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표류기(2)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여름 휴가의 포스팅을 하고 있다니 뭔 지랄인겨 싶다.

아침에 일어나서 햇님에게 '굿모닝'하고 인사를 함.
이튿날 아침은 또 전복죽임. 가족들은 인터넷 검색를 통해 이미 짜여진 거부할 수 없는 밥 스케쥴을 묵묵히 수행함.

전복죽이라면 '이 집에서 꼭 먹어라'는 집인데 그저그렇다는 생각이 듦. 차라리 어제의 그집이 더 나았다는 생각. 굵은 전복 쪼가리가 4개 정도 들어있었던 것 같음. 이집은 반찬으로 나오는 해초 무침이 맛있었음. 해초 반찬만 계속 리필해서 먹었던 오래된 기억.

우도로 가기로 했음. 표를 끊고 5분 정도 기다리니 배가 기적을 울리며 육지를 향해서 돌진. 이런 조그만 항구를 보면 왠지 '엄마 찾아 삼만리'가 생각남. 타고 다니던 차를 싣는데 얼마였더라 기억이 잘 안나서 죄송할 따름.

네비게이션을 직접 가지고 갔었음. 배에 차를 싣고 가면 네비게이션 안의 자동차는 물위를 날아감. 나름 신기해서 찍었음.

이 순간 어릴때 그나마 좀 하던 이 게임이 생각남. 점프해서 바다도 건너고, 다른 차도 뭉개버리던 이 게임.

배로 한 이십분 가니 우도에 도착. 차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돌다보면 작은 해변들이 나옴. 어린 시절 부산 바닷가 부락에서 살았던 관계로 바다는 토나올 정도로 봤지만 오랫만에 보니 또 다른 느낌. 코묻은 미역이 떠밀려와 해변이 지저분 하지만 모래도 깨끗하고 물도 깨끗해서 기분이 좋음. 신발 벗고 양말 집어던지고 비오는 날 머리에 꽃장식한 미친년 마냥 뛰어다님.

사진 찍기 좋은 풍경이 나와서 관광객들이 풍경을 병풍삼아 사진을 찍고 있었음. 그러고 보니 2박3일 동안 제주도를 있으면서 가족 3명이 같이 찍은 적이 없음. 불륜관계도 아니었는데 왜 증거를 안남겼을까 약간 후회가 됨. 의미없는 밥그릇만 열심히 찍어댔던 듯.

우도를 다녀와서 또 횟집엘 들어감. 물회를 먹음. 다 처먹고 '이건 찍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고 뒤늦게 사진을 찍음. 그래서 물회 국물 표면에 다량의 기름기를 발견할 수 있음.

성게 미역국은 이 집이 최고 였음. 제주도 말 불알만한 큼직한 성게 덩어리들이 들어있었음. 여기에 밥말아서 두돌정도되는 아이에게 먹이면 굵고 아름다운 황금색변을 쑥쑥 잘눌 것임. 여긴 알려지지 않은 동네 횟집인데 메뉴가 다 괜춘했던 것 같음. 이것도 비쥬얼이 아름답지 못해서 죄송함.

점심 먹고 휴애리 동물원을 감. 토끼를 비롯해서 작은 동물들을 패팅하고 노는 곳인데 제법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었음. 동물 좋아하는 애색희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곳임. 하필 이 때 비가 많이 와서 힘든 시간을 보냄. 비온다고 매표소에서 입장료 천원씩 깎아준게 자랑. 한시간 마다 멧돼지쇼같은 동물 학대쇼를 하는데 요고요고 아주 볼만함.

저녁이 되어 또 횟집에서 회를 먹음. '관광객 대상의 횟집이 아닌 그 동네 사람들이 많이 가는 횟집을 간다'라는 가훈을 따라 적당한 집을 들어가 회를 먹음. 난 죽을 때까지 삼시 세끼 같은 음식만 먹고 안 질릴 음식이 있다면 회임. 제주도 횟집 어항엔 육지에서 못보던 놈들이 많아서 흥미로웠음. 여하튼 그물든 아줌마가 추천하는 걸로 먹음. 괜춘했음.

금수강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보다 음식점이나 횟집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더 많다는게 지루박님의 모더니즘한 작품 경향.

꼬끼오.

다음날이 되고, 해장으로 삼대국수집에 감, 돼지뼈 육수가 아주 진하고 일본 라면과 비슷한 맛. 면은 다소 굵은 중면을 사용함. 굉장히 만족스러움. 이건 마치 제주도 흑돼지가 올레길에서 단풍구경을 하다가 자진모리 장단에 꼭지점 댄스를 추는 듯한 맛. 언제 한번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스믈스믈.

비빔국수도 맵지 않고 담백함. 이건 해리포터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종료 1분을 남기고 30분 연장시키는 마술을 부리는 듯한 그런 맛.

바닷가에 감. 어린이는 아주 좋아함. 스스로 신발을 벗고 아빠와 나잡아봐라를 함.


모래가 곱고 해변이 얕아 애들을 데리고 놀기 딱 좋음. 그러나 한눈 팔다가 애가 물속에 꼬꾸라 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그뒤로 소년은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음.

비행기 타고 돌아감. 저가항공사 진에어는 청바지를 입은 미소년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비상사태 체조를 하고 써빙을 함. 언니들이 몇 있으나 역시 청바지 유니폼이라 제복 패티쉬의 아빠는 그다지 안좋아함.

끗.
by 지루박 | 2009/11/07 03:29 | 달려라 일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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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우유차 at 2009/11/07 17:39
꼬끼오 ddddd-_-bbbb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9/11/08 23:44
ㅋㅋㅋㅋ 잘계시죠?^^
Commented by yk at 2009/11/08 15:45
형수님 피부가 허옇군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9/11/08 23:45
원래 까무잡잡한 초코우윳빛깔 피부라능...
Commented by breeze at 2009/11/08 23:45
삼대국수집의 저 국수. 경험해보고싶네요 ㅎ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9/11/12 16:58
가격도 비싸지 않아요. 직원분들도 친절하고...
Commented by marlowe at 2009/11/09 15:13
아이가 빨리 크네요.
삼대국수는 돈코츠 라면같아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9/11/12 16:58
네, 일본 라면에 아주 가까운 맛입니다. 오히려 닝닝한 맛이 덜해서 더 개운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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