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본 영화
라스트 데이즈 (TV)
영화에 관한 사전정보가 주관적인 감상을 방해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사전 정보를 가지고 영화를 보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순간을 영화화했다는 이야기만 듣고 ‘봐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마침 TV에서 하는 걸 녹화해서 보게 됐는데 상상했던 내용과 달라서 당황스러웠다.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순간을 철저한 자료조사에 의해 만든 전기 영화가 아니라 어느 불특정한 인간이 흔들거리다 이 세상을 뜨는 한 시간 반짜리 심층분석 ‘감정 다큐멘터리’였다.
게다가 이 다큐멘터리의 샘플이 흐느적거리는 인간이다 보니 영화 또한 심하게 흐느적거린다. 평론가들의 평만을 토대로 ‘이건 정말 최고의 영화야’ 라고 말해버리면 난 거짓부렁쟁이. 이 영화 정말 지루하게 봤다. 언젠가 다시 보고 진가를 확인할 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퍼맨 리턴즈 (DVD 대여)
수퍼맨을 보다가 예전에 수퍼맨을 소재로 한 가요가 있었다는 게 생각이 났다. 가사가 ‘수퍼맨맨맨맨, 사랑의 수퍼맨맨맨맨’이라는 것만 기억해 내고 모사이트의 ‘추억거리’갤러리에 질문을 했다.
놀랍게도 누군가가 정답에 가까운 답을 주셨고, 검색을 조금 더 해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이거였다. 아, 세상에나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이 정수라 누님이셨구나. 턴테이블만 있었으면 또 지를 뻔했다. 아이구, 예뻐라, 저 자켓.

블로그 지루박을 찾아오신 파릇한 청춘들에게 자꾸 영감 짓해서 너무 미안할 따름이다.

금단의 행성 (TV)
EBS의 세 영화 프로그램(세계의 명화, 일요시네마, 한국영화걸작선)에서 방영작품을 선정하시는 분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분들 월급 좀 팍팍 올려줬으면 좋겠다. 프리미어 영화제 작품들로 몇 년을 우려먹는 모 방송사를 필두로 국산 영화 재탕질만 해대는 나머지 방송사 관계자들은 제발 힘 좀 내주세요. 도시가스비 몇 천원을 위해 오들오들 떨기도 하는데 보지도 않는 방송에 2천 5백원의 시청료는 늠후 아깝잖아요.
금단의 행성을 TV에서 보게 될 줄이야. 박진감 철철 넘치는 요즘의 SF와는 다르지만 이렇게 띠리띠리스러운 아기자기 촌티 과학무비는 해가 갈수록 색다른 재미가 더하는 법.

약속 (TV)
이 영화, ‘벌레먹은 황폐한 정서의 밭에 시원하게 내려주는 한줄기 농약’이라 감히 말한다.
인간이, 어렵고, 차갑고, 비정한 현실사회에서 약속이라는 곤란한 책임을 떠안았을 때 행해지는 비정하고 고통스런 결정을 넓고 차가운 시선으로 보여주는 영화.
라고 하면 긴 문장이라 숨쉬기 힘들긴 해도 제법 함축된 표현이 되는 듯. 다르덴 형제, 중요체크!

세레니티 (DVD)
미국의 실패한 TV시리즈를 영화화 했다는 사전정보를 가지고 봤다. 보면서 마이너리티리포트와 매트릭스, 그리고 기타 등등의 SF 영화가 혼합된 느낌을 받았다.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더 이상 못 적겠지만 그럭저럭 재밌게 봤다는 기억이 난다.

한 달 전에 본 영화를 기억해내서 감상을 적는 건 이제 무리다.

박치기 (DVD)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무겁고. 할인판이 아닌 출시직후의 따끈한 DVD를 거액을 주고 구입한다는 건 나로선 대단한 투자인 셈인데 이것 정말 적당하군. 돈이 아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돈값 넘었다고 할 수도 없고.
케이스도 그럭저럭 멋지지.

