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지루박
별 주간의 의미가 없는 주간 지루박.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주간 지루박.

야구
작년 봄엔가 디씨 야구갤러리에서 농협이 프로야구단을 창단한다는 주제로 온갖 합성물을 만들어 반나절정도 낄낄거리며 즐겁게 논 기억이 있다. 팀명은 농협 라이스였고 초록색의 유니폼, 비닐하우스로 만든 돔구장 등등 합성물로 완벽하게 정리했었는데 이게 현실로 터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발표이후 난무하는 합성이미지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농업’이라는 이미지는 사람들의 웃음거리에 불과하구나 싶어 씁쓸했다.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프로야구는 필요했고 투자회사로서의 마케팅을 위해서도 이게 필요했을 텐데 그 판단이 아쉽다.
결과적으로 농협은 돈 안 쓰고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지만 그 경솔한 설레발로 인해 야구팬들의 가슴에 변강쇠 육봉만큼이나 단단한 대못을 박았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부터 당장 올 만기의 비과세 농협 통장들을 없애고, 또래오래 통닭 안 처먹고, 하나로마트 쇼핑 횟수도 줄일 예정. 그깟 돈 몇 푼 땜에 상처받은 내 영혼을 팔 순 없지.
나 지금 무척 화가 많이 나 있어.


TV
요즘 하는 교양프로중에 EBS에서 토, 일요일 10시에 방영하는 '스페이스-공감'도 완전소중이지만 지지난주부터 KBS에서 토요일 8시에 방영하는 ‘살아있는 지구’ 시리즈는 정말 너무 멋져서 둘이 보다 하나가 오줌을 질질 싸도 모를 정도다. 집에 HDTV가 있는 사람들은 필히 관람해야 거액에 구입한 텔레비전 가격을 뽑을 것. 이번 주는 ‘강’이 주제로 보노보노가 물고기 잡아먹고 곰돌이가 물고기 잡아먹는 예술의 장면들이 나올 예정. 비싼 테레비 사서 여배우들 땀구멍만 세지 말고 이런 멋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맥주 한잔 마시잔 얘기다.

지름
다른 사람이 질러놓은 물건들을 보면 언제나 즐거운 기분이 드는 건 묘하다. ‘나 정말 라면만 먹으며 힘들게 살고 있다구’라는 주장이 진실로 느껴지는 분인데 디비디, 옷 같은 거 아낌없이 펑펑 구입하는 게시물을 보고 있으면 걱정보단 기쁨이 앞서는 이 사악한 마음. 이 거침없는 지름킥에 다함께 망하든지, 다함께 육신이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든지 둘 중 하나 겠구나 싶다. 1월 한 달 동안의 아름다운 지름생활을 정리.

요번 달엔 CD구입을 많이 했다. 모 중고사이트에서 와장창창 구입.

Brad Mehldau / The Art of the Trio Vol.2: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Bud Powell / The Amazing Bud Powell, Vol.2 [RVG]
Art Blakey And The Jazz Messengers / Moanin' [RVG]
Art Blakey / A Night At Birdland, Vol.2 [RVG]
Art Blakey / A Night At Birdland, Vol.1 [RVG]
Miles Davis / Sketches Of Spain (REMASTERED)
Miles Davis / Collectors' Items
Sonny Rollins / A Night At The Village Vanguard (RVG, 2CD)
Eric Dolphy / At The Five Spot Vol.1 (LIVE, REMASTERED)


이건 재즈사에 있어서 팔만대장경급의 명반들. 물 건너온 앨범들의 자태도 아름답거니와 세월이 지나도 질린 기분 없이 다시 빼내서 듣는 것 역시 이쪽 시대의 재즈 음반들뿐인 것 같아 지름에 주저함이 없다.

Beatles/ Rubber Soul
Beatles/ 1

비틀즈의 정규앨범은 의외로 가진 게 별로 없구나. 그래서 구입한 ‘고무 정신’. ‘일’은 출시 때부터 제돈 주고 사기엔 조금 아까워하던 앨범이었는데 결국 중고로 구입. 러버맨! 클린업클린미세스!

김정미/ 이건 너무 하잖아요
역시 신중현 복각 시리즈를 2개 사는 게 나았다. 되도록 편집 앨범을 안사야 된다는 걸 알지만 가격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금방이라도 콧털이 날려 흰쌀밥위에 떨어질 것만 같은 강한 콧바람 섞인 마녀의 소리가 멋지다.

세상의 모든 모차르트
이건 와입후 선물용으로 구입한 건데 둘 다 대만족하며 잘 듣고 있다. 대부분의 클래식 모듬 전집들이 조악한 편집으로 악명이 높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악장에 따라 하나씩 구입하는 건 여러모로 무리라 싶고, 연주 실력 구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깜량도 안되니 다른 사람들의 상품평에 100% 의존. 디스크 알판수와 가격을 따지는 대부분의 클래식 입문 전집들이 출시와 동시에 욕을 한바가지씩 먹고 시작하는데 반해 이 음반은 의외로 평이 괜찮았다. 음질이나 연주도 그럭저럭 좋은 편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곡을 잘라먹지 않았다는 점. 클래식 초심 부부는 맨날 이거 틀어놓고 서로를 탐닉하다가 어느새 잠이 든다.

