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어이쿠 신문
2006/07/25   스타벅스로 가자! [41]
스타벅스로 가자!

얼마 전 한 방송국 시사프로그램이 ‘스타벅스’에 대해 진지하게 다뤘습니다. 그 뒤 제가 자주 출입하는 각종 게시판에서 이에 관한 논란들을 지겹도록 볼 수 있었고 이젠 남녀간 대결 양상까지 보이네요. 논란들을 보면서 지난달에 제가 스크랩해뒀던 기사가 생각났어요. 사실은 한 달 전에 정리했던 글인데 시덥잖은 것 같아서 묵혀두었던 걸 다시 꺼냅니다. 그래서 오늘은 스타벅스에 관해 조금 이야기합니다.

지난 6월 11일에 인터넷 경향신문에는 5개의 스타벅스 관련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별안간 왠 스타벅스? 이 정도면 가히 스타벅스 대특집이라 할만하죠. 하지만 대특집이긴 한데 읽어보니 스타벅스 까기 특집, 더 자세히 말하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누나들 까기 특집, 더더 자세히 말하면 ‘뉴욕커를 흉내내는 허영심 가득한’(기사 인용문구입니다) 누나들 까기 특집입니다. 위험합니다.

이건 5개 기사.


처음엔 시기상, 그리고 신문의 성향상 오세훈까기 기사인줄 알았어요. 하지만 계속 읽어보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기사는 상당히 노골적으로 달립니다. 아가씨의 카드명세서를 까발리기도 하고, ‘공기업 이전하면 회사안다닐 거야~’하는 귀염둥이 누나들의 구라 섞인 목소리도 담았습니다.
그자리 내가 들어가면 안될까...

이제 혁신도시 원주에 10여개의 공기업이 이전될 거라는데 어찌할까요. 원주에는 스타벅스는 커녕 제대로 된 테이크 아웃 커피집 하나도 없는데 어찌할까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정말 쉴새없이 깝니다. 훅, 훅, 훅.

하지만 이런 기사가 스타벅스에 대한 선망을 심어주기도 하지요. 스타벅스가 들어오지 않으려 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내 입장에서도 이런 기사를 읽으면 궁금증과 참여욕 같은 게 생기거든요. 그러니깐 이 삐딱한 기사자체도 의도했든 안했든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띄워주는 광고 효과가 있어요.
바닥에 금가루라도 발라놨나...

그런데 기사를 읽다가 아주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이 5개의 기사를 쓴 생산력 왕성한 기자의 이름을 보고 ‘친구아이가!’를 외쳤습니다. 엊그제까지 모 나이트에서 같이 부킹하며 놀던 친구네요. 자식이 아직 장가를 안가서 요즘 히스테리가 심한가 봅니다. 통유리 너머 늘씬한 미녀들이 커피를 마시는 걸 보고 이 거친 친구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왔을지 너무너무 뻔하네요. 그러니 스타벅스 누님들, 제가 대신 사과합니다.

스타벅스에서 2번의 선을 봤었고 데이트 삼아 몇 번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저의 입장이라면 가격이 착하진 않다는 데 동감합니다. 광안리, 홍대, 압구정 등으로 대표되던 90년대 초 카페 전성시대엔 커피 한잔 값이 10,000원을 육박하던 곳도 있었단 걸 생각하면 여기의 가격은 매운 닭발의 피네요. 하지만 어쩐지 여기 커피는 개성 없이 기계적으로 대량생산한다는 느낌이 강해서 많은 돈을 지불하기가 꺼려지긴 해요. 어차피 가격은 소비자들이 결정하는 겁니다. 형님, 누나들이 따닥따닥 붙은 테이블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만족을 얻으며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그 금액이 얼마든 괜찮겠지요.

스타벅스 논쟁에서라면 ‘지 알아서 먹는거지, 놔둬라’의 입장입니다만 개인적으로 ‘당신은 스타벅스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당한다면 제 대답은 ‘싫어’쪽입니다. 하지만 제가 싫은 부분은 가격이 아니라, 그리고 말많은 이른바 된장녀들의 방식 때문도 아니라, 위 기사에도 나왔지만 ‘이미지 마케팅’에 있어요. 일정수준의 동네나 도시가 아니면 아무리 허덕거려봤자 입점을 안 시켜주는 그 고급화 전략이 전 꽤나 재수 없거든요. 뭐, 돈을 버는 입장에서는 우수한 전략이고 기획팀 발리 여행 보내줬을 성공한 전략이긴 하겠지만 그 회사가 그어놓은 수준을 넘지 못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입장에선 더러운 기분이 들어요. 그러니깐 그 ‘비싸지 않은’ 커피 한잔에도 ‘고급화’라는 계산이 들어가 있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전략이 너무 역겹다는 겁니다.

전 체질적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공장 커피숍에 익숙하지 못해요. 햄버거는 1년에 1개나 먹을까하고 ‘가족 식당’도 태어나서 2번 정도 갔나 봅니다. 아무 거나 잘 쳐 먹는 잡식성 인간이지만 컨베이어 시스템식의 생산방식으로 조물락거린 몰개성의 음식들은 딱 질색이에요. 게다가 그게 고가의 음식인데도 줄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를 얻는다면 전 ‘순이의 마음을 이해 못하겠군’과 동성애에 빠져버립니다. 네, 스타벅스 논쟁에서의 제 느낌은 그 정도입니다.

정리하면 위 기사는 기자의 성향에서 비롯된 히스테릭 기사이니 패스하시고, 스타벅스 출입에 관해선 좋든 싫든 남의 취향에는 참견하지 말아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대신 한국 소비자들 지리산 천왕봉 취급하는 스타벅스 관계자들을 언젠간 혼쭐 내줄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자, 스타벅스 형님, 누님들. 신경 쓰지 마시고 마시던 커피 계속 마십시다.
으으..전 커피 안좋아해요...
by 지루박 | 2006/07/25 02:10 | 어이쿠 신문 | 트랙백(2) | 덧글(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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