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고향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을 봤습니다.

개인적으론 영화보단 남포동의 유명 나이트클럽 이름으로 더 기억되지만 영감들 세대에 개봉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던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던가하는 이야기를 귀구멍에 꽃이 박히도록 들었던지라 큰 기대를 했습니다. 개그콘서트 ‘유치개그’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와 코메디 프로의 느끼 설정에 빠짐없이 나오는 ‘경아,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으로 오히려 더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줄거리. 옛날 옛날에, 경아라는 예쁘신 분이 살았습니다. 경아는 늦은 밤 귀가길에 애인과 헤어지지못하고 강압적 방법이 혼합된 ‘손만 잡고 잘께’의 고전적 수법으로 여인숙에서 원치 않는 관계를 가집니다. 역시나 남자는 도망가고 예쁘신 분은 낙태를 경험합니다. 이후 경아는 부잣집 후처로 가지만 또다시 버림 받게 되고, 또 한 남자를 만나지만 결국 호스테스의 길로 가게 됩니다. 그 즈음 불꽃 남자 신성일을 만나면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과거의 일들이 순서대로 삽입되면서. 경아는 다시 한번 순수한 사랑을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버립니다. 결국 그녀는 눈 속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자는 참 이상해요. 남자에 의해서 잘잘못이 가려져요.’라는 경아의 대사가 전체의 주제를 담고 있는 듯한 이 영화는 사회와 관습적인 부조리로 인해 여성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현재의 흐름을 따라 과거사들이 삽입되는 편집 형식이 조금 거친 느낌을 줍니다만, 그리고 저변의 설정들이 고리타분한 느낌도 줍니다만, 어쩌면 그 시절이 주는 기술적인 고루함이 당시를 지배한 사고와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크게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논문을 쓰실 분이나 담론을 원하시는 분은 씨네21 사이트로 가시면 좋습니다. 여기선 그냥 사진이나 봅시다. TV 화면에 디카를 대고 찍었습니다.
경아를 여관으로 유인해서 밤꽃향기를 풍기고, 나중에 쌩까고 딴 여자와 결혼해 버리는 저질패륜남 역은 디자이너 하용수 형님입니다. 해괴한 소문이 많은 분이신데... 여하튼 이때는 참 곱군요.
경아를 후처로 맞이한 부잣집 아저씨는 윤일봉 형님입니다. 옆에 인사하는 가정부역은 전원주 누님이십니다. 누님...
일봉이 형님집은 부잣집 인테리어 치곤 언발란스입니다. 사격장에서 뽑기해서 얻은 것 같은 저 곰돌이 인형은 부잣집의 격조와 품위에 맞지 않아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시엔 피아노 위의 저런 곰인형은 나름 부유한 집들의 센스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끝까지 찾아와 지저분한 짓을 하는 세 번째 몹쓸남은 백일섭 아저씨입니다.
근데 이분... 경아 궁디 측면에 자신의 이름을 성냥불로 지져버리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입니다. 아 글씨, 남의 궁디가 설악산 바위도 아니고 무슨 이런 일을. 귀남이 아버지, 다시 봐야겠습니다.
신성일은 정말 간지가 철철 넘칩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보통의 ‘끝’이 아니라 “경아 안녕”인 것도 특색 있습니다.

오래된 한국영화를 HD로 볼 수 있어 즐겁습니다. ‘방송 80년 특선’으로 간만에 KBS가 예쁜 짓을 하는군요. 주말엔 ‘애마부인’도 HD로 볼 수 있겠어요.

*
지금 MBC에서 하고 있는 '에덴의 동쪽' 자막 폰트가 예쁩니다.
새벽 3신데 뻘짓하느라 시간이 이렇게 된지도 몰랐군요. 그럼 주6일 근무제의 전 이만...


by 지루박 | 2007/03/03 03:08 | 울지마 영화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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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7/03/03 03:52
1등이긴 한데...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불면의 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03 08:33
전 벌써 출근을 했어요. 열심히 일!
Commented by 조나쓰 at 2007/03/03 09:00
저는 지금 일어났습니다..^^v
여기저기 케이블만 돌아다니다 보니 공중파에서 뭐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네요... 별들의 고향은 그러고 보니 저도 끝까지 본 적은 없군요... KBS 80주년 특집방송이라니깐, 3.1절날 본 이미자 콘서트 방송이.. 역시 노래 잘 하더군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03 11:04
새나라의 어린이!
80주년이라고 오늘은 라지오스타랑, 애마부인에, HDTV문학관, 게다가 오늘 새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미술 까지. 오늘 하루 테레비 껴안고 지낼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punctual at 2007/03/03 11:48
저 당시 영화는 제가 살던 동네에서 찍곤 했지요. 성북동. 종로구 혜화동 등...당시는 전부..이 동네서 찍었습니다.