똑똑 리틀맨
책을 읽는 속도가 어찌나 느린지 예전에 마쉬멜로우님이 주신 책을 다 읽어내기가 벅차다. 그러던 중 간만에 만화책을 하나 질렀다. 세계 인디 만화의 거장 체스터 브라운의 단편 모음집. 어느 나라나 ‘인디만화=난해함’이구나 싶지만 그 다양한 표현력에 감탄. 19세미만 구독 불가를 명심.

지구에서 달까지
이걸 사기까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긴 시리즈를 보는 건 자신이 없어서. 하지만 집에 와보니 어느새 택배가 와 있었다.

귀향
이건 오픈 케이스
딩동!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랜덤 필름컷은 '통화한도 초과됐어'라는 자막이 붙어있다.
펼치면 이런 디자인
헉, 이런게 나왔어!!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수가 있어!!!


훗, 왜냐하면 자작극이니까. 일해공원의 오픈과 함께하는 대머리의 귀향, 뭐 이런 느낌이 들어서랄까...

여행
일요일에 혼자 서울에 있을 일이 생겼다. 촌놈, 간만의 서울구경 찬스! 63빌딩을 갈까, 롯데월드를 갈까 고민하다가 거의 4년 만에 황학동 벼룩시장을 가봤는데 이 동네, 예전 같지가 않구나. 비디오 대신에 진열장엔 리핑판 디비디들과 장난감 고추 모형이 가득하다. 비디오 가게 두어곳을 들어갔다가 허탕만 치고 왔다. 그래도 이른바 희귀, 명작들은 여전히 비싼 걸 보면 비디오테이프도 확실히 중산층의 몰락이구나.

keith Jarrett/ My Song
황학동 간 김에 기념으로 중고음반가게에서 이것 하나 사왔다. 오랫동안 구경한 게 미안해서 이기도. 남들 다 좋아하는 ‘키스 잘해’씨지만 이상하게 이 양반 곡들과는 잘 안 친해진다. 이 양반의 퓨전 리듬은 아무래도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쥐었다 놓았다했던 ‘호뤠이스 은빛’씨의 음반이나 살걸.

리치몬드 연애소동
인터넷 쇼핑몰보다 몇 백원 싸길래 이번에 할인으로 풀린 이놈 하나 샀다. 이히히, 재밌겠다.

재테크
사고 싶은 것 있을 때 꾹 참고 손모가지를 분질러 버리는 것, 그것이 재테크. 오케이캐쉬백이고 쿠폰이고 나발이고.
by 지루박 | 2007/01/30 01:20 | 달려라 일기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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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류즈이 at 2007/01/30 01:34
헉... 농협 저 이미지 진짜 입니까 -_-;;;;;; 그렇다면 엄청충격...

그나저나 문화생활 영위 하시는게 정말 대단하시군요. -ㅁ-
Commented by 디케이 at 2007/01/30 02:05
문화생활맨 지루박님... *-_-*
Commented by 아모이 at 2007/01/30 03:02
재즈음반들이 부럽습니다요~^^
Commented by 닥쓰 at 2007/01/30 08:02
귀향이라는 DVD 순간 마리아 오자와 신작인줄...
Commented by 피피 at 2007/01/30 08:07
정말 이번달에는 뭔가 많이 사셨네요?? 저는 방정리 하느라 돈을 너무 많이....ㅠㅠ
Commented by 조나쓰 at 2007/01/30 08:36
이번 주에 올 한해 소득, 지출 흐름도를 엑셀로 작성해 보았는데요..
아아..절망....ㅡㅡ;; 대충 그러려뉘 생각하고 있다가 막상 숫자로 딱 정리해서 받아들고 보니 마음이 쓸쓸해지더군요...
어쨌거나, 저는 농협 계열사가 현대 인수할 가능성이 많대서, 목우촌 하이포크스로 이름 지어놓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1/30 09:17
와, 많이 사셨네요.
이번 프로야구단 인수 외에도, 그간 농협이 보여준 설레발은 유감스럽습니다.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7/01/30 10:18
아~ 제게 '이렇게 긴 글도 다 읽을 수 있어'라는 자신을 주고 계십니다. 지루박님 쵝오!
너무 재밌어여~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30 10:46
류즈이님/ 진짜가 아니라 애들이 만든 합성이미지입니다. 나름 희귀본인 ‘농촌사랑야구단’버전. 이젠 물 건너갔어요.

디케이님/ 공개할 수 없는 저질문화생활도 많이 합니다.

아모이님/ 집에 있으면 케이스를 만지작 만지작...

