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본 영화
어제 본 영화의 줄거리도 기억하기 힘든 치매 아저씨의 5월에 본 영화 이야기.

로맨틱 홀리데이 (DVD 대여)
홈익스체인지라고 하던가. 외국에서는 영화에서처럼 휴가철에 서로의 집을 바꿔 휴가를 보내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 예전에 영국에서 살다온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럼 손버릇 나쁜 사람이 나쁜 맘먹고 들어오면?’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던데 무섭고 각박한 환경에서 오래 살다보니 위험한 일부터 먼저 떠올리게 되는 듯.

사람의 관계는 미리 정해진 운명이 있다기보다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가변적인 운명이 있다고 믿는다. 운명이 변할 수 있다면 ‘소리없는 아우성’이 되고 마니깐 만들어지는 인연, 적응하는 인연 정도가 될까.

더 이상 투덜거리지 말고, 절망하지 말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는 라이프 플랜을 만들어야겠다. 어디 컴퍼니 익스체인지 같은 건 없나. 누구 나하고 2주일만 바꿔 일해 볼 사람?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DVD)
1920년대, 영국의 지배를 받는 아일랜드가 불완전한 자치안을 통해서 자치수용파와 독립파로 분열되면서 일어나는 갈등. 영국인인 켄 로치 감독이 차갑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며 빨간약을 발라주는 아일랜드의 아픈 상처.

악의 꽃 (DVD)
끌로드 샤브롤의 영화를 세편정도 보고나니 조금 지겨워지려고 한다. 시리즈도 아닌 것이 부르조아 가정의 가족사 탐구와 미스테리의 연속이라니.

미셀역의 멜라니 두티(Mélanie Doutey)의 발견은 큰 수확. 휘청거리고 어지럽게 할 만큼의 섹시함과 귀여움을 갖춘 배우. 동남아스러운 말라깽이 언니들은 언제 봐도 예쁘다구. 질질.
아아...
아항...
아학...
아잉...

와입후님 미안. 내가 잠시 본분을 잊었나벼.

블러드 다이아몬드 (DVD)
우리들의 손가락에서, 가슴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아프리카 노예들의 피철갑과 대기업의 밀거래에 의해 탄생한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면 심순애는 김중배의 다이아빤쓰를 덥석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90년대 초 미팅 자리에서 유행하던 유머 하나.

순이 : ‘아몬드가 죽었다’를 5자로 줄이면 뭐게?
철수 : 응.... 모르겠는걸..
순이 : 다이 아몬드!
다함께 : (어색한 박수를 치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나가던 지루박 : 씨발, 부럽다.

축제 (DVD)
장례식이라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종교에 관한 이야기. 죽은 자에 대한 성스러운 의식이어야 할 장례식이 이웃과 친지들의 술판이 되고 낚시판이 되고 노름판이 되는 현실을 보면 장례식이란 살아있는 자들에겐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도 오히려 경축스러운 행사가 되는 축제일 뿐.

‘치매’라는 것은 살아온 날들을 거꾸로 되짚어 장년기, 청년기, 그리고 유아기를 거쳐 처음 태어날 때의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경험이기에 천진난만하게 배설을 하는 아기의 해맑고 즐거운 표정처럼 인간의 죽음은 모두에게 즐거운 순간으로 인식된다.

생과 사의 윤회, 즐거움과 슬픔의 순환. 그 과정 속에서 서로의 갈등도 생기고 사라지고.

춘향뎐 (DVD)
흥겨운 뮤지컬 영화의 한국적인 구현형태라 할 판소리 무비. 이야기와 함께 정일성 촬영감독의 한폭의 수채화 같은 영상이 배경이 된다. 이로써 ‘임권택 DVD 콜렉션’을 마스터 했고 정일성의 풍경화 구도는 질리도록 접했도다. 이 양반, 확실히 스타일이 있어.

뮤지컬 스타 조승우의 탱글한 궁디를 보고 싶은 분이라면 필견!

죠스 (DVD)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이 영화가 이렇게 무서운 영화였다니. 스피커 볼륨 키우고 보다가 깜짝깜짝 놀랐네. 스필버그의 전작 ‘결투’의 해양판. 자동차의 이유 없는 추격씬과 식인 상어의 이유없는 추격에 동질감을 느낀다. 2시간에 육박하는 제작 다큐멘터리가 꽤 볼만하다. 지평선이 보이는 그 넓은 바다에서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거대한 상어 모형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는 게 꽤 흥미롭다. 부가영상 같은 거 잘 보는 편이 아니지만 다른 영화도 아니고 75년도에 만들어진 죠스니깐 안 볼 수가 없었다. 역시 명불허전.
죠스의 국내 개봉 당시 제명이 ‘아가리’였다는데...(사진출처 : www.madmad.co.kr)

몬티 파이튼의 삶의 의미 (DVD)
몬티 파이튼은 영국의 코메디 집단의 이름이다. 이 막나가는 집단은 총 5편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여기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테리 길리엄이 있다. 심형래 감독을 필두로 임하룡, 이봉원, 장두석이 의기투합해서 막무가내 영화를 찍어낸다고 하면 될까.
근데 이게 무지 웃기다. 내용이 밑도 끝도 없이 예측 불가에다 때론 비판적이며 때론 허무한 잡종 장르의 영화다. 드라마, 에로, 고어, SF의 전주비빔밥 장르. 코메디 영화를 보면서 웃어본 게 몇 개월 만이던가.