황야의 무법자 (DVD)
서부극, 하니깐 떠오르는 생각 몇 개.
70, 80년대 국내엔 서부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들이 영화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에 분포했다. 예를 들면 코메디 꽁트에서도 서부시대 총잡이들의 얘기를 많이 다뤘고, 장두석이 출연한 롯데코코아파이의 CF도 서부의 총잡이들이었고, 우리나라에 방영된 일본 만화영화중에 ‘서부소년 차돌이’라는 것도 있었다.(정말 생뚱맞다. 서부소년이라니..)서부영화의 붐이 일조한 면도 많겠지만 당시엔 ‘서부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막연한 동경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서부극을 무지 좋아하신다. 영화는 굳이 찾아보는 분이 아닌데 서부극만큼은 눈이 충혈 되어가면서 밤새도록 채널 고정하신다. 1년에 한번 극장에 갈까말까한 깡촌 출신 육십대 할아버지의 마음을 끄는 서부극의 힘이 과연 무언지 궁금하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표현은 일본에서만 쓴다고 한다. 양넘들은 다들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쓴다고 한다. 근데 우린 일본의 ‘마카로니 웨스턴’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왜 그런 건지 감이 올 듯 말듯.

석양의 갱들 (DVD)
‘혁명은 시나 그림 같은 고상한 일이 아니다.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전복시키는 폭력적 행동이다’ -모택똥.
정치성이 제법 묻어있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정치서부극. 원스어폰..웨스트나 원스어폰..아메리카에 비해 재미의 면에서는 확실히 떨어지지만 나름의 흥겨움이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DVD)
링크. 위대한 반지, 위대한 짹슨 형님.

24 시즌1 (DVD)
2년 전에 로스트 시즌 1을 불법다운로드 받아 본 이후 처음 보는 미국 드라마 시리즈. 들고 튈 지도 모르는 신용도 불명의 인간에게 거금의 박스셋(가격표가 붙어 있더군요. 헤헤)을 대여해주신 블로그 이웃분에 큰절을 드립니다. 꾸벅. 아울러 중독의 구렁텅이로 등을 밀어주신 것도 감사.
by 지루박 | 2007/01/06 22:06 | 울지마 영화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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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1mokiss at 2007/01/06 22:49
'24' 처음에 나왔을 적에 휴일을 고스란히 8시간씩 TV 앞에 매달려 보았던 기억이 나요. 그건 그렇고, 저도 얼마전에 '박치기' DVD를 사놓고 아직 보진 않았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이군요. 늦었지만 새해 인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Commented by 오리대마왕 at 2007/01/06 23:05
박치기의 에리카누님, 짱이에요!
Commented by PETER at 2007/01/06 23:25
박치기의 에리카누님은 짱이었습니다만 저는 극장에서 공짜로 시사회를 보다가 그들의 한국어연기에 질려버려서 안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Commented by 로토 at 2007/01/07 00:43
모르는 것들이 많네요.

.....이 이것이 세대차!?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07 00:50
1mokiss님/ 틈이 안나서 진도가 잘 안나고 있는데 반나절 동안 무슨 그리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놀랍습니다. 박치기는 일본 영화 특유의 흐린 색감이 거슬리긴 하는데 웃기기도 뭉클하기도 해서 즐겁게 봤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리대마왕님/ 똘망똘망 귀엽게 생겼더군요. 이 영화보고 첨 안 처자였습니다.

PETER님/ 전 어색한 한국어대사땜에 더 재밌었어요. 오오, 에리카의 인기가 이하늘을 찌르는군요.

로토님/ 세대차라기 보다 그냥 관심의 정도 차이로만... 늙어보이는건 싫어요..^^
Commented by fish at 2007/01/07 01:33
우하하하. 중독의 구렁텅이...
24가 좀... 뭐랄까... 폐인이 되게 하는 거랄까 하여간 저 시즌1때도 그랬지만 계속되는 시즌 보는 내내 첫번째편 보기가 두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이걸 잠깐 끄고 밥먹고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어서요. ^^ 어떤날은 하루종일 집밖에 안나가고 봤었더랬지요. 지금은 미국드라마 시리즈물은 다 끊고 삽니다. 제가 절 조절 못할까봐 두려워서요. 근데... 금단증상이 조금씩 생기긴 했더랬지요. 꿈에 클로이가 나타나기도.... 그 부릅뜬 두눈으로. ^^
Commented by EYES at 2007/01/07 05:57
박치기... 그저께 본 영화인데...

사와지리 에리카 ... 드라마 '1리터의 눈물'에서 너무 이쁘게 나와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놨던...