닥쓰님/ 아놔~~ 누군지 몰라서 검색하다가.... 닮긴 닮았네요.-_-

피피님/ 방정리 사진을 봤었습니다. 책장 조립한 거에 감동 먹었잖아요.

조나쓰님/ 월급 받으면 적금, 생활비 떼고 일정금액의 용돈을 쓰는데 저번달부터 용돈 뿌라스 비상금 쪽에서 마이너스 됐습니다. 이제 생활비 줄여야 됩니다. 전 조나쓰님의 책장, 진열장 사진 한번 보고 싶습니다.

marlowe님/ 이번 건을 보니 일처리 매끄럽게 못하는 못한 전형적인 엉성 집단의 냄새가 많이 나더군요.
하하, 지름 포스팅은 역시 부끄럽습니다...

석양무사님/ 다 읽어주시다니, 감사. 전 글이 조금이라도 길면 스크롤 주욱 내려버리기 땜에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압니다. 으흐흑.
Commented by 이중인격 at 2007/01/30 11:57
언제나 기다립니다. 주간지루박.
근데..서울에 황학동이 있나요?

[서울촌놈]
Commented by kyle at 2007/01/30 12:47
살아 있는 지구...
요새 한 마리 즘생으로 변하가는 저에게 와 아름다워~ 라는 고차원적인 생각 한 번 해주게 한 따뜻한-_- 프로그램이었어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30 13:08
이중인격님/ 거기를 청계 8가라고 하던가...2호선 신당역에서 가까운 곳입니다.
벼룩시장이라해도 영감들이 의류수거함에서 줏어 온 잠바쪼가리 같은거 내다 파는 게 90% 이상입니다.

kyle님/ 장면 장면이 무슨 그림엽서 보는 듯해서 감탄합니다. 저번주껀 녹화도 했었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일요일 8시 프로가 녹화되어 있더군요. 인도애가 영화에 빠져서 껄덕거리는 내용이...
Commented by sesism at 2007/01/30 13:58
으히히 완전 소중 지루박님.
귀향은 정말 부러워요 +_+
Commented by sesism at 2007/01/30 17:15
남친님께서(지루박님의 블로그에 몰래 다녀가곤 하는데 지루박님의 가난뱅이 홈페이지에 갔다가 마이 부산 사진을 보고는) 지루박님과 이웃이라 하더군요! 이런 반가울때가! 집이 부산인데 지루박님의 집이 바로 옆골목이더래요. 호호호. (이 기회에 커밍아웃을 종용했습니다만 히힉)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30 18:42
지르십시오. 귀향은 영화내용이나 패키지나 다 좋아서 후회가 없으실듯.

정말 그 동네가 맞답니까?? 럴수.. 전 그 동넬 대략 85,6년까지 살았었어요. 빨리 커밍아웃 하라 그러세요. 담에 서울에서 돈네선후배 친목대회라도 갖게... 혹시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이면 그냥 전 조용히 있을게요.
Commented by PETER at 2007/01/30 23:02
나도 빨리 돈벌고 싶다...란 생각을 하게 하는 포스팅입니다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1/31 00:27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결혼해서 돈 벌때의 용돈은 학생때보다 적습니다. 상납창구가 있는 관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름신을 영접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의 고결한 소비행위들에 대해서 젊은이들이 많이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얼어붙은 경제에 내 한몸 불살라 모닥불이 되겠다는 희생정신이랄까...
Commented at 2007/02/02 17: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소마 at 2007/02/10 23:27
살아있는 지구 시리즈 중 동굴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완전소중이더군요!
Commented by 에즈굿잇겟즈 at 2007/02/11 02:35
'살아있는 지구'정말 감동이었습니다..모처럼 내가 본 프로가 있다는것에 또 감동
티비맹인 저는 인구에 희자되는 마빡이도 요즘 병실 티비에서 처음 본 원시인입니다
일일드라마류는 봐도 봐도 이드라마 저드라마 짬뽕되어 스토리 뒤죽박죽..적응이 안되는 문맹입니다만 그러나 바뜨..
살아있는 지구같은 완전소중은 잘 안 놓치죠..얼마전 이비에스에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다큐했던것 같은데
그거 다 못봐 디게 아쉬웠는데..담에 이바구 해주실러나...
잘지내요..요 바로 앞 포스팅 재미없었다고 불친절한 모니터도 해주는 오지랍입니다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11 18:08
소마님/ 전 멍청하게 딴짓하다 초반부를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에즈굿..님/ 녀사님의 덧글이 없으니 요즘 의욕이 안생깁니다. 많이 많이 모니터해 주세요.
Commented by 막내동상 at 2007/02/15 14:11
‘키스 잘해’씨..-_- 몬산다.
Commented by nipple at 2007/03/09 15:49
지루박님 재즈좋아하셨군요. 아아 반가워라.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09 16:13
오늘 오전에 포스팅 확인하고 발자국 남길까 하다 쓸말이 없어 그냥 나왔습니다. -_-;;
휴가 나오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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