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 대백과사전
사실은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요리 신동이지만 일부러 실력을 숨기며 다른 일로 밥벌이하는 아저씨. 일부러 어리숙하게 지내지만 남 몰래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우뢰매나 울트라맨 처럼 요리신동 지루박은 강원도 중소기업에서 위장취업한 채 철저히 요리실력을 숨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 '에꼴 드 지단'의 룰입니다.
하지만 어떨때는 그 실력이 조금씩 드러나서 혼자 긴장할 때도 있습니다. 넘어서지 않아야 할 선을 넘지 않고 평범한 요리만을 만든다는 것,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 나왔던 라면집 사장 아저씨처럼 말이예요.

오늘은 정말 보통의 요리들입니다. 싸구려 쭈꾸미를 이용한 요리 2가지 예요. 소개같긴 하지만 사실은 자랑삼아 찍어놓은 사진을 활용하지 못해서 빨리 올려버리고 하드에서 삭제시키려는게 주목적입니다. 저장해야 할 4.5기가의 야동이 있거나 한건 아니니깐 그런 오해는 하지 마세요.

1번타자, 쭈꾸미 볶음.

마트에 있는 쭈꾸미나 낙지는 랩으로 포장이 잘 되어 있지요. 싱싱해 보이는 걸 고르면 좋겠지만, 바닷가에서 20년을 살았어도 뭐가 싱싱한 건지 볼 줄 모르기 때문에 비슷한 무게라면 대가리 수가 많은 걸 고릅니다. 이런 둥근 대가리 생명체들은 대가리 씹는 맛이 최고라 무조건 대가리 갯수로 고릅니다. 선도 따위 필요 없습니다.
먹물 제거를 위해 대가리를 까뒤집어서 한번 헹구다 보면 이렇게 귀엽게 생긴 창자 같은게 나옵니다. 이게 뭘까요. 암만봐도 신기해서...
곰돌이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판다코판다!
미키 마우스!
EBS에서 하는 김지호가 나오는 요리 프로를 보니 낙지나 쭈꾸미 같은 건 소금물로 씻지 마랍니다. 이유는 까먹었는데 좋은 영양분이 떨어져 나간다던가 뭐 그런 이유였던것 같습니다. 나이 40을 바라보는 아저씨한테 기억력 따위는 기대하지 맙시다.
양념장을 미리 만듭니다. 뭐가 들어갔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인터넷에 '쭈꾸미 볶음' 검색해서 나오는 레시피들 중에 교집합을 만들어서 대강 넣으면 됩니다. 한국요리는 그때그때의 감각일 뿐입니다.
후라이팬에 야채를 볶습니다.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양배추 하나 안흘리고 잘 비빌수 있는 실력이라 이 정도는 기본입니다. 프랑스 국립요리학교 '에꼴 드 지단'에서도 계란 지단 부치는 건 확실하게 배웠죠...한명이라도 웃어주시면 만족합니다.
이제 목욕재개한 쭈꾸미를 찜질방에 집어 넣습니다.

그릇에 담아 짠~ 맛있는 쭈꾸미 볶음이 완성되었어요. 얘들아, 빨리 와서 먹으렴~
하면 좋겠지만, 나중에 그릇 씻으려면 귀찮으니 후라이판 통째로 식탁에 올려놓고 먹는게 제일 좋습니다. 그냥 사진 찍으려고 유난 떨어봤습니다.
자매품 모시조개 국물을  같이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자, 이제 2번타자. 쭈꾸미 샤브샤브.
1번타자였던 '쭈꾸미 볶음'보단 난이도가 높은 음식이니 바짝 긴장해서 봅시다. 추운 겨울날엔 역시 뽀골뽀골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어야 됩니다.
마트를 가면 냉동 블랙타이거새우와 백설표 군만두 봉다리 사이쯤에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생물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냉동 쭈꾸미 박스셋. 투명케이스에 친절한 자막까지 있는 코드3번 베트남제입니다.
샤브샤브니깐 채소가 많이 필요합니다. 국물도 내면서 함께 싸먹어야 됩니다.
쭈꾸미 비니루를 뜯어서 박박 문질러 씻습니다. 한손은 비쥬얼을 위해 물에 담그고, 한 손은 카메라를 들고, 하루 방문객 200분을 위해서 그저 정성을 다할 뿐입니다. '제 블로그에 하루에 단 1명이 오시더라도 그 분을 위해 노랑종이에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후훗, 멋있습니까?
국물을 냅니다. 다이어트 제대로 된 왼쪽편의 멸치들 말고 열두시 방향에 있는 넓적한 멸치는 비싼 겁니다. 뚱뚱이 멸치 1마리가 홀쭉이 멸치 10마리의 역할을 늠름하게 수행하는 듯 한 구도네요.
국물에 담궈 먹어야 할 채소들을 깨끗이 씻어두었습니다. 마트 채소코너에서 꼴리는대로 집어 담으면 됩니다.
자, 나왔습니다. 채소 온천에서 온천을 즐기는 쭈꾸미 할아버지들.
이 쿠쿠 전기 전골/구이 판떼기는 전골용으로는 수심이 너무 얕고 화끈하게 끓여주는 맛이 없지만 그런대로 역할을 하긴 합니다. 야구로 치면 2할 5푼대의 3루수 정도.
이렇게 싸서 소스 찍어 입에 처 넣으면 됩니다. 베트남제 젓가락이 베트남제 쭈꾸미와 어울려 요리의 품위와 격조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쭈꾸미를 다 먹었을 즈음 냉동실에 들어있던 면을 넣어 마무리합니다.

