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본 영화
리치몬드 연애소동(DVD)
카메론 크로우가 고딩 시절에 쓴 각본의 영화라는 것으로 유명해서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 찾아보는 영화이기도 하고 숀펜이라든가 니콜라스 케이지 같은 유명배우들의 옛 모습을 보는 재미로 찾아보는 영화. 개인적으로 ‘미국의 신애라’라 불리는 피비 케이츠가 가슴을 훌러덩 까보이는 장면 때문에 조금 쇼크를 먹기도 하지만 이어 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돌려보는 훈훈한 장면이 담긴 영화.
가슴까기 일보직전..

80년대 초반에 삐짜 비디오로 보던 그로잉 업 시리즈나 포키스 같은 류의 요절복통 붕가붕가 소동 코메디와 크게 다르지도 않고 크게 위대할 것도 없다. 찌질한 내 관점으로 보기엔 이건 지금의 A급 배우와 감독의 흔적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지 당시 청춘 빠굴 코메디에 비해 청춘들의 발광에 냉철한 관점을 유지했느니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났느니 하는 소린 일종의 편견(이 아닐는지).

카메론 크로우 본좌와 에이미 헤커링의 그냥 상큼발랄한 영화. ‘탄산음료처럼 톡쏘는’ 같은 글쟁이들의 상투적 표현보단 ‘돼지발정제와 사이다가 혼합된 뿅가리 스웨트의 느낌’ 같은 표현이 어울리는 영화. 재밌었단 얘기다.

렌트, 프로듀서스(DVD)
두 편의 뮤지컬 영화를 봤다. 뮤지컬 영화답게 음악을 즐기면서 덩실덩실 보는 쪽은 ‘렌트’, 스토리에 따라 피식거리면서 볼 수 있는 쪽은 ‘프로듀서스’쪽. 둘 다 실제 뮤지컬로는 접해보질 못해서 아쉽다. 다음에 접해 볼 기회가 다시 있었으면.
코쟁이들 말로 하는 것 말고, 조선말로 하는 걸로.

빠삐용(DVD)
예전에 ‘하모하모’라는 댄스 그룹이 있었다. 왕년에 잘나가던 소방차의 후진양성 그룹으로 주목받았던 그룹. 소방차 형님들이 활동 할 때 일본 가수들 흉내 잘 내고 일본 노래 표절도 잘하고 해서 걸출한 미소년 그룹이 하나 나올 줄 알았는데 발표하고 보니 기대에 비해 한기범 키만큼이나 모자란 얘네들이었다.
그 하모하모의 데뷔곡이 ‘빠삐용’이었는데, 대략 가사가
애비는 높은 직장의 명함이 있어야 되고, 배고픈 색희는 제때 밥먹어야 되고, 개가 머리가 아픈건 주인의 폭력이라는 약간 혼란스런 내용이었고 이런 머리 아픈 세상을 탈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빠삐용’에 비유를 해서 불렀던 듯했다. 아, 너무 유치하고 정말 멋지지 않은가.

뭐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 여하튼 ‘인생을 낭비한 죄’로 자유를 빼앗긴 빠삐용의 죄목은 뜨끔하다.

디파티드(DVD)
마틴 스콜세지가 이 영화로 오스카를 받는 것도 그리 나빠보이진 않는다. ‘주려면 예전에 줬어야지’도 맞는 말이지만 뭐, 세상사 다 그런 것. 지금 줘도 나쁘지 않다. ‘아니, 이 영화보다 다른 영화가 백배는 더 좋았다구’라고해도 그냥 주자. 그깟 상 따위 사람이 늙어죽어가는데 기분 좋게 해 주는 게 좋은 거다. 흥분할 일 없다. 아카데미상 심사위원들은 정말 대인배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DVD)
짹 니콜슨의 ‘미친 듯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이건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강속구 투수가 9회까지 완봉을 하면서 타석에선 안타를 뻥뻥 쳐대다가 관중석에 다소곳이 앉은 꽃분이를 보고 상큼한 윙크를 날리며 예고 홈런을 터뜨리는 느낌의 영화다.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짹 니콜슨이 명장 밀로스 포먼 감독님을 등에 업고 그라운드를 도는 장면으로 마무리.

