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의 정신으로 2005 !

항상 새해에 처음 보는 영화는 중요하게 고르는 편인데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재작년의 첫 영화였던 ‘피라미드 공포’는
피라미드 회사에서 감금된 듯한 공포의 한해를 보내게 한 영화였고
작년 첫 영화였던 ‘봄 이야기’는 봄처럼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지난해 양력 12월31일엔 ‘영광의 9회말’이란 영화를 봤었다.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올해의 첫 영화는 정말 아무생각 없이 뭣꼴린대로 선택했다.
제목은 '인조인간'. 원제가 'THE HUMANOID'.
응, 이른바 B급 영화.

B급 무비의 경계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겠지만
‘B급의 정신을 이어받은’ 영화들 까지도 B급 무비의 경계에 포섭시키는 데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 편인데
(그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것도 때론 이해가 안된다.)
그래서인지.....
타란티노의 영화들이나 박찬욱의 ‘복수의 나의것’,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같은 영화를 B급이라 칭하는 건 내 기준으론 너무 럭셔리하다고나 할까.
(왠지 나이키 신은 부잣집 아들래미가 그런지삘을 위해 슈퍼까발로를 찾는 상황이랄까....)
'없어서 불쌍함, 그러나 분발'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B급의 요소다.

이 영화, 휴머노이드, 진정한 B급영화라 할 만하다.
자, 껍데기.
80년대 초에 나온 대우전자의 전형적인 비디오 표지. 아, 반가워.

영화가 시작되면 나오는 영화소개.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이 영화는 스타워즈의 오마쥬도 패러디도 아닌 ‘귀염둥이 모방물’이다.
뒷면 표지만 봐도 감이 온다구

내용은
메트로폴리스 행성(멋져!)의 지도자인 동생을 몰아내기 위해
악한 형이 박사를 포섭해서 화학물을 투입, 엄청난 괴력을 가지는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행성을 위협한다..결국 선한 동생이 악을 물리친다...
는 발랄하기 짝이 없는 내용.

다스 베이더를 닮은 나쁜 형...
R2-D2를 닮은 백구로봇.(이름이 뭐더라..) 저 아저씨가 흉칙한 휴머노이드로 변신하는데, 007의 죠스를 보는 듯했다.
휴머노이드 흉아는 박진영을 닮았네!

조악한 특수효과가 꽤 정성스럽고, 배우들의 연기도 꽤 진지하다.
79년 이태리에서 만든 SF영화니 '이태리 느끼한 혈통.... 스파게티 싸이파이 무비....'라 칭하자.

놀랍게도 영화 음악은 엔리오 모리꼬네가 맡았지만 딱히 귀에 들어오진 않는다.
술한번 얻어먹고 후회하며 날림으로 만든 듯한 음악.

여하튼 여러모로 볼거리도 많고 스토리도 흥미있게 진행되어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역시 B급 영화의 매력은 ‘없지만 열심히 하려는 가상한 노력’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줘서
2005년은노력하며 성실하게 살리라 다짐하면서 시작할 수 있었다.
(갖다붙이기 왕!)

이튿날 본 영화는 역시 B급, <마법사>라는 영화.
85년도에 제작된 미국영화인데,
85년 당시는 네버엔딩스토리 류의 영화가 유행하던 시기라 그 시류에 편승한 한편이 아닌가싶다.
비디오 껍데기는 딱히 재미있어보이진 않고..

역시 모험영화는 개성을 지닌 ‘동행자’의 존재가 중요한 법인데,
여기선 아주 복슬복슬한 가죽을 뒤집어 쓴 사람이 나온다.


캐릭터들은 다름대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양들을 하고 있었는데
찍어두진 못했지만... 제법 멋졌다.

여하튼 이것도 내용이 약간은 엉성하고 유치한 감도 있지만
스토리가 꽤 흥미진진하고 의욕적으로 정성을 들여 제작한 흔적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가상한 B급 영화. 가난해도 꿋꿋이 용기있게 사는 너! 사랑해!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편이다.
영화싸이트인 ‘씨네서울’에 간략정보와 평가가 있긴 한데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입장으로선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이런 가혹한 평가라니....


“서투르고 어설프게 골고루 하는 건 너희도 마찬가지다! 씨네서울 기자들아!”

하지만 힘내. B급 회사를 다닌다는 것, 그 기분 나도 안다구. 열심히!