얼마 전에 중고로 구입했는데, 역시 잘 샀다. 그들의 나머지 것들도 어찌 출시 안되려나.

몬티 파이튼의 날으는 서커스(Monty Python's Flying Circus) (1969)
뭔가 완전히 다른 것(And Now for Something Completely Different) (1972)
몬티 파이튼과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1975)
브라이언의 일생(Life of Brian) (1979)
삶의 의미(The Meaning of Life) (1983)

프리즌 브레이크 (SBS TV HD ... TV드라마지만..)
SBS에서 5월말부터 방영하기 시작했고, 이제 4회까지 방영. 호필이 목소리 연기가 후지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더빙판으로 처음 보는 내 입장에선 잘 모르겠다. 그냥 무리없이 잘하는 것 같은데 원어로 봤던 사람들은 꽤 어색한가 보다. 그냥 좋은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

지금까진 재밌긴 한데 시즌 1으로 끝나지 않는다하니 얼마나 감질날지 그게 걱정이다.
by 지루박 | 2007/06/06 00:57 | 울지마 영화 | 트랙백(5)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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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yner at 2007/06/06 02:01
컴퍼니 익스체인지...가 무척 맘에 드는군요. :D / 5월엔 올해 들어 가장 극장에 적게 간 것 같은데 6월엔 다시 달려봐야겠습니다. 지루박님처럼 이렇게 정리는 못하겠지만요. ^^
Commented by 우유차 at 2007/06/06 10:16
영화 본 거 바로바로 정리 안 하면 모두 숙제가 되죠 ㅠㅠ
Commented by 정시퇴근 at 2007/06/06 10:32
글을 주욱 읽었는데.. 축제와 죠스가 보고 싶네요. 근처 DVD대여점에 있을지... ㅎㅎ

그리고 진짜 본 직후에 정리를 안하면 포스팅을 못하겠더군요. ^^
Commented by 호빵 at 2007/06/06 11:11
컴퍼니 익스체인지 - 주7일 근무에 매일 11시까지 야근 필수! 특근수당은 없지만 야근식대, 휴일근무시 밥값은 지원되는데 의향있으시면 연락주세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6/07 00:56
Layner님/ 극장 가고 싶어요.. 극장 가본게 몇달전인지.... 습하이더맨, 해적 봐야 되는데...

우유차님/ 매달 정리하는 걸 습관화 하다보니 안하면 서운하고 할려니 줄거리가 기억 안나고 해서, 이거 쓸 때쯤이면 항상 인터넷 뒤져서 줄거리 확인합니다. 나이를 먹으니 도대체가 기억이 안나요...

정시퇴근님/ 임권택 감독님 영화는 커피 3잔 정도 드시고 보셔야 됩니다.^^
아..해가 갈수록 기억력 떨어지고, 사람 이름 안떠오르고, 머리 빠지고, 미치겠슴다...

호빵님/ 주 6일제, 1주일에 몇번(매일은 아니고) 화장실 청소, 사무실 및 복도 청소에, pm 8~9시까지 저녁밥 시간 없이 근무, 1국 3찬의 3000원짜리 점심 공단공동식당 이용, 버럭쟁이 사장.... 이정도에 익스체인지 하실 의향 있으신지..^^
오우.. 다른 건 몰라도 주 7일제는 빡센데요...

Commented by sesism at 2007/06/07 11:30
어머나 세상에 아가리라니.. ㅎㅎ
임권택 박스셋에 축제도 들어있나봐요? 전 다케시 박스셋 포장만 뜯었어요. 여태... -_-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6/07 14:13
박스셋은 사자마자 바로 뜯어서 보셔야 나중에 장식품이 안됩니다.
몇달 지나 나중에 여전히 비닐에 반짝거리는 자태를 보면 훼손하는 기분이 들어 더 안뜯게 되지요..
다케시 박스, 싼값에 저한테 파실 의향은...^^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7/06/07 17:34
역시 깊이있는 영화평이십니다.
Commented by 찬별 at 2007/06/08 00:29
아가리 만세!!

그런데 저 아가리... 뛰어다니는 아이 후방 5M에 있군요. 불쌍하게도 목 아래쪽은 흙구덩이에 파묻혀있어요.
Commented by 조나쓰 at 2007/06/08 13:37
언제 서울 오셔서 우리 미팅이나 한번 같이 뛰시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7/06/08 16:46
석양무사님/ '평'이라 하기도 부끄럽습니다. 그저 영화 잡담일 뿐입니다.

찬별님/ 정말 그렇군요. 저 정도면 어른 서너명이서 작대기 들고 때려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참치대가리 같기도 하고...

조나쓰님/ 미팅, 미팅...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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