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본 영화
아포칼립토 (Theater)
평일 밤 11시 40분에 시작하는 표를 끊고 혼자 극장에 갔는데 예상외로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밤 12시든 1시든 술집, 밥집이 도떼기시장판을 이루는 서울과 달리 여기 작은 도시는 밤 10시가 넘으면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라 적막한 극장을 예상했으나 놀랍게도 그 시간에 꽤 많은 관람객이 있었다. 역시 멀티플렉스가 도시의 리듬을 바꿔 놓은건가.

극장이 텅텅 비어 있었으면 상당히 무서울 뻔 한 영화였다. 제법 잔인한 표현이 있긴 했지만 빨가벗은 사람들이 번개같은 스피드로 쫓고 쫓기는데 정말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예전에 ‘스피드’를 볼 때의 정신없이 흥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극장 밖을 나와서 원래 마야인들이 이렇게 미개하고 잔인하게 놀았던가 싶은 궁금증이 생겼다. 제단에서 산사람의 염통을 끄집어낸다거나 하는 점은 그랬을 것도 같지만 그런 의식 외의 생활에서 실제로 난장판으로 놀았는지 궁금해서 ‘마야’에 관한 책을 한권 사서 읽었는데 역시 잘 모르겠더라.

특별출연한 호나우딩요, 호세, 오지헌. 모두 연기 끝내줬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 (TV HD)
새로운 영상을 실험,시도하는 영화를 좋아해서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든지 만화같은 영상 운운하는 영화는 되도록 챙겨보는 편이다. 특히 3D 애니는 정말 빠지지 않고 모두 극장에서 찾아봤는데 최근엔 기술에 대한 경외감이 없어져 심드렁해진 탓인지 잘 찾아보진 않는다.
두 번째 보는 영화다. 예전에 극장에서 볼 때도 그리 몰입해서 본 것 같지가 않은데 다시 봐도 마찬가지다. 비쥬얼을 제외하고 스토리에서 그리 사람을 흥분케 하는 요소는 다시 봐도 없어뷘다.
그래도 이 영화가 가지는 역사적 가치라면 지금의 와입후님과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라는 점. 그땐 ‘언제 팔걸이를 올려버릴까’라던가, ‘언제 손을 이동시킬까’하는 테크니컬한 생각뿐이었지.

루팡 3세 카리오스트로의 성 (VHS)
미야자키 하야오의 암내를 물씬 풍기는 이 루팡 3세의 극장판은 역시 재밌다. 하지만 역시 루팡의 진면목은 TV판이다. 얼마 전 케이블 티비의 챔프에서 루팡 3세를 방영하기 시작했다해서 챙겨보려고 하는데 잘 안 봐진다. 녹화 한다는 걸 맨날 까먹어.
유튜브에서 루팡 3세의 TV판 OP를 찾아보며 눈물을.

80년 버전의 OP 발견. 이보다 조금 뒤의 80년대 중반 버전 OP도 좋지만 역시 이 버전이.


전기의자 (VHS)
숀 S. 커닝햄의 제작. 비디오테이프 팔기 전에 한번 봄. 그럭저럭 잔인하고 볼 만 했음. 끗.

쿵푸 허슬 (TV)
더빙판을 봐도 재밌구나. 주성치 영화 스타일의 완성이라 생각하는 작품. 정점의 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기에 차기작이 살짝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 이미지 영원하길 간절히 기도. 관세음보살.
차기작 <장강7호>촬영 중. 이건 뭐 배철수 같기도 이외수 같기도.


불량공주 모모코 (TV)
이 DVD를 구할려고 오만 사이트의 검색창에 이 영화 제목을 얼마나 두드려댔는지. 게다가 이 영화를 들여다 놓은 대여점도 우째 하나도 없는지. 헌데 설 연휴 지나고 처갓집 방구석에 누워서 리모콘 끄적거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케이블에서 이 영화가 시작 하는거다. 허무하여라.
이렇게 엉뚱하고 과장된 일본식 코메디 영화에 웃음이 좀 헤픈 편이라 마구 웃었다. 하하하. 그때가 5일 연휴가 끝나는 마지막 오후라서, ‘아, X발, 내일부터 회사 가야 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 영화 잘 보고나서 우울했던 기억이 나네.

