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 책
예전에 바톤을 받고 답을 못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정리해보는 문답.
찬별님께서 주신 색깔 문답과 marlowe님께서 주셨던 독서 문답 2개를 같이 씁니다.

좋아하는 색
특별히 좋아하는 색은 없고(자주색을 조금 좋아하는 듯) 둘 이상의 색깔의 배열을 좋아한다.
베스킨 라빈스의 분홍, 하늘색 배열이라든가,
세이부 라이온즈 올드유니폼의 초록과 빨강의 배열 같은.
초록과 빨강은 수박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엊그제 길 가다 이편한 세상 아파트를 보니 연한 회색에 오렌지색으로 로고가 있던데 그것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오늘 회사 철조망에서 찍은 장미도 초록과 빨강의 배열. 예쁘네.

싫은 색
이것도 배열.
브라질 축구팀 또는 탄자니아 축구팀 느낌이 나는 노랑-초록의 배열을 아주 싫어하는데, 중학교 때 체육복 하복이 이 배열이었던 게 그 이유.
대개 남자 중학생들의 체육복이란 게 흰 상의에 군청색 반바지가 일반적인 경우였음에도 무슨 이유인지 당시 파격적인 의상 실험 마루타가 되어 3년을 보냈다. 형광빛이 나는 밝은 노랑 상의와 유기농 쑥색 바지의 조화가 너무 튀어서 체육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날은 괴롭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사춘기에 이 부끄러움을 극복하지 못해 그 이후 키가 자라지 않았던 부작용.

결정적으로 이 체육복을 입고 선생들 운동화발에 밟히고 개처럼 얻어터지던 기억이 떠올라서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는 배열.
토고 국기의 초록-노랑. 딱 이 배열이었다.

휴대폰 색
검정색.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모델이다. 일명 계란폰.

당신의 마음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이 질문은 너무 소녀 같은 답이 나올 것 같아 어렵다.

요즘 계속 답답하고 불만이 많아서 입술이 부-하고 나와서 생활하니깐 두개의 명란젓이 입에 붙어있는 모습. ‘명란젓 빨간색’이라고 하자.

바톤을 넘겨준 사람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햇빛에 바래져 약간 누리끼리해진 종이의 색.
박학, 자료수집 대가의 이미지라 벽면 가득 배열된 고서들에 파묻혀 지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과연...

독서를 좋아하는가, 그 이유
좋아한다. 딱히 활자를 읽고 느끼는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언제나 독서를 하는 시간은 가장 편한 시간이다. 바쁠 때나 아플 때, 술 취했을 때는 독서를 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깐. 그러니깐 내가 하는 독서는 가장 컨디션이 좋은 때 가장 편한 자세에서 하는 거라 좋을 수밖에.

한달에 책을 얼마나 읽는가
1~2권. 퇴근 후 밥 먹고 씻고 하다보면 어느새 사랑을 나누는 시간. 책 읽을 시간이 잘 안나는 데 많이 읽는 분들은 도대체 언제 읽는 건지...

주로 읽는 책
한국 사람이 쓴 소설.
요즘 붙잡고 있는 책은 알랭 드 곱빼기(이거, Layner님의 표현)씨의 <행복의 건축>.
한권 사니깐 밑에 3권이 뽀나쓰로 오더라.

좋아하는 잡지는 <행복이 가득한 집>. 은행가면 이 거 끝까지 다보고 번호표 다시 뽑는다.

독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목구녕에 돋아난 가시를 핀셋으로 뽑는 행위.

한국의 독서율이 낮은 이유
동네마다 골목마다 독서실이 있는데도 한국의 독서율이 낮다니, 한국의 독서율이 낮아질 때까지 노무현은 뭘 했나.
그렇다면 독서실에서 수학문제 못 풀게 하면 독서율이 올라 갈 것인지. 하하하.....

웃기지도 않네.

책 하나만 추천. 그 이유
황홀한 사춘기. 책과 친근해 질 수 있다. 지금은 당연히 절판.

만화도 책이라 생각하는가.
라면 냄비 받칠 수만 있으면 전부 책.

문학을 많이 읽는가, 비문학을 많이 읽는가
문학.

한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본 적이 있는가. 그때의 기분
대학교 댕길 때 동아리 회지에 꼽사리껴서 낸 게 전부.
동아리 사람들도 좋아했고 전시회 구경 온 사람들도 좋아해서 기분이 좋았다.

