당한 한 여인네가 정치가의 부인을 납치해서 애인과의 ‘포로교환’을 원하는 내용입니다. 흑인 갱단 두목에 납치당한 애인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백인이고, 스윙재즈 음악이 넘쳐나는 클럽이 줄곧 배경이라 하면 이 영화가 어떤 식이라는 게 감이 옵니다.
여러 면에서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나 곽경택의 ‘친구’를 떠오르게 합니다만, 보는 사람을 심하게 흥분시키거나 자극하는 부분은 앞의 두 영화에 비해 미흡합니다. 역시 갱스터 무비라면 사람 몸뚱아리를 해장국의 선지처럼 구멍내버리는 총격전이 있어야 제 맛이죠.

알트만 감독님 잘 쉬세요. 몇 년 전에 먼저 가 계신 롯데 김명성 감독님께도 안부 좀 전해주구요. 빠이.
by 지루박 | 2006/11/25 22:46 | 힘내라 비디오 | 트랙백 | 덧글(9)
트랙백 주소 : http://xirupark.egloos.com/tb/145893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로토 at 2006/11/25 23:01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지연 at 2006/11/25 23:38
뽀빠이가 실사판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더군다나 뽀빠이가 로빈윌림암스라니..
저, 여자주인공,,올리브던가?? 어쨌던,,"살려주세요 뽀빠~이"하는 목소리요,,저 똑같이 흉내 잘내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6/11/25 23:55
전투... 예스24 기획상품 전문 컬랙터인 저도 보유한 아이템입니다
뽀빠이 게임기 짤방에서 울컥했어요 흑흑.. 인간이 별로 복잡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빠찡고 게임기와 함께 제출해도 좋을 저 게임기... 무려 WIDE SCREEN...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1/26 10:39
로토님/ 저두요...^^

지연님/ '살려줘요, 뽀빠이' 한번 들어보고싶네요. 올리브의 이름은 올리브 오일에서 왔더군요. 저 영화보고 알았어요.

찬별님/ 으하하, 저두 예스24 기획상품 매니아! 저 게임기 보면서 '이제 과학기술은 올때까지 왔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는데, 하하...
Commented by marlowe at 2006/11/27 11:42
[전투]가 알트만옹이 제작했다는 건 처음 알았아요. (빅 모로가 콧수염을 기르고 국내 위스키 광고를 하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1/27 17:07
저도 이글 쓰려고 이것저것 사이트 검색하다가 알았습니다. 첨엔 저 두 영화만 가지고 포스팅 할려던 거였는데..
빅모로의 위스키 광고는 전 전혀 모르겠네요. 캡틴큐 애꾸눈 광고밖엔...;;
Commented by 이중인격 at 2006/11/28 19:28
뽀빠이 아부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는듯....."내가 니 애비다"
Commented by Astarot at 2006/11/29 09:46
오락실 뽀빠이는 너구리를 생각나게 하네요-ㅁ-a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1/29 14:27
이중인격님/ 히히, 실제 영화에선 뽀빠이가 '나 당신 아들이예요'를 주장하고 아부지가 '난 너같은 아들둔 적 없다'고 애써 외면하는 장면이예요.

Astarot님/ 제가 저 오락을 얼마나 하고 싶었는데..맨날 뒤에서 구경만 하다가 몇년전에 애뮬 다운받아서 소원성취했습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