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북경에 거주하는 나비 한 쌍이 민들레 꽃잎 위에서 교미를 합니다.
두 나비의 격렬한 움직임 중에 나오는 열기는 암나비의 ‘으흥..’하는 땀내 나는 비음과 함께 섞여 날아갑니다.
이것은 미국 남가주 지방에서 꽹과리를 치며 홍명보 선수를 응원하던 ‘호랑나비’ 김흥국의 난닝구를 벗게 만듭니다.
‘으아, 덥네.’
그리곤 옆에 있던 제인도 비비안도 이사벨도 부라자를 벗어 던집니다.
‘VERY HOT! HOT WIND!'

이것이 나비효과.


정말 흥미진지하게 봤습니다.
뒤죽박죽으로 헝클어뜨린 스토리에 감독 스스로도 수습하진 못한 오류투성이의 영화라고는 말하기 싫습니다.
이런 환타스틱한 영화에 논리가 어떠니 하는 건 그다지 명랑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이트메어’를 보면서 ‘어떻게 꿈에서 죽었다고 현실에서 죽을 수가 있는거야. 멍청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고저쓰! 발상도 신선하고 시청각적인 효과도 좋아. 볼만했어.
라고 말하며 극장 밖으로 나오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버러훌라이 이펙트’라는 제목과 내용과의 연계에 대해선 조금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환상적인 SF를 기본으로 ‘백투더 퓨처’와 같은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면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나비효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비효과’라면 김흥국의 난닝구뿐만이 아니라 적어도 이사벨과 비비안의 부라자까지 벗게 만들어야 됩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바꾸어 놓은 건 자신과 친구들, 가족들뿐입니다. 이래선 ‘나비효과’가 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환타지 공포물이 아니라고 생각해 봅시다.
이것은 주인공의 일기장을 통한 시간여행이 아닌, 질병을 가진 스스로의 세계에서의 나비효과라고도 생각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면 여기서의 fact는 어린시절에 국한됩니다.
영화 내내 진행되던 여행들은 자신의 단기기억상실에서 나오는 상상력입니다.
결론에서 보여주는 건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이별을 고하고 난 뒤 순탄한 삶을 살았던 것이고 그간의 난리부르스는 한낱 자신의 세계안에서 만들어낸 쌩쑈에 불과합니다.
‘그렇담 이게 왜 나비효과?’ 라고 한다면, ‘김흥국의 난닝구도 비비안의 부라자도 못벗겼잖아?’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에... 그러니깐...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
여기서의 나비효과는 철저하게 주인공의 내부에 있는 거-져!
자신의 행동결정에 의해서 외부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는 것보단 외부의, 그러니깐 친구 한명, 가족 한명의 운명이 바뀌면 자신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는 거-져!‘
(쓰윽쓰윽...)

제가 생각하기엔 <나비효과>는 기본적으로 스릴러의 요소를 가진 환타지 무비라는데에는 부정하지 않지만 언급했던 자신의 세계에서 벌어진 일련의 쌩쑈라는 데에도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출시된 DVD엔 전혀 다른 결말의 ‘감독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팔도미녀 50명이 대기하고 있는 ‘어둠의 경로’를 탐험해 보는 게 어때? 라고 머릿속에서 유혹하고 있네요.

내가 만약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예전부터 가끔은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전 지금의 제 자신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전환점이 어딘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시점은 제가 ‘그림일기’를 쓰지 않았던 시점입니다.
일기장이 없으니 갈 수 없어요, 갈 수 없어요.....히힛.

ps.
주인공 녀석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내차 봤냐’에 나왔던 얼빵한 녀석이었어! 마음에 들었어! 턱에 난 털들은 더더욱!
by 지루박 | 2004/11/21 23:45 | 울지마 영화 | 트랙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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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YODA at 2004/11/22 17:22

제목 : Butterfly effect ★★★★
Butterfly effect ★★★★ 영화 정보 : http://www.imdb.com/title/tt0289879/ 0. 탄탄한 시나리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치밀하고 정교할 뿐 아니라, 구성상으로는 시간을 넘나들고 그에 따라 극의 내용도 바뀌는 것이어서 다 보고나면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1. 다양한 인생? 인생의 많은 선택들은 끊임없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 선택을 바꾸더라도 결과는 호전되지 않는다... 이런 주제의식을 담은 비슷한 작품을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의 영화센스는 보통 이상입니다......more

Commented by 約束の土地へ at 2004/11/21 23:55
보고 싶군요...아는 사람이 Divx으로 다운받아놨던데 빌려달라고 할까...아냐아냐...영화는 극장가서 봐야지 제맛인데...같이 갈 사람도 없고...--; 갈등되네요...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4/11/22 00:08
데미무어의 남친이라는 그 녀석이죠...(췟)
Commented by AMAGIN at 2004/11/22 00:22
애쉬튼커처가 나오는 그 영화군요. 어떤 영환지 도저히 감이 안옵니다.으허허허허;;
Commented by 산산 at 2004/11/22 01:02
전 개봉때까지 못기다리고 그냥 다운받아서 봤는데...받고보니 독일어 더빙판이었어요. :) 하여간-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Commented by kyle at 2004/11/22 01:06
감독판 결말은 암울하답니다... ;_;
Commented by EYES at 2004/11/22 02:19
저에게도 나비효과가 설정된다면...