여러가지 의미를 살짝 감돌게한 괜찮은 영화였어요...

어설픈 한국말도 웃겼고 제가 좋아하는 오다기리 죠가 저렇게 나올지도 몰랐고...

한국에선 언제 개봉 했었는지...

요즘 전 '데쓰노트'에 빠져 있답니다

1월에 한국에서 개봉한다던데 꼭 보세요.. 추천!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1/07 10:35
[라스트 데이지]를 올해의 영화로 뽑는 평론가들도 꽤 있더군요.
평론가란 대중이 싫어하는 영화를 극찬해서 자신을 심오하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안 그런 이들도 있겠지만...)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08 09:16
fish님/모든 드라마들이 다 그렇겠지만 첫회를 보게되면 계속 보게되는데 이 드라만 스토리 특성상 끝까지 봐야되더만요. 중간에 보다 재미없으면 그만 보자라고 마음먹기가 힘들어요. 몇분 간격으로 사람이 죽고 납치당하고 해서 뒷편이 궁금해서 계속 보게되네요. 여하튼 틀림없이 멋진 작품.

EYES님/ 오로지 사람들의 평만 믿고 구입했는데 역시 재밌더군요. 데쓰노트는 지난 11월쯤인가 한국에서 개봉했어요. 나중에 꼭 볼게요. (만화책은 한권도 못봤는데..)

marlowe님/ 모든 장르에서의 평론가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대중과 예술가들간의 격차를 이해하고 다리를 놓는 역할을 수행하는 면에서 아직까지 평론가들이 불친절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적사기에 낚이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아요. 라스트 데이즈가 그랬다는게 아니라..^^;;
Commented by 피피 at 2007/01/11 08:56
라스트데이즈는 남자주인공이 마음에 들어서 '몽상가들'에 나왔던 애잖아요.
기대하고 있었는데 지루박님이 지루하다고 하시니 안봐야 겠습니다! 흐흐~
24는 시즌 6이 시작했어요.^^ 24 다 보시면 프리즌 브레이크도 보셔야죠!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11 19:25
취향에 따라 흥미있는 영화도 될 수 있는데, 그래도 작년 최고의 영화로 꼽는 분들이 많으니 확인하세요.
24는 시즌 6이라니.. 겁부터 납니다. 덜덜덜.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7/01/12 10:56
역시 깊이있고 정감어린 영화평이었습니다. 감동입니다. 쵝오!
(대막리지....쿨럭 대지루막이라는 호칭 맘에 드세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12 18:44
부끄러울 따름이지요. 여하튼 계획하시는 일 잘됐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netphobia at 2007/01/25 17:04
오!!! 금단의 행성.... 주연배우가 총알탄 사나이로 유명한 바로 '레슬리 닐슨'이죠. ㅋㅋㅋㅋ
제가 무척 좋아하는 SF 고전영화입니다. 50년대 SF 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잘알려진 작품이죠. 이후에 로봇로비가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아예 로봇로비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나올정도였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26 08:48
저도 말로만 듣던 영화를 티비에서 보게 되서 늠후늠후 기뻤습니다. 워너에서 특별판 DVD가 나온다더니 소식이 없네요. 이제 티비로 봐버려서 구매욕이 50그람정도 감소했지만.
Commented by punctual at 2007/01/29 17:42
금단의 행성..재미있는 영화죠..

저런거 해주는 EBS 의 선영안(선구안의 영화버젼)에 감탄할뿐입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30 00:33
요즘 완소 EBS 모드입니다. 한국영화걸작선이 요즘 침체기이긴 한데...
Commented by 비에로 at 2007/04/25 21:02
세레니티는 실패한 ㅠ.ㅠ tv 시리즈의 극장판이 아니에요. 파이어플라이를 미친듯이 좋아하는 저로서는 시즌2가 미친 듯이 그립다는......ㅠ.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4/25 22:38
오, 비에로님 오랫만입니다.
실패했는지는 저도 현지 분위기를 모르겠는데. 이 영화 소개 보면 다 그렇게 표현했더군요. 실패한 거라고..
비에로님 처럼 매니아들도 많아서 영화 제작때 사람들이 엄청 기대했다고..그렇게 알고 있어요...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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