by 지루박 | 2005/02/21 02:18 | 힘내라 비디오 | 트랙백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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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수처리 at 2005/02/21 02:32
헉헉;; 영광의 9회말...OTL...진정;;
Commented by 이름쟁이™ at 2005/02/21 09:32
어제 콜래트럴을 이라는 B급 영화를 봤습니다...^^;
Commented by 레테 at 2005/02/21 09:36
소년 옆에 있는 설인을 보고는 쓰러졌어요. 그 와중에 커피 엎었음. 뜨거~
B급 무비만의 재미란게 있는 것 같아요.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되는 과정에서 필연적 생길 수 밖에 없는
빈틈을 패티시즘으로 즐기는 것...
그런데 엔니오 모리꼬네가 인조인간의 영화 음악을 맡았군요.
왠... 왠지... --;;
궁금해서 봐야겠네요.
Commented by nipple at 2005/02/21 10:18
씨네서울 평가가 단연 압권이네요. 흐하하;;
Commented by Eternity at 2005/02/21 10:57
제대로 적은 악평인걸요 ㅋㅋ 제작진이 저 글을 봤으면 얼마나 맘이 아팠을까..
Commented by 너구리 at 2005/02/21 11:03
꽤 오래된 영화 같은데.. 도대체 지루박님은 저런 영화들을 어떻게 찾아 보시는겁니까?
Commented by fish at 2005/02/21 12:02
다스베이더(?)가 더웠나봐요 얼굴 가면에 구녕을 뚤었네요. 올여름이 최고로 덥다던데.. 벌써 알았나? ㅎㅎㅎ.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5/02/21 15:45
"므흣천국"의 운영자 꿈의대화는 이번에 성명을 발표하여,
"배신자 지루박이 염장포스팅에 대한 참회의 모습을, 계속하여 므흣한 포스트와 므흣한 카툰으로 표현해나갈때-
우리 므흣천국 일동은 므흣한 심정으로 그에 대한 지지철회를 철회할 것이며,
또한 [ 지사마 ]라는 명칭도 다시 돌려줄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염장은 반사반사~ 이런 포스팅이 좋아요-+
Commented by 로토 at 2005/02/21 17:42
서울씨네 평가가 압박이군요[...]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02/22 00:48
하수처리님// 영광의 9회말..딱히 재미는 없었는데 결말이 특이해서 좋았어요. 신성일씨가 감독으로 나오죠. 반갑습니다.

이름쟁이™님// 제목이 '콜래트럴을'이라고요?? 으음..그게 뭘까..

레테님// 츄바카같은 저녀석의 활약도 대단해요. 맞어요, B급의 재미는 그런것도 있어요. 어설픔의 미학! 취향이 특이한 사람이 아니면 재미있기가 힘들텐데..여하튼 추천합니다.

nipple님// '..골고루 한다.' 너무 재밌지 않아요? 하하~ 연애쟁이 nipple님!

Eternity님// 그러게요. 어쩌다 저렇게 글을 썼을까요..독자평도 아니고..

너구리님// 예전에 비디오 한창 모을 때 여기저기서 사기도 하고, 줍기도 하고..뭐, 그래요. 조금 부끄럽군요.^^

fish님// 더웠다기보단 돈이 없어서 재료비가 조금 덜 드는 방향으로 제작된게 아닐까요... 히힛.

꿈의대화님// 칫, 염장 포스팅은 아직 한번도 한적이 없다구욧! '므흣천국' 실체가 궁금하긴 한데 날잡아서 정모나 한번 하죠. 저하고 꿈의대화님 둘이서만 만날것 같지만...

로토님// 읍..씨네서울인뎅... 로토님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EYES at 2005/02/22 01:11
ㅎㅎㅎ 지루박님 다운 포스팅이에요~
B급 회사라...ㅎㅎ 동감합니다 ~~ ^^
Commented by Dai-sy at 2005/02/22 16:56
저두 어제 에비에이터 봤는데.
그림 말고는 그 영화에 대한 언급이 없네요??
음.. 시상식에선 아무리 상을 많이 받았어도-
전 이영화, B급영화로 해둘래요. 관객을 재우면 그게 B급영화죠; -_-;;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말아톤이랑 너무 비교되요-_- 전에 catch me if you can은 재밌게 봤었는데..;;
조조에 카드할인까지 받아서 2000원으로 봤는데. 보는내내 정말.. 이런게 바로 '주리를 튼다'고 하는거라는걸 몸소 보여줬습니다; 끝도 찝찝하고.. 참;;
아, 그림.. 퍼가두.. 되요~~~???
미친소를 능가하는 유머실력!! 정말 멋져요~~ ^-^;;
Commented by 접촉불량 at 2005/02/22 19:41
올해의 첫 영화를 "샤크"로 때운 저로서는-_- 스토리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유명인을 본딴 물고기들로부터 "그래 나도 따라쟁이 놀이나 하자"라는 멋진 결심을!!
어쩌다가 2005년 목표가 한마디로 "개같이" 되어 버렸어요 T^T
무튼/ B급영화. 젠장 왜 "영구시리즈"밖에 생각나질 않을까요.이런 얄팍한 지식쟁이란-
사실, 아주 가끔 글을 올리시는[!] 지루박님 이글루는,댓글을 너무 빨리 달면,, 나중이 심심해져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5/02/22 23:38
'영광의 '9회말'의 감독이름이 김기덕이란 걸 보고,
'으잉, 김기덕이 저런 영화도 찍었네!'하고 생각했었습니다.
Commented by 토리 at 2005/02/23 08:50
우하하..수퍼까발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상표이름과 적절한 비유네요^^ 새해부터 상당히 진지한 영화들을 보셨군요..정의를 위해 뭔가 변신해야 하는 한해 되시려나..?^^
Commented by mahoyang at 2005/02/23 11:27
저런거 어디서 구할 수 있어요-_ -?;; 눈을 씻고 찾아봐도 샵에는 없던데;;;;;;루트가 있나요?
재밌는 거 혼자 보시니까 부럽다-_ ㅠ
Commented by Wanderer at 2005/02/23 11:49
안녕하세요? 처음 왔습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런 기상천외한 영화들은 어디서 구한답니까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올 한 해 건강하세요.
그래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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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더위 사가세요
후다닭 =3 =3 =3
Commented by 닭의비행 at 2005/02/23 16:22
여기 RSS가 뭐 달라졌나요? RSS 리더로 제대로 안들어와요...
그리고 연애 감축드립니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02/23 19:11
EYES님// 저희 회사는 B급도 과분한 곳인데...진정 동감하십니까?? 여하튼 큰 회사 다니는 분들은 부럽단 말이죠...헐.