역시 제일 좋은 건 돈 벌어서 맛있는 데서 사먹으세요. 재미삼아 한번씩 하긴 하지만 꽤 귀찮습니다. 요리는 무슨...


충격.
생각해보니 1번타자 볶음요리는 쭈꾸미가 아니라 낙지였던 것 같습니다. 고치려니 일이 커지는 것 같아 그냥 놔둡니다. 찡긋.
by 지루박 | 2007/02/27 01:03 | 달려라 일기 | 트랙백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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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reeze at 2007/02/27 02:28
잘 읽고 웃고 갑니다. 언제나 유쾌하세요. ^^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7/02/27 02:58
마지막 사진에 면이 정말 먹음직 스러워 보여효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2/27 04:21
우왓;; 새벽 4시에 테러도 이런 테러가 없네요 ;ㅅ;
Commented by 아마꼬 at 2007/02/27 07:13
...... 후아. 내가 여길 왜 온거지요? ........하악 하악;;; 울고 싶다 ㅠ_ㅠ
Commented by 우유차 at 2007/02/27 08:41
오늘 아침따라 몸이 추웠는데 전골 보니까 침넘어갑니다. 으앙. TㅠT
Commented by sesism at 2007/02/27 08:57
쭈꾸미볶음 담아낸 접시도 꼭 베트남 쌈의 쌀피마냥 생겼군뇨 ㅎㅎ 지루박님의 아내되시는 분은 정말 좋으시겠습니다. 제 남자친구는 이제 아이템이 다 바닥났어요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27 09:18
breeze님/ 감사합니다. 요즘 제 생활은 그다지 유쾌하지가 못해서 큰 일입니다.

꿈의대화님/ 예전에 집에서 손님 칠때 주문한 인근 중국집 짜장 면발입니다. 실제로 쭈꾸미보다 저 면이 더 맛있었다고 와입후님께서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Charlie님/ 4시까지 안주무시고....;;; 09이벤트의 참상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꼬님/ 유학 중이신가봐요. 와.. 친구들이 보내준 과자 봉다리 사진을 보니 제가 다 기쁘네요.

우유차님/ 저도 오늘 갑자기 춥네요. 어제는 사무실에서 땀 흘렸었는데 오늘은 덜덜.

sesism님/ 부부라면 어차피 승부는 침대위에서! 요리는 부전공일 뿐입니다. 전공을 확실히 하면 직접 요리 할 필요도 없습니다.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7/02/27 09:57
꼭 대 지루박님의 뇨리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죽기전에....반드시!
Commented by 이중인격 at 2007/02/27 10:01
제대로 해서 드시는 군요...꼴깍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27 10:45
석양무사님/ 나날이 실력이 발전해서 가정주부로의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중입니다. 직장이 거지소굴 같아서 요즘 일에도 의욕이 없고... 으흑.