흠... 어디서 부터 재구성을...

정말 어렵군요...
Commented by cyni*girl at 2004/11/22 14:15
지사마의 글을 읽으니 이 영화는 '나비효과'라기보단 그저 '시간여행'에 관한 영환거 같네요. 오래전 비슷한 소재의 '레트로액티브'란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역시 '순리를 거스르려다간 큰코 다친다.'는 교훈을 남겨주었죠. (애쉬튼커쳐는 나이 든 여자들에게 희망을 준 장한 청년)
*'더 인크레더블스' 초강추에요. '아이언 자이언트' 만든 감독이라 그런지 페이소스 묻어나는 유머가 일품!
**그저께 본 '폴라익스프레스'는 현기증 나는 CG. 소주 반병 까고 보면 장난 아닐 거 같았음.
Commented by fromto at 2004/11/22 17:58
'나비'효과! 언제나 당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경의를 표합니다. 바쁘다는 핑게로 영화를 소홀히 하는 요즘입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4/11/22 21:48
約束の土地へ 님//혼자 보는게 집중이 더 잘된다는 솔로부대의 강령도 있잖습니까. 저도 매번 혼자 보는데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운 받아서 보는 건 권하고 싶지가 않아요... 나비효과의 경우 사운드도 꽤 좋은 편이거든요.

꿈의대화님//그렇더군요. 저 친구 누군지 검색해 봤더니 그런 생기발랄한 썸씽이 있더군요.몰랐어요.

AMAGIN 님// 제가 저질스런 문장만 늘어나서 감이 안오셨겠네요. 당연해요! 죄송해요! 여하튼 저의 경우는 아주 '익사이링'하게 봤어요.

산산님// 윽..독일어 더빙판... 그러니깐 어둠의경로는 안된다니깐요~~ 그쵸, 재밌죠?재밌죠?

kyle님// 어떤식으로 암울한 결말인지 아주아주 궁금하단 말이죠. 흐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4/11/22 21:48
EYES 님// 재구성을 하기 위해선 '일기장'이 있어야 돼요. 착한 어린이들이 쓰는 일기장이요.

cyni*girl님// 인크레더블스, 여긴 아직 개봉안했어요. 방학 시즌에나 할 것 같은데... 기대작이죠. cyni*girl의 답글은 언제나 절 즐겁게 하는군요. 소주 반병까고 보는 영화를 생각하시다니.... 어이쿠.

fromto 님// 헤헤..과찬의 말씀입니다요. 그래도 fromto님은 바쁘시니깐 영화도 못보시고.. 전 주말에 별 할일이 없쓰스 극장으로...흙.
Commented by 쏭★ at 2004/11/22 23:53
저 되게 오래간만에 놀러 왔어요..;
기억 하실라나.......ㅋ
여전하신 모습 보니까 너무 즐거워요..^-^
혹시나..없어졌음 어쩌나..했는데..ㅋㅋㅋ
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가끔은..모든게 제자리였음....할때도 있잖아용..^-^;
아구구...오래간만에 와서..이상한 소리만 늘어놓네요..;;
암튼....내일 모래부턴..추워진다는데..감기 죠심하시구요..또 놀러 올게요~
^-^
즐거운 일주일 되세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4/11/23 15:10
쏭★님// 이야..오랫만이네요. 포스팅도 안하시길래 수능 다시 보는 줄 알았어요. 재 등장 하시고 나니 음.... '싸이'에서 열심히 활동중이시군요. 반가워요~ 저의 팬~ 하하.
Commented by 돼지찔러빈폴지갑 at 2004/11/25 02:40
스포일러있다고 해서 건너뜁니다..훌쩍!!
Commented by 돼지찔러빈폴지갑 at 2004/11/25 02:42
아...마따..전...뽕브라가 좋아요...흐흐흐...ㅠㅠ
(왜..눈물이 나지...흑..)
Commented by moukatt at 2004/11/25 04:42
지루박님의 센스, 언제봐도 원츄입니다 ^^
Commented by Lucifer at 2004/11/25 20:43
요새 웃찾사 너무 즐겁게 보고 있어요.
푸하하하 ^^
나비효과, 재미있다니 또 놓칠 수 없는걸요.
갑자기 재미난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4/11/25 20:55
돼지찔러빈폴지갑님// 스포일러라고 해도 별건 없는데... 뽕브라가 좋은데 왜 눈물이 나..지....요....흠........쿨럭!

moukatt 님//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 답글은 안남기고 있지만요... 하하..센스는 무슨...(부끄)

Lucifer님// 오늘 또 웃찾사 하는 날이네요. 오늘은 조금 늦게 하던데... 목요일이 제일 좋아요. <12월의 열대야> 보고 나서 <웃찾사>, 그리고나서 sleep!
전 주말에 <모다사이클...>볼 계획이예요..(와..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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