크래쉬 (TV HD)
사랑해요, 우리 모두 사랑해요. 위아 더 월드.

일본침몰 (TV HD)
치악산에 화산이 폭발해서 용암이 단계택지 룸싸롱들을 뒤덮고, 반라의 아가씨들이 거리를 뛰쳐나와 혼비백산하고, 덕분에 농공단지의 공장들이 문을 닫아서 직원들이 회사를 안간다고 즐거워하는 영화를 만들면 그건 나한테만 재밌는 영화다.
일본침몰은 그랬다. 일본인들은 자기네들 동네가 무너지고 하니깐 손에 식은땀을 쥐고 흥미있게 봤을지는 몰라도 얼마 전 4.8도의 강진에도 꿋꿋이 이겨낸 강원도의 늠름한 청년의 입장에선 도대체 어디서 흥미를 찾아야 할지 난감한 영화였다.
by 지루박 | 2007/03/09 15:16 | 울지마 영화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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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조나쓰 at 2007/03/09 15:29
오옷,,,늘어지는 금요일, 어느새 글을 하나 올리셨군요....
주성치 짱, 엉뚱한 일본식 코메디 짱, 그리고 루팡 3세도 짱짱짱...
우리 어릴 때 TV에서 일본 만화를 많이 보여주기는 보여준 모양입니다.. 저기에서 바로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되어버리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09 16:06
에헤헷. 이번주는 거의 책상에 앉아서 문서작업을 했던지라 미리 글을 조금 적어놨었지요. 주6일 근무자에겐 늘어지는 금요일이란 단어는 없다구욧!!^^
루팡3세는 어렸을적 지글지글대는 일본 방송을 통해 몇편 봤었지요. 저 음악은 암만 들어도 멋있습니다.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7/03/09 16:23
재밌게 잘 봤습니다. ^^
갠적으로 주성치 옹이 어서 빨리 차기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비리 at 2007/03/09 16:31
앗.저도 TV에서 모모코 공주님 봤어요;;거의 후반부터지만..재미있었어요~
드레스에 자수 놓을 모양 상상하는것 참 귀여웠어요
Commented by 하늘처럼™ at 2007/03/09 17:35
늠름한 청년의 입장에서.. ㅎㅎ
그리고 테크니컬한 생각들.. 심각하게 고민하셨던가 봅니다..

주성치 사진은 잠시 이외수씨인가 하고 다시 들여다봤지요..
Commented by 로토 at 2007/03/09 17:39
아포칼립토 재밌었나보네요.

저번에 그거 보러 친구들이랑 갔다가 그놈 목소리를 봐버려서 못 본게 아쉽군요.
(그놈 목소리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지만;)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3/09 17:54
특별출연 호나우딩요!
역시 지루박님의 글을 읽다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번씩 웃게 됩니다.
잘 읽었어요. 아직도 못 본 작품이네요.
[불량공주 모모코]는 저도 꽤 재미있게 감상했답니다.
Commented by 리체 at 2007/03/09 18:22
크래쉬는 동 제목의 영화들이 좀 많아서..
혹시 제임스 스페이더 그 분이 나오신 영화를 보셨다는?
제가 사랑해마지 않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09 18:55
무사님/ 더 이상 코메디 영화는 찍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던데, 제발 그 말씀 거두어주시길 빌고 있어요. 칼퇴근 하시는 무사님 지금쯤 퇴근하셨겠네...ㅠㅠ

비리님/ 어떻게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수 있는지 놀랍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늘처럼님/ 연애의 시작은 영화관 테크닉부터죠. 이외수, 좀 분간이 안되긴 합니다.

로토님/ 호불호가 갈리더군요. 영화 게시판을 검색해보니. 전 상당히 흥미롭게 봤어요.