좋아하는 작가
완전소중 김훈.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신간은 아직 보질 못했다.

바톤은 내가 들고 뛰다가 지쳐 쓰러져 죽는 걸로 합니다. 끗.
by 지루박 | 2007/05/30 21:29 | 달려라 일기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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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rlowe at 2007/05/30 21:44
[황홀한 사춘기]라니 그 때가 그립군요.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지 몰라요.
Commented by 리체 at 2007/05/30 21:56
다음에 될 대통령이든 문화부장관이든 시장이든...제발 구에 도서관 하나씩 건축을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도서관도 없으면서 나오는 책마다 어찌나 비싸기만 한지. 책도 이젠 돈 많은 사람들의 전시용 내지는 사치품이 되어버리는 거 같아서 씁쓸합니다.
Commented by 우유차 at 2007/05/30 22:00
내가 들고 뛰다가 지쳐 쓰러져.. --;;; 살아 나시라!!
Commented by Layner at 2007/05/30 22:12
저는 전철로 이동할 때가 제일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그 때가 아니면 책을 잘 안 읽게 되었습니다...OTL / 1+3 이벤트 때 사셨군요. *.* 저는 그냥 도서관에 신청해서 6월에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5/31 10:26
marlowe님/ 하하, 맞습니다. 요즘은 너무나 풍요로워졌어요. 클릭 몇번으로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과 사랑의 밤꽃을 피울수 있으니 말입니다. :D

리체님/ 요즘 새로 짓는 동사무소들은 도서관이 있더군요. 신도시쪽도 도서관이 잘되어있는 것 같고. 책값은 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두꺼운 양장 커버 벗겨서 몇백원이라도 싸졌으면 좋겠어요.

우유차님/ 벌떡! 무안단물 마시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Layner님/ 저도 전철 타고 다닐때 가장 집중하며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논두렁 밭두렁길을 쌩쌩달리는 스피드레이서가 된 관계로 책읽는 시간이 줄었네요.
Commented by overkeroro at 2007/05/31 17:46
일본어 강습에서..책..이렇게 점점 형이상학적으로 변질되면 블로그 방문자수가 격감하지 않을까? @.@
이웃블로그 방문자수를 안배하셔서 홀로 뛰다가 심장터져 쓰라지시기로 하신건 잘하신 듯.
낮잠자고 일어나 도서관 가서 만화책이나 빌려볼까 하던중 H특별시가 부자도시는 부자도시로군뇨
제 사는 곳엔 동네마다 도서관 다 있습니다..책이 몇권 없어서 그렇치..이동네 저동네 다님서
휘젖고 다녀 이제 제 살고 있는 구의 도서관에는 제가 볼 만화책이 없기는 하지만..이사오삼~~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5/31 19:04
즈질 일본어 강습에서 격조높은(!) 독서 포스팅으로 차원을 달리하다보니 말씀하신대로 방문자수의 변화가 있네요. 예리하십니다. 어차피 정기적으로 들어오시는 분들보다 '지루박동영상보기'와 '한채영 가슴'같은 검색어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더 많은 인적드문 곳이라 별 상관없습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는 동네도 약간 산골쪽이라 개구리, 도마뱀이 기어다니는 산좋고 물 좋은 곳이긴 한데 아무래도 전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체질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요즘 근질근질 미치겠네요. 도서관도 필요엄꼬 정말 '물'좋은 곳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이사는...^^ 거기 부산보다 아파트값 비싸다는 그 동네 아닙니까...
2453 이것 재밌군요.

Commented by 찬별 at 2007/05/31 23:53
마음에 걸리실 것 까지야 ^^;
어지간한 자료 수집은 전부 다 인터넷으로 하기 때문에
싸이버틱한 은색과 황홀한 금색, 그러니까 담배 포장지 색깔 정도가 어떨까 하는데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6/01 09:57
황홀한 금색의 담배라면...청자 피십니까?^^
찬별님의 이미지는 담배갑으로 치면 한산도쪽에 가까와보입니다. 싸이버스럽거나 단순한 직선쪽 말고 섬세하고 오밀조밀한 거북선들이 전면에 배치된 과감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그 담배갑요. 제가 좋아하는 담배갑 디자인이지요.
Commented by 모나카 at 2007/06/12 10:07
책 3권이 딸려오는 데가 도대체 어디죠???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6/12 19:19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샀는데, 그때 출간 직전(후?)에 한시적으로 했었습니다. 지금은 아마 한권만 딸려보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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