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본 영화
이제 12월이 시작됩니다. 장가를 들고 나니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두렵지 않군요. 지나간 청춘의 암흑기를 생각해보니 서러워 눈물이 납니다. 자, 그럼 이제 눈물 좀 닦고, 11월에 본 영화를 정리합니다.


반항의 춤 (VHS)
링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ATER)
영화적 상황이 과장되어 있어서 비현실적이라는 다른 사람들의 평을 꽤 많이 봤는데. 비정규직의 오랜 경험과 말도 안되는 억지스런 업무행태에 익숙한 내 입장에선 과장된 상황이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아 앤 헤더웨이의 입장이 얼마나 이해가 되던지. 여러 면에서 동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위안이 되었던 영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유니클로 폴라티를 걸친 우리 와이프와 나.
‘초반부에 나오는 그 여자 옷이 뭐가 촌스럽단 말이야? 예쁘기만 하더만.’
‘맞어. 나도 그 생각했어.... 근데..... 돈 많이 벌어서 우리도 안목을 좀 높이자’
‘응’
대강 이런 대화가 오고갔던 듯. ‘잘 고른 유니클로, 백 프라다 안부럽다.’ 우리집 가훈.

맹진사댁 경사 (TV)
예전에 노장 코메디언들이 연기하는 ‘명랑극장’ 류의 코메디 프로에서 자주 다뤘던 소재. 판서집에 딸을 시집보내는 맹진사가 신랑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듣고 딸 대신 그녀의 몸종을 대신 보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얘기. ‘사실은 일부러 소문을 내서 진정한 사랑을 알아보려고 그랬던겁니다.’ ‘뭣, 이런 억울한 일이... 아이고, 데이고~’ 뭐, 이런식.
배경세트가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 부실해서 웃음이 나오는 수준이지만 스토리만큼은 제법 탄탄하다. 이 당시 영화들에서 구봉서의 익살 연기는 정말 독보적이었구나.

파업전야 (TV)
내가 대학에 입학한 전해에 파업전야의 불법 상영으로 신나는(!) 일들이 많았었나 보다. ‘어디에서 상영했는데 백골들이 와서... 지랄탄이 날아 들어오고...’라는 얘길 스무번은 들은 것 같다. 적극적으로 뛰쳐나간 놈이든 어영부영 박자만 맞춘 놈이든 어쩌면 그 어려웠던 시기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의 은근한 자부심이 깔려있기도 한 얘기들. 어쨌든 당시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나 노동계급에 대한 억압적인 제도들을 생각하면 상당히 자극적이었던 영화.

띄엄띄엄 몇 장면은 봤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끈기 있게 다 본건 이번이 첨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토리에서 많이 실망을 했는데 야구만화로 치자면,
야구부의 훈련 중에 지나가던 한 소년이 ‘야, 거기 공 좀 던져봐’로 공을 슈욱 던지고,
‘앗, 이렇게 빠른 볼을 던지다니’라고 감독이 놀라고
‘자네, 야구부에 입단하지 않겠나’라고 시작해서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안경잡이 공을 후려 갈려 홈런을 치고 끝난다는 야구만화의 전형을 보는 듯.
하지만 당시 운동권 문화 컨텐츠의 교과서적인 흐름에 조금 실망스럽긴해도 상영 당시의 상황이라든가 아직은 세련되지 못했던 민중 예술의 표현방식 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인 의미에서 역시 대단한 작품.

아주 가끔씩 볼만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던 ‘KBS 독립영화관’의 폐지는 섭섭하구나.

트로이 (TV HD)
올란도 블룸, 브래드 피트, 에릭 바나 뽈록 근육 감상하기.
저 색희덜, 헬스보충제 엄청 처먹었겠구만, 하고 시샘. 보~옥동이 엄마도 새앰새앰 샘이 나서....
헬스장에서 이런 거 입고 다니는 사람 웃기던데..비싼 거였구나.

