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본 영화
지난 달에 본 영화는 6편.
‘어흇, 다림질하랴 설거지하랴 영화 볼 시간이 없다구.’
... 라고 말할 리 없는 게으름뱅이 불량 아저씨.
‘사실 이번 달은 대리운전비 지출이 너무 많아서 DVD를 살수도 빌릴 수도 없는 딱한 처지가 되었다고요.’
... 라고 제 무덤 두산 굴삭기로 파버리는 선술집 인생낙오자 타입 아저씨의 1월에 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 (DVD)
학교 밴드를 소재로 한 소녀들의 성장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됐던 스윙 걸즈가 말랑말랑하고 알록달록한 젤리라면 이건 달콤한 별사탕이 간간이 들어있는 건조한 건빵 봉다리같은 느낌이랄까, 아님 맛스타 딸기맛 한모금에 건빵 10개를 씹는 느낌이랄까.

이 영화, 배두나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지. 일단 교복 커스튬. 사실 서른을 훨씬 넘은 나이에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행세를 하던 유오성이나 최진실에 비하면 배두나는 양반. 게다가 원래 동안인데다 부잣집 딸래미 특유의 자외선으로부터 철저히 디펜스된 파스퇴르 우윳빛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많이 어색하지 않아. 여중생, 여고생, 여대생의 구분이 불가능한 30대 후반 변태 아저씨의 기준에선 그렇단 얘기.

'배우 배두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방인.'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도 '괴물'에서도 세상과 친숙한 이미지는 아니었고 단편영화 '티 데이트'와 이 '린다..'에서는 각각 미국과 일본에 진출한 파병군인과 같은 입장에서 외부와 덜 적응되고 외로워 보이는 느낌. 이 배우는 이런 연기밖에 못하는 걸까, 아니면 이런 연기를 해낼 사람은 이 배우밖에 없는 걸까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
언급한 영화 ‘티 데이트’의 감독님은 와입후님의 싸이 일촌평에 글을 올릴 정도로 제법 친분. 나 -> 와입후 -> 감독님 -> 배두나 로 연결되서 ‘안녕하세요. 두나님의 영화 잘 보고 있습니다. 네, 앞으로 친하게 지내죠. 아, 전화번호도 주시니 감사하군요.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요...’ 이렇게 상상의 파도타기를 하기도. 친분이 발전한 정분...이런 건 위험.

럭키넘버슬레븐 (DVD, 대여)
이정도면 정말 멋진 이승삼의 뒤집기 영화가 아니던가. 이런 뒤집기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이란 게 ‘이 색희, 나 중간부터 눈치 깠다구!’라고 생각하면 별 반개, ‘이런, 영리한 색희, 방심하고 있는 틈에 소가 훌쩍 넘어갔잖아!’라면 별 4개. 난 천성이 곱고 남의 이야기를 잘 믿는 순진하고 큐트한 타입이라 뒤집기 영화에 잘 놀라는 편. 믿기 싫음 관둬라.

해롤드와 쿠마 (DVD)
유치한 코메디는 정말 좋지. 똥, 방귀 같은 거로 웃기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 그게 그만큼 어렵단 얘기지. 부가 영상에 있는 방귀소리 만드는 영상을 보고 정말 감탄. 매덕스의 도루코 면도날 제구 만큼이나 섬세한 소리의 재현에 놀라버렸지.

알파치노의 허수아비 (EBS HD)
EBS에서 HD로 영화를 방영한 게 이번이 처음이지 싶은데 HD 영상의 질은 정말 형편 없었다구. 조금 오래된 영화라 이해는 하지만. '진했구먼'과 '알파치노'의 젊은 모습을 보는 맛도 좋지만 '새들이 허수아비가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우스워서 어쩌구'하는 대사가 인상적.

