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토요일에 근무를 끝내고 운동하고 목욕을 하고 왔더니 6시가 넘었다. 와이프가 집에 없는 이번 주말은 일찌감치 반지의 제왕을 감상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릴로지 박스셋은 2005년초 출시하자마자 바로 구입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된다. 보게 되면 한꺼번에 1편부터 3편까지 연이어 보겠다고 생각한 거라 기회가 잘 나지 않았는데 이번 주말에야 드디어 계획을 달성했다.

혼자 대강 밥을 챙겨먹고 9시가 조금 넘어서 1편부터 보기 시작했다. 확장판 1편이 3시간 28분, 2편도 3시간 28분, 3편이 4시간 10분이다. 마지막 자막 올라가는 부분은 건너뛰었으니 3편을 보는데 거의 11시간이 걸렸다. 영화만 보다가 하루가 다갔다. 장하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전편을 극장에서 봤고 1,2편은 3편을 보기 전에 한 번씩 더 봤었는데도 다시 보니 스토리에 대한 기억이 잘 없다. 나이 처먹고 뇌에 버섯이 피는 나이가 되니 당연한 일일지도. 그래서 무지막지하게 늘어난 러닝타임이지만 어떤 부분이 추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3편의 사루만의 최후 장면과 2편에서 난장이 호빗 둘이서 물마시고 키 싸움 하는 장면 정도?

확실히 반지의 제왕은 대단하다. 피터잭슨이 대단한거고.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자체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이 영감은 해냈구나. 장하다. 내가 한때 당신 빠돌이 짓 했던 걸 알아 줬음 좋겠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유망주 선수가 빅리그의 거액연봉선수가 되었으니 예전과 같은 애정은 없지만.

극장 개봉 시엔 항상 해리포터와 비교가 되던 영화. 당시엔 잔재미의 면에선 해리포터가 훨씬 낫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몰아서 보고 난 직후의 흥분된 상태라 그런지 감히 해리포터를 반지시리즈에 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여하튼 10시간을 넘게 한 영화를 계속 봤는데도 한번의 졸음도 없이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게 이 영화의 대단함, 멋짐, 위대함을 표현해 주는 게 아닌지.

난 등장인물 많고 족보 복잡한 영화는 헷갈려하는 편이라 처음 볼 땐 정신이 없었으나 몇 번 보고나서 정리가 되니 그런 부분은 없어진 것 같다. 하지만 서양인들 얼굴 구분은 여전히 못하는 부분이라 아라곤, 보로미르, 파라미르 이 세 사람의 얼굴은 아직도 잘 구분 못하겠다. 촌스러운 얘기지만 내 기준엔 코쟁이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 하기사 요즘은 한국애들도 테레비 나오는 댄스 그룹 언니들이나 미장원 시다 언니들이나 다 똑같이 생겨서 구분이 안 되긴 하더라. 성형외과에 예쁜 얼굴 표준 매뉴얼이 있는 게 분명하다.

덕분에 행복하고 황홀한 주말을 보냈다. 자고 나면 또 지겨운 일주일. 이번 주는 사장한테 깨질 일이 많은데, 잘 버텨보자.
이것도 언젠가 보려고 하는데 시간이 잘 안난다. 지금 읽는 책 다 읽고 나면 이 시리즈에 도전해야지.
by 지루박 | 2006/12/18 02:49 | 울지마 영화 | 트랙백 | 덧글(18)
트랙백 주소 : http://xirupark.egloos.com/tb/147281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EYES at 2006/12/18 03:32
왜 나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이런 영화류를 안좋아할까...

보면 재미가 붙으려나...