21그램 (TV HD)
2004년도엔가 ‘나 올해 본 영화 중에서 이 영화가 제일 좋아’라고 말했다. 그냥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아직도 여전히. 세 집안의 사람들이 삶과 죽음으로 얽히고설킨 이 답답한 영화를 보고 나면 우울함이 땅강아지처럼 땅을 파 들어간다. 엄청 살기 싫어지는 느낌이 있어 좋아하는 영화다. ‘내가 죽어야지’하면서도 백살까지 사는 할매, 할배들 맹키로 당장 죽긴 싫지만.

사람이 죽을 때 21그램이 줄어든다는 건 근거가 있는 이야긴지 모르겠다. 사람이 갑자기 죽을 때 똥을 싸고 죽는 경우가 많다는데 똥무게 21그램이 빠진 게 아닐까.

결투 (DVD)
어떻게 이런 영화가 20대 초반의 영화초년생에 의해 만들어질 수가 있는지. 손에 흉기를 쥐지 않아도, 복잡한 트릭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공포감을 만들 수 있구나.

엑스맨3 (DVD 대여)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 엑스맨.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이 그립긴 해도, 그리고 시리즈의 완성도에 짬뽕국물을 튀기긴 했어도 수퍼히어로들의 맹활약에 좌심방우심실을 벌렁거린다.

뽀빠이, 캔사스시티 (VHS)
링크

임포스터 (TV HD)
토요일 SBS 영화특급에서 하는 생소한 영화제목. ‘임포스 터’라니, 발기부전 환자들이 사는 마을 이야긴가 했다....(이건 너무 억지로 웃기려는 티가 난다. 추하지만 그냥 둔다.)
필립 K. 딕 원작의 영화. 그다지 흥행이 되지 않은 영화라 전혀 기대안했는데 의외로 재밌다. 요런 류의 에스에프 영화, 그러니깐 주인공이 음모에 빠지거나 자신에 대한 의문과 미궁에 빠져 개헤엄을 치다가 극적인 반전을 주는 류의 에스에프물들이 좋다. 특히 케이딕 이 양반 원작 영화들은 다 재밌어.
임포 환자 치료 장면...(자꾸 집착을 하게됩니다...)
황금마차 (DVD)
유랑극단의 한 처자를 두고 총독과, 투우사, 귀족이 다툼을 벌이는 이 소동 영화를 보면서 ‘왕의 남자’가 자꾸 오버랩. 영화속에 연극을 넣은 액자식 구성이라는 점이 눈에 띄기도 하고 유랑극단의 연극이라는 점도 공통적이긴 한데 왕의 남자 개봉 당시의 호평에 그리 동조할 수 없었던 내 입장에서라면 이런 교과서적인 고전에 애정이 많이 생긴다.

(DVD 대여)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실사를 보는 듯한 섬세한 움직임하며, 그 우렁찬 엔진의 굉음이라니.
빌려온 당일에 본 영환데 까먹고 있다가 연체료 물어 버렸다. 당연히 내야하는 돈인데도 불구하고 연체료는 국민연금만큼이나 이상하게 내기 싫다. 연체료 띵구고 제대로 개망신당한 소설가 박민규가 생각 나니... 흠, 역시 추접떨지 말고 지킬건 지켜줘야 아름다운 시민!
by 지루박 | 2006/12/01 17:33 | 울지마 영화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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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yle at 2006/12/01 21:55
'잘 고른 유니클로, 백 프라다 안부럽다.’
맞습니다! 참고로 저번에 19900원에 구입했던 폴라티는 2개에 3만원 정도 가격으로 팔더군요. 아아 또 달려가야 하는가...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01 23:42
얼마전 일간지 한면을 가득 장식한 유니클로의 할인 광고를 보고 서울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더군요. 이제 초가을에 산 할인판 캐시미어 목폴라스웨터가 다음주부터 출격 준비!
내일이면 택배 도착할 auction판 스웨터도 기다려집니다... 히히.
Commented by Astarot at 2006/12/02 00:17
비록 국어시간에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배운 거였지만, 개인적으로 '맹 진사댁 경사'를 꽤 재밌게 봤었습니다.
트로이는 뭐...'허벅지 영화'죠^^ 언니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주 넘쳐나는 바람직한 영화지 싶습니다. 전 의외로 헬레네보다 헥토르의 부인인 안드로마케와 그 시녀가 더 이뻐 보이더라는.
Commented by 아우라 at 2006/12/02 01:57
아...파업전야...당시 경찰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상영했는데 저는 정작 보지도 못하고 각목 하나 들고 강당을 지키다가 학교 안까지 쳐들어온 전경들의 곤봉에 열심히도 두들겨 맞았지요. 왜 각목은 한번 휘두르면 부러져 버리는지...저도 이번 독립영화관에서 제대로 처음 봤습니다. 크레딧 보니 현재 영화판에서 뵙던 분들 꽤 계시더군요. 그분들한테 깽값이나 물어달라고 싶은 맘 쪼끔 있습니다...^^;;
Commented by PETER at 2006/12/02 10:04
연체료 내는거 싫어서 도망갔다가 다신 집앞 대여점을 못가게 되었죠. [흑흑] 문닫더군요-_- 왠지 망하는데 일조한거 같아 먹먹했슴다
그나저나 저도 유니클로 매니아!!
21그램 동감입니다-_-; 오줌 정액 똥 온몸의 괄약근이 풀려서 다 나온다던데 그 무게가 아닐까요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6/12/02 11:11
영화 감상 말고 다른 취미나 특기 활동은 없으신거죠? 헤헤~
그래도 영화감상 하나는 확실하게 하시는 거 보니까 저보다는 억만배 좋아보이십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02 11:55
Astarot님/ 원작이 유명한 희곡이죠. 교과서에도 나왔나보군요. 허벅지 영화...아, 삐질삐질...