그리고 집 분위기들은 다 저랬어요...인형만 빼고..유리상자 안의 꽃동이 꽃순이...인형이 주종이었죠.
Commented by Astarot at 2007/03/03 12:22
별들의 고향이라....남포동 가면 한번 찾아봐야 되겠군요(...)
백일섭 씨 얼굴 보니 중학교 때 체육 선생님 생각납니다. 그분이 백일섭 씨를 무지 닮았거든요. 엔딩의 '안녕'은 저당시 애니메이션들도 많이 쓰던 거라서 그런지 볼 때마다 재밌어요.
Commented by surrrround at 2007/03/03 12:47
추억의 남포동 별고!
디제이가 까만 트라이 난닝구 입고 드라이아이스 피우고 등장하던..
추가로 별고 위에 있던 향촌 당구장도 기억나는군요,
Commented by 지연 at 2007/03/03 17:08
우리 고등학교때 지리선생님이 백일섭씨하고 똑같이 생겨서 우리도 맨날 놀렸고 그분도 맨날 아 글씨~하면서 흉내를 잘내셨죠.
지루박님은 참으로 영화에 대해선 장르구별없이 다 잘보시고 품평도 재밌게 잘하시네요.
요즘 한국 TV 보면 재밌는거 많이 하겠네요.
Commented by kyle at 2007/03/03 19:48
세부적인 것에 집착하자면 피아노 위의 곰인형! 그것 정말 제 로망이었습니다. ㅠ_ㅠ
아니면 러시아 인형이라도...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3/04 19:53
윤일봉 옹은 무협영화 속 악의 괴수로 나오는 게 가장 어울려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04 22:21
punctual님/ 맞아요. 예전에 친구집 가면 저런 구조가 많았습니다. 마루로부터 2층으로 방이 이어지는 구조. 방에 있는 책꽂이에는 계몽사의 전집이 예쁘게 꽂혀있고 방한가운데 카페트가 깔려있고...

Astarot님/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라디오에서 광고를 하던 유명한 나이트클럽이었습니다. 백일섭 닮은 선생님들이 많군요.. 오호 당시 애니메이션의 '안녕'을 아시는군요!!

surrrround님/ 부고, 경고와 함께 부산의 3대명문고인 별고. 전 서면쪽에서 놀아서 별고는 한번도 들어가본적은 없습니다. 원래 모범생이라 나이트클럽이 뭐하는덴지...콜록콜록.
예전에 복개천 딜라이트에서 3인조 댄싱 DJ의 절도있는 춤사위를 보고 캐감동에 젖었던 기억이 갑자기 나네요.

지연님/ 주말을 맞이하여 흘러간 영화 몇편들이 계속 방영되는군요. 요즘 극장개봉이후에 TV상영하는 간격이 너무 짧아져서, 방구석폐인은 즐겁습니다.

kyle님/ 러시아 인형은 몸통안에 작은 인형 그안에 더 작은것이 있는 거 말인가요? 전 아직도 그거 갖고 싶어서 가끔 여행가서 보이면 침을 흘리곤 합니다. 예전엔 코가 주먹만한 어설픈 형태의 곰인형들이 하나 이상씩 있었죠. 피아노나 마루 협탁 같은데 진열해 놓았어요. 하하, 자꾸 옛날 기억이 나서 웃음이..

marlowe님/ 개인적으로 인상이 참 안 좋은 배우라서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7/03/07 15:00
아... 맨날 제목만 듣고 정작 내용은 모르고 있었는데, 그런 내용이었군요.
캄솨합니다. 지루박님 사랑합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08 11:00
아잉.
Commented by 우유차 at 2007/03/08 11:33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싸랑받으시는군요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09 10:51
열심히 살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포스팅을 할수록 남녀노소중에 '녀' 와 '소'층이 빈약해지고 있습니다. 전략을 세워야 겠어요.
Commented by sesism at 2007/04/23 16:44
이미 꽃이 박혀버렸을 지루박님에게 그래서 이제는 웃기다 재밌다 얘기하는건 엄청나게 식상한 일일듯. 그래도 어쨌건 재미있게 봤어요! :D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4/24 00:31
요즘 침체기입니다. 이야기들이 잘 안먹혀요. 에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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