ArborDay님/ 아포칼립토, 아직 못보셨군요. 잔인함은 양념정도로만 보고 표범발의 달리는 속도를 만끽하다 보면 꽤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리체님/ 데이빗 크로넨버그 그 양반이 만든 크래쉬 말씀하시는 거죠. 그, 기계에 충돌하는 것에 성적욕구를 일으킨다해서 조금 난감했던 기억이... 예전에 동숭아트에서 외롭게 앉아보는 기억이 새록새록.
위의 크래쉬는 산드라 뽈록양 나오고, 2006년도 아카데미 짱먹은 근작이었습니다.^^
Commented by 리체 at 2007/03/09 21:21
아하. 그거군요.
음, 저도 예전에 동숭아트에서 상영할 때 처음 봤는데...
극장 측에서 삭제 장면을 따로 비디오 틀어놓고 보여줘서 왕 충격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ㅎㅎ
그 후에 무삭제로 나온 걸 다시 봤는데, 정말 꽤 지난 영화인데도 그 그로테스크한 응응 장면은 충격적이었어요..ㅠ
제임스 스페이더 횽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애정을 끊을 수 없는 영화랄까요..^^
그 처자가 나오는 영화는 나중에 봐야겠네요. 헤헤.
Commented by Astarot at 2007/03/09 22:15
아포칼립토는 멜 깁슨이 쓰잘떼기 없는 메시지만 억지로 넣지 않았어도 엄청 훌륭한 추격 액션물이 됐을텐데 말입니다.(맨 처음의 자막도 그렇지만 중간에 소녀가 솰라솰라 하는 장면에선 아주 골이 띵하더군요;;) 제가 이상한건지; 전 아포칼립토 그렇게 잔인한지 모르겠더군요OTL 말씀하신대로 지루한 틈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지헌 씨(...)는 곽한구 씨도 좀 닮지 않았나요? 영화볼 땐 몰랐는데 나중에 스틸컷 보니 곽한구 씨도 좀 닮았더군요ㅎㅎ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3/10 00:22
아,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가 TV에서 했었나요? 놓친게 정말 아쉽네요.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도시인들의 아름답고 슬픈 충돌을 그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아포칼립토의 고증은 사실상 아즈텍과 마야문명의 '적절한 조화' 혹은 짬뽕에 가깝다고들 하는 것 같습니다. 아즈텍의 인신공양은 확실히 사실 맞지만, 그 '분위기'라는게 멜 깁슨이 얘기하는 '상대주의적 시각'같은 요소가 개입되기에는 지나치게 퇴폐적이고 광신적인 성격으로 그려진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원래 아즈텍의 인신공양은 굉장히 다양한 함의를 갖고 있었다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아무튼, 멜 깁슨 감독이 '액션' 하나는 잘 잡아낸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영화니 만큼 다음 영화를 기대해봅니다. ^^
Commented by PETER at 2007/03/10 01:27
아포칼립토가 너무 황당했어요. 추격신은 재밌었지만 가운데 소녀 솰라솰라는 저도 참 불쾌했다는... [왠지모르게]
크래쉬는 짱이에요. 으헬헬 싼드라뽈록은 나왔는지도 모르게 들어가버렸지만...
쿵푸허슬 재밌죠

그리고 호나우딩요 외엔 딱히 캐릭터를 못찾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지헌 정말 동감했습니다 ㅇ헬헬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10 11:57
리체님/ 극장에서 그런것도 보여줬었군요. 위의 크래쉬도 괜찮습니다. 감정 잡고 보면 제법 가슴이 싸해질 정도의 감동을 풍겨줄거라 믿어 의심치... 살짝 의심.

Astarot님/ 처음 자막은 가오 잡기 위해서 그럴수 있다 싶었는데 소녀 장면은 저도 피식했습니다. 예전에 잔인한 것 정말 잘 봤었는데 영감이 되고나선 조금만 잔인해지면 얼굴에 인상이....

Charlie님/ 일요일 밤이던가 KBS에서 특집 비슷하게 편성했었죠. 재탕의 명가 KBS라 3개월내로 한번 더 방영할 것 같습니다.
아,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PETER님/ 작년 최고의 영화로 PETER님이 크래쉬를 든 게 기억납니다. 빌려봐야지 생각하자마자 TV로 방영하더군요.
나쁜 놈 대장역도 롯데 야구선수 호세 엄청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선 아무도 인정 안해주더군요. 흙. 닮았는데...
Commented by acid at 2007/03/22 13:28
루팡자싸드는 1980년대 초반 대마도에 송출하는 나가사키 지역 방송사의 전파를 부산에서 받을 수 있었던 시절 TV로 매주 보던 기억이 납니다. 꼬마 주제에 졸 야하다고 생각했던 기억.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3/22 14:58
저도 그 경로로 보았었지요. :D
루팡을 방영하던 그 방송국 이름이 FBS였을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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