아우라님/ 쇠파이프를 쓰셨어야... 아우라님은 학생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곧은 마음을 가지고 사시는 것 같아 제가 다 흐뭇합니다. ^^

PETER님/ 전 연체료는 꼬박 내는데 예전엔 야한거 빌릴 때가 많아서 대여점 분리 정책을 썼습니다. 한군데에선 절 격조높은 영화 매니아로 여겼는데, 한군데선 변태 색희로 찍혀야했습니다.

석양무사님/ 책도 보긴 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진 않은 것 같고, 음악도 시간을 따로 내진 않고 이동하면서 들으니깐, 역시 영화밖에 없네요. 오호호.
얼마전 운동 하나 시작했습니다. 그거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아니, 근데 주5일 근무자가 토요일 아침에 이렇게 일찍 일어나시다뇨.. 오전 11시밖에 안됐는데...^^
Commented by punctual at 2006/12/06 17:52
장가를 들고 나니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두렵지 않군요.//첫째때는 모르고 지나가던 클수마스를...둘째 기집애가 태어나니 지 오빠 반생도 못 산 것이...클수마스 트리를 해달라..선물은 뭐해줄거냐...아니 뭐 받을거 정해놨다...(애들용 화장품)..


ㅠ,,ㅠ


무섭습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06 18:40
아앗, 그런 폐해가 생기는군요.
전 아직 꼬맹이가 없으니 한 5년동안은 안심~
(오히려 애들 핑계대고 장난감, 게임기 사들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와이프 선물은 하나 해야될건데 아아, 머리가... 아, 지갑도...
Commented by PETER at 2006/12/06 23:29
지루박님의 심볼 "뽕브라"는 어디로 사라진겁니까!! ㅠ.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07 00:35
그냥 제목이 맘에 안들어서 홧김에 없앴는데, 저도 허전합니다.
Commented by 백영 at 2006/12/08 03:12
허억!! 진짜, 뽕브라는 어디로 간 건가요!! 뽕브라가 없는 지루박 님 이글루는 단팥 없는 찐빵!!!! (개인적으로는 단팥 빼고 먹지만요...) 잉... 허전해요.
그나저나 일주일 전 유니클로에서 청바지를 사 온 저도 뜨끔하네요 ㅎㅎㅎ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08 11:23
뽕브라에 애정을 갖고 계신분이 많았군요. 전 그것도 모르고 혐오감 30프로에 유치함 40프로 , 썰렁함 30프로라 생각하고 당장 바꿔버렸는데.... 다시 부활 재고해 볼까요?? '뽕브라 지루박'이라고만 할까..??
유니클로 청바지 저도 언젠가 사려고 웅크리고 있는중입니다. 전 나이 쳐먹으니깐 옷에 돈 쓰기가 싫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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