이중인격님/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서.. 기념으로 사진도 찍었잖아요.^^
Commented by 리체 at 2007/02/27 10:52
ㅋㅋㅋ
오늘도 재밌게 읽고 갑니다.
에꼴드지단에서는 그리 특별한 걸 요구하면서 가르치는 건 아니군요. 맛있으면 장땡;
Commented by 강설 at 2007/02/27 11:14
매콤한 쭈꾸미볶음이 땡기네요
Commented by 아모이 at 2007/02/27 11:54
ㅎㅎ쭈꾸미 할아버지들의 힘찬 자맥질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ㅋ
맛있겠습니다~ㅎㅎ
Commented by 다롱디리 at 2007/02/27 13:04
언제 들어도 구수한 요리설명입니다. ^^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2/27 15:16
쭈꾸미, 낙지, 문어는 늘 헷갈립니다. (오징어, 한치도 그렇구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27 15:41
리체님/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 에꼴드지단에서는 교양수업으로 축구를 더 많이 가르치긴 합니다..^^

강설님/ 지체없이 달려나가서 드셔야지요. 저도 매운 볶음류를 좋아하지요.

아모이님/ 쭈꾸미 할아버지들이 탕에 들어가니 전부 발라당 뒤집어 지며 운명하시더군요. 샤브샤브는 추천입니다. 의외로만들기도 쉬워요.

다롱디리님/ 감사합니다. 구수한.... 예전에 구수한이라는 B급 코메디언이 있었어요. 갑자기 생각나네요.

marlowe님/ 많이 먹다보면 색상, 크기, 신체 비율 등이 확연히 다른단 걸 금방 알게 됩니다. 꼴뚜기, 한치, 갑오징어, 오징어도 마찬가지지만 많이 먹다보면 금방...
Commented by EYES at 2007/02/27 16:35
아... 먹고 싶어요... 제대로된...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27 17:20
으하하, 제대로 된......
아이고 부끄러워라...@_@
Commented by 피피 at 2007/02/27 17:45
머랄까 미괄식이신가요?? ^^
그나저나 요리 넘 잘하시고. 두분이서 저렇게 잘 챙겨 드시다니!! 부러워요~~
다른건 몰라도 마지막에 국수가!!! ㅠ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27 18:20
비록 냉동실에 오래 있었긴 해도 원주에서 나름 유명한 짜장면집에서 접대용으로 공수해 온 면이지요.
Commented by PETER at 2007/02/27 23:20
하하하 샤브샤브 진짜 맛있겠어요...
면이 진짜 맛있게 생겼다 ㅠㅠ
지루박님같은 마누라를 만나야할텐데...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28 08:54
푸하하.... 당황해서 볼이 빨개집니다.
Commented by fish at 2007/02/28 14:40
와이프분이 참 부럽습니다. ㅠㅠ
난 누가 저렇게 안해주나...
계란볶음밥... 딱하나 얻어먹습니다. 버라이어티한 메뉴 없습니다.
아파 쓰러져 있어도 계란복음밥 배탈나도 계란볶음밥.. ㅠ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28 15:28
저도 잘 안합니다.
가끔 할때마다 증거를 남겨서 보관해 놓을 뿐. 에헤헷.
Commented by 영래 at 2007/02/28 20:55
ㅎㅎ 맛있겟어요 침이 꼴까닥!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2/28 22:56
만들기 쉬워요, 오호 오랫만입니다!
Commented by Astarot at 2007/03/03 12:23
곰 그림 너무 귀여워요ㅠㅠ 역시 센스가 넘치셔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04 22:28
별 말씀을..긁적.
Commented by 엄정순 at 2007/04/13 13:31
담에 순대촌에 올 기회가 된다면 원조민속순대타운 3층303호"순창"으로 한번 오셔봐요
친한 단골집이 없으시다면...다른집에 없는 서비쓰로 좋은님들을 모십니다
예쁜반지고리선물과 집에서 정성껏 만든 식혜를 후식으로 드립니다
또하나 좋은생각,여행스케치란책을 월별로 다모아놓고 드립니다 월초에 오시면 당월호도...
저희집은 3층입구에서 3번째집이라서 처음 오시는 분들은 도저히 올 수가 없기에...호객이 심해서....
제가 이렇게 좋은님들을 직접 모신답니다
실례가 됐다면 너그러히 용서를 하시구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오세요
순대촌에서는 최고의 서비쓰로...앞치마하나에도 향긋한 쉐리향으로...
여자분들껜 옆집아줌마들 몰래몰래 예쁜포켓티슈도...
오시면 후회하지않게 정성껏 대접해 드립니다
원조민속순대타운 3층303호
순창아지매 엄정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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