Dai-sy님// 에비에이터에 대해 쓰려면 생각을 좀 해야되서 그냥 쓰려고 했던 것 썼어요. 전 '에비에이터'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어요. 전기적인 드라마를 다룬 영화는 원래 후반부가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 영화는 갈수록 힘이 붙는 느낌이 들더군요.
유머실력이라뇨... 이번 그림은 억지성이 너무 다분해서 부끄러운 걸요.

접촉불량님//댓글 하루 쉬고 달았어요. 어제 너무 피곤해서 뻗어버리느라...
B급 영화로 영구 이야기하셨는데 제가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진정한 B-무비는 영구시리즈와 괴수물들을 만든 심형래의 영화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몇편의 에로영화들과 함께..
(특히 초창기 클릭엔터테인먼트의 명작들!)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02/23 19:11
marlowe님// 저 '김기덕'감독이 대단한 분이시죠. '맨발의 청춘'을 감독하신 6,70년대의 대표적 감동님이세요.
저 시절의 한국영화가 은근히 재밌어요. 추천!!

토리님// 정의를 위해...변신하기보단 돈을 위해 변신했으면 좋겠는데...돈 만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듯하네요. 일도 별 재미도 없고.

mahoyang님//이제 왠만한 큰 비디오샵이 아니면 저런 영화는 구하기 힘들거예요. 수집을 업으로 하는 이른바 '헌터'들이 쓸어버렸거든요. 그래도 운 좋으시면...

Wanderer님// 한창 비디오수집에 빠져있을때 모은거예요. (조금 부끄..)
그나저나 오늘 한번도 팔지도 사지도 더위인데...당했네요...
잊지않겠습니다. Wanderer님.

닭의비행님// 얼마전 다음에서의 RSS수집반대열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무언가를 클릭했는데 그게 원인인듯....
(컴맹이라 잘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쿨라 at 2005/02/27 09:13
지루박님....저 포스터 들을 보고 왼지 헷갈리는 느낌이..;;
혼란 스럽네요 ㅠ.ㅠ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02/27 22:37
쿨라님// 복귀하셨네요. 반가워요.
혼란스럽다기 보단 친근감 있지 않나요? .... 전 좋은데..
Commented by 장영짱 at 2005/02/28 12:39
형님 간만에 왔다갑니다...도영형 결혼식때 뵙겠습니다...
근데 어디서 하는겁니까? 위치쫌 갈켜주세여~~^^
Commented by 푸무클 at 2005/02/28 13:28
영화에도 짝퉁이..;;
나름대로 재밌겠어요.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03/02 20:01
장영짱//곧 전화!
푸무클님// 요즘 저런 영화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블로그 어워드는 어떻게 되셨나요? 아직 결과를 확인못해서... 푸무클님 블로그 방문해봐야 겠네요.
Commented by 푸무클 at 2005/03/07 16:13
블로그 어워드.. 후보에 오른 것으로만 만족했답니다 :)
티치양이 디자인부분 수상했어요.

저야 뭐 원래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후보라고 해서 깜짝 놀랜걸요..^^
Commented by Lucifer at 2005/03/08 01:12
안녕하세요오오오오~ 지루박님 ^^
여전히 재미난 영화들을 보고 계시는군요!!!
저 상경했어요~ 청수냉면을 팔고 있는 지역으로 왔다구요오~!
술 한잔....으하하핫 ^^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03/09 00:43
푸무클님// 아, 수상이 있었군요. 푸무클님이야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라.. 여하튼 후보에 오른 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Lucifer님// 술한잔!! 우워!!(눈이 번쩍!)
Commented by 접촉불량 at 2005/03/12 17:35
이번주부터, ㅠ_ㅠ 야자를 시작했습니다아 [먼산-]
너무너무 힘들어요;; 하루에 4시간을 잔답니다; 이런 제기랄-
아주 찢어버리고 싶은 책이 한 두 권이 아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자리에 앉은 녀석이 척척 문제 푸는 걸 보면..'
아주 때리고 싶....;;
Commented by 지루박 at 2005/03/14 01:50
접촉불량님//그래도 열심히 하세요. 그래도 그 시기에 꾹참고 열심히 하던 친구들이 나중에 고생을 덜하는 경우가 많더군요.(만고의 진리라고 까진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만.)
역시 드릴 말씀은 화이팅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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