초콜릿 고마워, 의식(DVD)
끌로드 샤브롤 DVD 컬렉션의 3편 중 두 편을 봤다. ‘초콜렛 고마워’를 먼저 보고, 나중에 ‘의식’을 봤다. ‘초콜렛 고마워’는 상류계급층의 정신적인 불안감과 유산자들의 정신적 빈곤을 이야기하는 그닥 스릴 넘치지 않는 스릴러. ‘의식’은 다소 충격적인 전개를 가진 유산자들에 대한 응어리 폭발 복수극. 그다지 통쾌하지만은 않은, 세상에 대한 가혹하고 의심스런 시선의 영화.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DVD 대여)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봤다. 어쩌면 와입후님이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슈퍼우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 외출했을때 공중 화장실갈 때마다 함흥차사인 걸 보면 그럴 지도.

불한당들 (EBS TV)
명작의 아우라는 풍기지만 내 몸에서 명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어있질 않아서 미안한 느낌이 드는 그런 영화. 명작의 심증은 가는데 물증은 없는 그런 영화. 시대의 혼란스러운 나열과 돌발 상황들에 은유와 상징을 끼워 맞춰보려고 낑낑대보는 그런 영화. 신문 영화평의 별5개에 좌절감을 맛보는 그런 영화. 다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지우지도 못하고 보관중인 그런 영화.
by 지루박 | 2007/05/08 17:37 | 울지마 영화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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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sism at 2007/05/08 17:49
일등인가효!!
저도 이렇게 솔직한 느낌들을 풀어내보고 싶지만 이런 재주는 아무나 가지는게 아니군요.
저도 하모하모 노래 아는데 가사를 보니 기억이 날듯 말듯~ 잭니콜슨 표정 웃겨요 ㅎㅎ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5/08 17:59
피비 캐이츠의 저 장면만큼은 아이맥스 입체영화로 봐야하는 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Astarot at 2007/05/08 18:00
소년만화 주인공 비주얼의 이성진 보고 피식했습니다.(笑)
지금 생각해도 '하모하모'란 작명은 참 유니크한 센스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5/08 18:34
sesism님/ 재주라기보단 가진 수준이 이게 답니다. 블로그 다니다가 영화평 보면 그 화려한 수식어들과 포인트들을 어떻게 잘 집어내는지 감탄을 하곤 하죠. 짹 형님은 영화에서도 엉뚱하고 약간 어벙한 표정의 범죄자로 나와요.

marlowe님/ 맞습니다. 이왕이면 피비케이츠, 소피마르소 양대산맥전으로 해서...

Astarot님/ 가지런하게 엘라스틴한 천명훈의 비쥬얼도 만만찮습니다. 경상도 사투리의 '하모~'에서 작명을 했다는 데서 살짝 비웃었던 기억.
Commented by 1mokiss at 2007/05/08 19:50
'뻐꾸기-'는 요즘도 가끔 보는 영화인데, 잭 니콜슨의 연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좋았어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5/09 08:56
예전부터 보고싶었던 건데 오래전에 사놓고 이제야 뜯어봤습니다. 왜 이제서야 봤나 싶을 정도로 멋진더군요. 나의 베스트 영화로 손꼽을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Commented by 피피 at 2007/05/10 13:46
여전히 부지런히 취미생활을 영위하시고 계시는 군요.^^
전 저번달 이번달 영화 한편도 못봤는데....
왜캐 삶의 여유라는게 점점 사라지는지 말에요~~~
날씨가 좋아요~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5/10 18:05
그래도 피피님은 열심히 일하시고 돈도 많이 버시잖습니까.^^ 그게 좋은 겁니다.
여긴 날씨가 그다지 안좋아요. 하루종일 소독차가 지나다니는듯 뿌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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