콜드 마운틴 (MBC HD)
사랑과 우정이 감자탕 대자 냄비처럼 넘치는 드라마틱 스펙타클 대서사시. 서사시하면 김동환의 국경의 밤이 기계적으로 튀어나오는 단순암기형 인간이지만 이건 남북전쟁을 배경으로한 사랑의 대서사시. 탄탄한 원작에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감독님을 모시고 와서 니콜키드만, 주드로, 르네젤위거를 황량한 산위에다 던져놓고 폭약 뻥뻥 터지는 가운데 러브러브 드라마를 만들어대는데.. 갈비뼈 아래에선 염통이 요래요래, 닭살이 요래요래, 눈에선 눈물이 요래요래.
이건 전형적인 데이트용 대작 영화라 생각하는데 국내 개봉 당시 성적은 신통찮았던 걸로 기억. 예상컨대 이렇게 상영시간이 길고, 딴짓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내용 파악이 가능한 느린 템포, 그리고 대포소리가 큰 영화는 비디오방이나 디비디방용으로 아주 적합하지 않을까. 그래서 연인들이 극장보단 디비디방에서 관람하지 않을까.
2시간 40분의 영상이 테이프 하나에 담겨 있는 비디오방의 전설 ‘아폴로 13호’는 그런 의미에서 최고였지.

블러디 선데이 (EBS HD)
형님 누나들의 염병질에, 쇠파이프질 덕택으로 빤짝거리는 우주복입고 오락만 해도 몇 억씩 벌 수 있는 희망찬 세상이 온거고, 초딩들도 중딩들도 사이버세상에서 할매 할배들과 피망 맞고 칠 수 있는 평등한 세상이 만들어 진거다. 씩씩.
그 동네 술집의 팔할은 내가 일으켰고 저 동네 술집의 팔할도 내가 일으켰다. 난 이 나라 경제 부흥의 주역이다. 씩씩.
내 청춘을 돌리도. 돌리주믄 공부 열심히 할게. 씩씩.

by 지루박 | 2007/02/07 23:15 | 울지마 영화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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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카시아 at 2007/02/08 00:03
저도 린다린다린다 며칠 전에 봤는데 .. 배두나를 보면서, 아 역시 배두나의 연기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두나만의 항상 그런 연기. 그나마 린다에서는 노래를 부르기 때문인지 덜 배두나다운 연기를 하는구나, 이런 느낌도 받았고. 저에게 린다는 정~말 일본영화다운 담백함만이 가득했던, 그래서 절대 특별할 수 없는 그런 영화였던 것 같아요.
Commented by 강설 at 2007/02/08 00:46
해롤드와 쿠마 진짜 재밌게 봤죠. 요번년도에 후속편이 제작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PETER at 2007/02/08 00:47
그림 짤방 오나전 동감이에요. 24를 본건 아니고 전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마다 "애네들은 똥은 안싸나?" 그거 되게 중요한데 왜 한번도 그런 장면은 안나오는걸까... 이런 상상을... 죄송합니다.... (__)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7/02/08 01:16
HD다 HD...!!
Commented by 리체 at 2007/02/08 01:36
<사랑과 우정이 감자탕 대자 냄비처럼 넘치는 드라마틱 스펙타클 대서사시>
......
ㅠㅠb
Commented by 피피 at 2007/02/08 08:15
24시를 정복 하셨으니. 이제는 프리즌브레이크~로 달려 BoA요~ ^^
Commented by sesism at 2007/02/08 08:49
낄낄낄. 언제나 재미납니다.
배두나는 남녀 불문하고 싫다 하는 사람 별로 못 본 것 같아요. 럭키 넘버 슬레븐 저도 정말 재미나게 봤어요. 아 뭐 솔직히 조시 하트넷이 나오는데 안재밌을수 없잖아. 그리고 화장실 유머 너무너무 좋아요 앗흥♡ 허수아비랑 블러디 선데이 보셨네요. 전 달력에 적어만 놓고 못봤어요. 특히 블러디 선데이는 안경끼고 각잡고 앉았는데 아빠가 삼계탕 같이 먹어야 한다고 한다고 나오라고 나오라고 그러셔서 못보고ㅠ 콜드 마운틴은 놓쳐버린 영화입니다만 TV에서 해주었군뇨. 2시간 40분짜리 영화를 '방'에서 보려면 추가요금이 있을것 같으니 GG
어쨌든 지루박님 만세!
Commented by Layner at 2007/02/08 09:25
24시 주인공들은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는 '연예인'이군요!
'파도타기'의 상상에 대한 반응은 '꿈은☆이뤄진다'는 위험한 덧글 남기는 걸로 ^^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2/08 13:36
저는 배두나가 굉장히 서민적인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별사탕 들어간 건빵이라는 표현에 한 표 던집니다.
Commented by 닥쓰 at 2007/02/08 15:10
진했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