언제부터인가 헐리웃 영화는 죄다 안땡겨요...
Commented by 류즈이 at 2006/12/18 04:12
반지의 제왕의 경우는 원작팬들 사이에선 좀 까이는 면도 있긴있었죠.
하지만 그래도 대단한 영화죠. 피터잭슨이 아니라 그 누가 매가폰을 잡았다해도 그 이상 대단한 영화는 만들지 못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피터잭슨의 감독의 역량은 뛰어났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저역시 해리포터는 아무래도 반지의 제왕과 비교 하기는 좀 그렇다고 봅니다.
일정한 굴레와 설정 안의 작품인 이상 반지의 제왕의 아류적인 성격이 없다고는 볼수 없어진게 환상문학이니까요.
Commented by alice at 2006/12/18 10:01
아무리 좋아해도 종일 영화를 보는건 쉽지 않은 일일텐데..
정말 장하십니다.. ^^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6/12/18 11:44
무리하셨군요. 11시간이면 엉덩이에 욕창 생겼을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아모이 at 2006/12/18 11:54
오올! 저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저도 반지의 제왕은 다들 조금씩만 봐서 전체 내용을 모른답니다.ㅎㅎ
Commented by 조나쓰 at 2006/12/18 12:17
이거, 알리바이 확보용 포스팅 아닙니까?^^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18 12:30
EYES님/ 어느 순간부터 용이 나와서 하늘을 날고 요술을 부리는 영화들이 좋아지더군요. 눈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니 영감 마인드가 되어 재롱피우는 영상들에 환호를 한답니다. 심각하거나 발랄한 드라마류의 영화들은 여전히 좋구요. 전 헐리웃 영화들이 좋아요~

류즈이님/ 피터잭슨의 이전작들을 생각해보면 그런 초대형작을 덥석 맡길수 있었던 영화사의 용기도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문학이 영상화될 때 안까이는 작품이 없군요. 그만큼 좋은 문학에 대한 팬들의 기대정도나 열성도가 높다는 뜻일지도.

alice님/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게다가 묵혀뒀던 고가의 물건을 드디어 소비했다는 기분.

석양무사님/ 왼쪽으로 누웠다가, 오른쪽으로 누웠다가, 양반다리했다가, 쭉뻗었다가, 츄리닝 안에 손 집어 넣고 반죽도 했다가...

아모이님/ 날 잡고 한번 쭈욱 보세요. 초대형스펙타클대작으로서 후세대에게 물려줄 자랑스런 문화유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나쓰님/ 너무 예리하심. 어허... 중간중간에 집전화로 사모님께 전화드렸습니다. 주거침입인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삐질.
Commented by marlowe at 2006/12/18 14:10
서른 살 넘고서 챙겨 보는 소설은 해리 포터 시리즈 밖에 없군요. 점점 글자를 머리에 집어넣기가 힘들어지네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18 14:23
그래서 저도 위 사진 보시다시피 같은 내용의 소설이라면 꿈과 사랑이 가득담긴 문체의 '동화'버전으로... 이제 두께 있는 책은 선뜻 집어들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무슨무슨 문학상 수상집 같은거 많이 보게되는군요.
Commented by punctual at 2006/12/18 14:45
초반에 사놓고 다른 분 집에서 보다가 졸다가 를 반복하다가..

집에서 보고 감독의 위대함을 깨달았죠...이렇게 긴데 이렇게 몰입하게 만들다니 !! 하고요..

대단한 영화입니다.

24 시리즈를 공략해보세요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18 17:49
외화 드라마를 안좋아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24하고 CSI시리즈는 보고 싶은 맘이 10그램 정도 생깁니다. 근데 대여점엔 없고, 돈주고 사려니 큰 돈 박살나겠고, 양심을 버리고 다운로드 받자니 귀찮고 해서 시도 안하고 있습니다. 흐..
Commented by punctual at 2006/12/19 09:42
보내드릴까요? (진심입니다.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끌..무서운 시리즈입니다. 식음전폐..음식관련 포스팅 =0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19 17:00
빌려주신다면 전혀 미안해 하지 않고 뻔뻔스럽게 받아 볼 자신 있습니다.^^
Commented at 2006/12/19 18: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피피 at 2006/12/20 10:43
고등학교때 이를 악물고 반지전쟁(예전책은 제목이 반지 전쟁이었다죠? ^^)을 봤습니다.
정말 2번째 읽을때 까지 정말 재미없는 책이었는데....
영화가 나오고 극장가서 보자마자 정말 와~!!!! 했었던
저는 개봉할때 편당 2번에서 3번은 봤어요.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20 15:32
대단하신 열정.
반지의 제왕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극장에서 볼 땐 잘 몰랐거든요. 오줌 마려워서...
Commented at 2006/12/27 10: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6/12/28 00:44
흐흐, 고마워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