두나씨랑 친해지고 싶으시면 카메라를 만지작거려보심이 좋을것같습니다.
두나씨가 대단한 사진광이라(역시 엄청난 재력. 기종이 삐까뻔쩍합니다.) 인터넷 사진동호회에 사진도 올리고.. 그러시더군요.
아. 두나씨급으로 카메라를 사려면 돈이듭니다 ㅈㅅ;;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08 18:57
아카시아님/ 비에 젖은 모습으로 노래를 할 땐 신나더군요. 아카시아님 블로그 들어갔다 깜짝 놀랬습니다. 너무 젊은 분이라...^^

강설님/ 전 같은 감독의 ‘내차 봤냐’를 너무 재밌게 봤었습니다. 조금 더 격한 개그를 하는 케빈 스미스라는 느낌을 주는 감독님.

PETER님/ 다른 영화들은 등장인물의 일상이 토막 나 있어서 다른 시간에 했겠지, 하는 기분이 있는데 24같은 경우는 거의 24시간 실황인지라 약점을 잡고 싶어져요. 똥 싸는 영화도 있어요. 위에 언급한 해롤드와 쿠마.

꿈의대화님/ 주위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지름을 권하는 품목입니다. HD TV. 조금만 무리하면 정말 세상이 달라지는데...

리체님/ 캄사합니다! 감자탕 냄비 끓을 때 떨어지는 국물은 항상 불안하기도 생동감 넘치기도.

피피님/ 아직 시즌 1만 정복입니다. 일단 ‘지구에서 달까지’ 보고 있어요.

sesism님/ 밤 11시에 삼계탕이라면 당연히 먹어줘야 됩니다. 블러디 선데이가 문젭니까.

Layner님/ 일단 감동님께서 미국에 계신 지라 귀국하고 나면 술자리 한번 마련하라고 졸라봐야죠. 같이 있어도 말한마디 못할게 뻔하지만.

marlowe님/ ‘풀’모 기업의 딸래미라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를 봤습니다. 그런 선입견 땜에 그런지 그분은 당돌한 부잣집 아가씨의 느낌이 강해요. 그렇다고 싫은건 아니구 동생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쿨럭.

근성가이 닥쓰님/ 배두나의 미니홈피, 네이버 블로그 전부 링크해서 봤었습니다. 업데이트가 더뎌서 지금은 전부 삭제. 얼마 전 나온 두나의 유럽놀이던가 하는 책은 정말 에러였다고 판단합니다.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정말 자신만의 사진집을 내지...
Commented by punctual at 2007/02/09 17:21
하루 정도야 안쌀수도...있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10 00:24
헤에... 사람 몸에서 나오는 3가지 싸는 것 중에 제일 맑은 물은 참기가 너무 힘든지라...
Commented by 찬별 at 2007/02/10 00:43
방귀, 하품, 트림중에 가장 맑은 물이 나오는 것 말이시군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10 11:45
눈물, 콧물, 가래침 중에 가장 맑은 물....쿠울럭!
Commented by netphobia at 2007/02/27 19:18
저도 24시 5시즌까지 모두 봤습니다. 4시즌부터는 1시즌때의 흥분이 많이 반감되더군요. 아무래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다보니 그런것 같아요. 그래도 5시즌은 재밌더군요 ㅋㅋ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28 08:48
시즌1까지 밖에 못봤지만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netphobia님과 같은 이야기 하시는 것 같더군요. 시즌1 이후 흥미가 떨어지다가 5, 6정도 되면 다시 화끈해 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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